테이퍼링의 초기반응과 내년초 글로벌 금융시장

머니투데이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3.12.24 07:00
글자크기

[머니디렉터]

↑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이영원 HMC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지난 주 미국 FOMC회의에서 자산매입규모 축소가 결정됐다.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로 알려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의 자산매입 규모 감축 결정은 당초 내년 3월경 실시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시장의 기대보다 앞당겨 전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정책시기에 대한 예상 밖의 결정과 관련해 현 버냉키 의장의 정치적인 결단이라는 해석에서, 최근 타결된 미국 의회의 예산안 문제, 그리고 기대보다 좋았던 고용시장 등 경기지표의 영향까지 다양한 근거가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배경과 근거에 대한 다양한 해설보다 더 극적인 부분은 시장의 반응이라 할 수 있다. 양적완화 규모의 축소라는 정책의 반응이 오히려 긍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발표 당일 미국 주가가 S&P500 기준으로 1.6% 이상 오르고, 금리 상승폭은 국고채 10년물 기준으로 0.05%포인트 수준에 머물렀다. 주말까지 사흘간의 반응 역시 주가지수 상승률이 2.1%, 금리 상승폭은 그대로 0.05%p를 기록했다. '충격'이라는 단어로 설명될 수 없는 긍정적인 반응이었던 것이다.



지난 5월 22일 벤 버냉키 의장이 출구전략과 관련한 첫 언급을 한 이후 시장의 반응이 일대 혼란을 초래했던 점과 비교하면 본격적인 정책의 시행에 따른 영향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국시장뿐 아니라 5월 이후 혼란이 극심했던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관찰된다. 브라질의 경우 주식시장이 오히려 상승했고 채권 금리는 주말까지 오히려 소폭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환율의 평가절하 폭이 다소 커졌지만 아직 헤알/달러 환율이 전고점을 넘어서지는 않았다.

인도네시아와 인도 금융시장도 모두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인도 시장의 경우는 주가 상승은 물론 통화도 평가절상 되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리 금융시장 역시 외환시장이 다소 민감한 반응을 보인 점을 제외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주가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으며 채권시장 역시 금리인상폭이 제한되면서 충격을 소화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시장의 반응이 미국을 필두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시기에 대한 예상은 다소 부정확했지만 정책의 시행과 이에 따른 영향에 대해 충분히 내재화돼있었던 결과인 것으로 판단된다.

이미 지난 5월 출구전략에 대한 언급이 있었던 이후 금융시장은 미국의 정책변화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반응을 보여 왔고 FOMC회의 시점마다 동일한 사안에 대한 반복적인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12월 FOMC회의 직후 반응을 토대로 미국의 정책변화에 따른 2014년 초 금융시장의 반응을 예상해보면 긍정적인 출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시장의 컨센서스였던 내년 3월 테이퍼링 시행에 비해 2013년 중 정책이 시행되며 불확실성에 따른 부담을 크게 감소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2014년 중 미국 연준의 정책은 출구전략의 추가 과정을 밟아나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자산매입 축소 규모도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12월 FOMC회의에서 결정된 100억달러에서 출발해 내년 중 완전한 중단에 이르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테이퍼링이 본격적인 긴축기조로의 전환이 아니며 완화적인 통화정책의 강도 조절이라는 제한적인 의미를 갖는다고 할 수 있으나 이후 양적완화의 중단, 기준금리의 변경 등 추가될 수 있는 정책 대응은 주식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2월 테이퍼링 시행에서 확인할 수 있듯 연준의 정책기조 변화는 시장과 충분한 소통을 바탕으로 집행되고 있으며 정책의 집행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14년 초 정책에 따른 부담은 최소한의 수준에 머물러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책에 대한 의구심보다는 경기 회복의 긍정적인 효과에 주목하는 전략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