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통화 '비트코인' 통화인가?

머니투데이 김승현 대신증권 Global Market 전략실장 2013.1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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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김승현 대신증권 Global Market 전략실장↑김승현 대신증권 Global Market 전략실장


비트코인 인기가 치솟고 있다. 국내에서 첫 결제 가능한 매장이 탄생하면서 관심은 더 집중되고 있다. 도입 초기에는 불과 1달러도 안했던 것이 최근 12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으니 엄청난 수익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에 붙는 수식어는 가상통화, 대체통화 이런 식의 표현이 대세다.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어도 통화라는 이름으로 인기를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통화란 일반적인 표현으로 '돈'이라는 것이다. 선불식 교통카드나 티머니(T-money)처럼 사용할 수 있고, 결제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으니 통화라는 것은 일면 맞다.



예를 들어 1만원을 충전했다 치자. 그러면 1만원의 원화를 주고 계좌에 잔액이 생기고, 그 잔액은 내가 사용하지 않으면 내일도 1만원, 모레도 1만원 변함이 없다. 비트코인은 다르다. 1만원어치 비트코인을 샀다면 내일 얼마로 평가 받을지 모른다. 최근처럼 오르면 이 1만원이 그야말로 100만원도 될 수 있다.

반대로 떨어진다면? 내가 1만원짜리 상품을 사려고 하는데 화폐는 비트코인으로 가지고 있다. 물건을 사려고 전자지갑을 열었는데 "고객님 잔액이 부족하십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하루 사이에 그 가격이 떨어진다면 말이다. 결제수단으로써 가지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우리가 구매하는 대부분의 물건의 가격은 몇 원, 몇 달러, 몇 위안 이런 식으로 표기되어 있어 비트코인으로 표시되는 가격은 매일 바뀐다. 물건을 파는 사람이 이 물건은 몇 비트코인이라고 표기하지 않는 한 이런 위험에 소비자들은 언제든지 노출된다. 지불수단으로써의 기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

또 다른 통화의 기능은 가치의 저장이다.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은 정기예금이나 국채와 같은 고정금리 자산을 선호하곤 한다. 나의 모든 자산을 비트코인으로 표시되도록 가지고 있다면 매일매일 변동 폭은 매우 클 것이다. 계속 오르기만 한다면 더 좋을 것이 없지만, 계속 오르기만 하는 가격은 없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통화가 아니다. 결제를 할 수는 있지만 화폐라고 하기에는 그 기능상 결점이 너무나 많다. 그럼에도 그 인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 같다. 그 이유는 확인된 수익율이다. 올해 1000% 상승률을 기록했다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이 투자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화폐가 아니라 마치 소형 급등주와 그 성격이 비슷하다.

어떤 투자자산이 안정적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 가격의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비트코인 가격은 예측이 어렵다. 주식처럼 기업이 이익을 얼마내는 지 이런 것이 가격을 결정하지도 않는다.

비트코인 발행을 채굴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채굴될지도 예측이 안 된다. 매우 불확실한 가격에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미국, 일본, 유럽 통화를 비트코인이 다 대체한다면 이들 통화발행량을 10조달러로 치고 최대 가능한 비트코인 수는 2100만개가 한도이므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비트코인 한 개당 가격은 5억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이런 통화를 대체할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지 예측도 안 된다.

둘째, 다양한 투자자다. 특정 자산이 거래가 원활하게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투자자가 필요하다. 실수요자, 가격 위험을 피하고자는 헤지 수요자, 가격 예측에 배팅을 하는 투기적 수요자, 차익을 먹기 위해 거래를 하는 차익거래자. 비트코인 거래에는 실수요자와 헤지 투자자가 없다.

온통 투기적 투자자뿐이고 그래서 거래도 적다. 가격에 대한 예측이 한 방향으로 몰려 급등할 수도, 급락할 수도 있다. 그래서 비트코인을 17세기 네델란드의 튤립 투기에 비유하곤 한다.

비트코인 가격을 보면 일본 마운트 곡스 거래소 가격보다 국내 거래소인 코빗 가격이 항상 높다. 차이가 많이 나면 1비트코인당 10만원 이상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일본에서 사서, 한국에서 팔면 이익이 난다. 무위험 거래가 가능하다. 그런데도 그 차이가 줄지 않는 것은 시장이 아직은 매우 비효율적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 인기가 매우 높아서 더 대중화될 가능성은 높지만 비트코인에 대한 투자는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보면 매우 투기적인 거래라는 것을 인식하고 접근할 필요가 없다. 아무도 그 지불을 보증해주지 않으며, 시장에서 내가 원하는 가격에 팔 수 없다면(네델란드에서 튤립 뿌리가 썩어갔던 것과 유사하게) 현금화가 어렵다.

비트코인은 통화보다는 주식과 같은 투자자산이다. 그것도 매우 변동성과 위험이 큰 투기적 자산이다. 자산으로써도 약점이 아직은 많은 자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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