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물론 산타클로스가 우리나라만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 12월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12월 글로벌 증시는 겨울바람처럼 쌀쌀하다.
그렇다면 테이퍼링을 시작하겠다고 하는 것이 호재일까? 아니면 언급이 지연되는 것이 호재일까?
테이퍼링이라는 것이 언젠가는 시행될 수밖에 없는 이벤트이기 때문에 빠를수록 좋을 수 있다. 시간을 끌수록 투자자들이 지쳐버릴 수 있기 때문에 만일 테이퍼링을 시행한다고 하면 시장에 가해지는 충격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어차피 겪어야 할 사건이라면 빨리 겪는 것이 낫다. 이제부터 중앙은행이 850억달러를 2~3달 더 푼다고 해도 경제성장률이나 물가를 끌어 올릴 수 있는 여지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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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퍼링이 시중에 공급하던 850억달러를 모두 감축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순차적으로 공급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경제가 다시 휘청거린다면 이는 경제지표 어딘가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다.
만일 고용지표의 세부항목까지 챙기면서 테이퍼링 실시 여부를 가늠한다면 아마 내년에도 테이퍼링은 실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일례로 고용시장 참여율을 빌미로 아직도 고용시장이 불안정하다고 보는데 참여율이 개선될 때까지 테이퍼링을 늦춘다면 테이퍼링 시점을 예단하는 것은 무의미해질 지도 모른다.
두 번째 문제는 환율이다. 원화는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서 연중 최저(강세)수준까지 하락했다. 이와 동시에 엔/달러 환율은 연중 최고치(약세)에 이르고 있다. 원화는 달러에 대해 강세이고, 엔화는 달러에 대해 약세이다 보니 원화는 엔화에 대해 초강세다. 원화가 엔화에 대해 강세인 구간에서는 한국증시는 일본 증시를 이기기 못한다. 한국 자동차와 철강업종도 일본의 동업종을 이기지 못한다.
환율이 기업활동이나 이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량적으로 계산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때 그때마다 다른 조건이 어떠한지에 따라 환율이 미치는 영향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불편함을 겪었다는 점은 분명하니 외국인 입장에서 보면 환율이 불리하게 작용하는 나라의 주식을 사들이는 일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원/엔 환율은 달러를 축으로 재정환율을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환율방어의 개념이 통하지 않는다. 일본은 달러에 대해 엔화 약세를 고수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천명한 이상 엔화가 강세로 반전하기는 쉽지 않다. 이것이 기축통화의 위력이다.
반면 원화는 달러에 대해 속도를 방어 수준 이상의 정책을 펴는 것은 쉽지 않다. 환율의 방향은 이벤트가 바꾸지 정책이 바꾸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환율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분간 시장에는 불리한 재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테이퍼링이 시작되면 원화가 약세로 갈 수 있으니 환율의 불편함은 테이퍼링과 함께 해소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강세를 보이던 원화가 약세로 반전할 때 얌전하게 움직인 경험이 없다.
강세를 보이던 원화가 약세로 반전할 때는 주식시장에 변동성을 제공해왔다는 점을 돌아보면 원화가 추가적으로 강세를 유지하든 약세로 반전하든 지금은 주식시장에는 불편한 요인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마지막으로 테이퍼링에 가려있지만 실적이라는 변수도 우호적이지 못하다. 올해 실적은 결과적으로 상당히 실망스럽다고 결론을 내야 할 것 같다. 아직 4분기 실적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3분기까지의 실적은 분명히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다.
4분기도 환율이 비우호적으로 흘러가고 있기 때문에 실적이 어떻게 나올지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2014년 실적 전망이 2013년 실적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2013년 실적이 종합되고 나면 2014년 실적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적에 자신이 있으면 테이퍼링에 이토록 휘둘리는 것은 합당치 못하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아도 실적이 부진하면 아무거나 사지는 않겠다는 투자자들의 현명함을 11월에 경험했듯이 1월에도 비슷한 현상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국내 증시의 유동성이 너무 외국인에 의존하다 보니 눈치를 봐야 할 사안들도 너무 많다. 내부적으로 자금력이 확보되면 외부변수에 상대적으로 둔감해질 수 있지만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자금이 없기 때문에 대외 변수에 더 민감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반대의 시각으로 환율을 보면 외국인이 보는 우리나라의 기초체력, 즉 펀더멘털은 아주 양호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외부 변수로 인해 조정이 발생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조정이 발생하면 안된다고 속을 끓이는 것보다 조정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전략을 갖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앞으로 연말 또는 연초까지 어떠한 일들이 벌어질지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1900선 초반에서는 주식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1900선 아래로 하락한다는 우리는 이것을 과매도라고 부를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