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
대표적으로 미국 증시는 S&P500 기업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이 15.4배로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수준에 근접하면서 버블 논쟁에 휘말려 있다. 반면 국내 증시는 아직도 만성 저평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디커플링 상황에서 국내 증시가 본격적인 재평가(Rerating) 과정을 시작하려면 어떤 조건들이 필요한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KOSPI가 전년대비 10% 이상 상승하기 위해서는 재고순환싸이클이 최소한 기준선(0) 이상에 위치해야 가능하다. 현재 재고순환싸이클은 여전히 재고증가율이 출하증가율을 앞서면서 (-)국면에 놓여 있다. 그러나 출하의 증가 폭은 확대되고 재고의 증가 폭은 축소되면서 회복국면으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Rerating의 기본적인 조건들이 갖추어져 있다고는 할 수 없지만 향후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것처럼 재고순환싸이클이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이익수정비율이 상승추세로 반전될 경우, 국내 증시의 PER은 현재 8%대 후반에서 평균 9.5~10.0배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펀더멘탈 지표에 앞서 금융지표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실물경기흐름에 선행성을 갖는 장단기금리차(5년 국채수익률-3개월 CD수익률)가 (-)상태에서 벗어나 2000년 이후 평균 수준인 0.7%p까지 확대되어 있다.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빠르게 상승한다는 것은 국내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금융시장 내부에서 어느 정도 신뢰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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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가지는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중요한 환율의 변동성이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한 해 동안 주요 통화의 일간 변동성(표준편차)을 비교해 보면 원/달러 환율은 0.4%으로 BRICs 통화들보다 낮을 뿐 아니라 올해 높은 주가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 유로, 일본 등 선진국 통화에 비해서도 낮다. 그만큼 외국인 수요를 유인할 만한 안정적인 투자대상임을 알 수 있다.
현재 국내 증시의 PER 수준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증시에 비해 매력적인 수준(선진국 증시대비 61% 수준)이고 그 매력이 발현될 수 있는 제반 여건들이 조성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재평가(Rerating) 과정은 결코 무산된 것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로 남겨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