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종목이 있습니까?

머니투데이 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 2013.1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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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


주식운용을 업으로 삼고 있다 보니 '장을 어떻게 보세요?', '지금 주식 사도 되나요?', '지수를 어떻게 예상하나요?'와 같은 질문을 인사말처럼 자주 받는다.

종종 투자설명회를 통해서 일반투자자들과 만날 기회가 있다. 투자 철학과 원칙에 대한 내용을 준비해가지만 정작 질의응답 시간이 주어지면 장세 전망과 투자 시점을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매번 똑같이 장세 전망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투자 시점에 대해서는 '지금 현금이 있으면 사고 싶은 종목이 있습니다.'라고 대답한다. 답변이 너무 성의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경제전반에 대한 이야기로 주제를 바꿔서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곤 한다.

피터 린치는 자신의 저서 'One up on Wall street'에서 주식투자로 돈을 버는 데는 주식시장을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더 나아가 장세 자체는 상관을 말아야 하며 이 한 가지 사실을 독자에게 설득시킬 수 있다면 이 책은 소임을 다 한 것이라고 까지 적고 있다.



장세를 예측해서 고점에서 현금화하고 저점에서 매수하는 전략은 매수 후 보유(buy and holding) 전략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이는 고점과 저점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저점과 고점은 시간이 지나봐야 알 수 있으며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고점에서 매수하고 저점에서 매도하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가치투자자의 시각으로 볼 때 트레이딩을 통해 시장의 움직임에 대응하려는 전략은 더 높은 수익을 위해서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라 할 수 있겠다.

투자 시 활용되는 정보는 가격과 관련된 정보 및 가치와 관련된 정보로 구분할 수 있다. 지수는 해당지수를 구성하는 종목군의 가격정보를 토대로 산출되므로 가격정보에 해당된다. 가격정보는 HTS를 통해서 숫자, 그래프 등 다양한 형태로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가치는 가격과 달리 평가과정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가 필요한데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으며 이를 토대로 가치를 산출하는 작업도 쉽지 않다. 투자는 가격을 지불하고 가치를 얻는 행위이다. 가격은 언제든지 확인 가능하므로 투자의 성패는 가치를 얼마나 잘 파악하느냐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겠다.

가치투자자가 사고 싶은 종목이 있다고 얘기할 때는 가치 대비 낮은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는 종목이 여전히 시장에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돈이 주어지면 바로 사겠다는 뜻이다. 즉 가치투자자에게 있어서 투자시점은 살만한 주식이 있는 가 또는 없는 가로 결정되는 것이다.

가치투자자에게 있어서 가격은 매수 또는 매도 의사결정을 내릴 때 확인만 하면 되지 분석의 대상이 아니다. 가치투자자는 주어진 거의 모든 시간을 가치정보를 얻고 분석하는데 사용한다. 따라서 지수를 예측할 이유도 시간도 없는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2000선을 돌파한 이후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2000선 부근에 머물고 있다.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중에서만 살펴봐도 지난 6년간 3~6배 상승한 종목도 있는 반면 반토막 이상 하락한 종목도 있다. 주식투자에 있어서 종목선정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장이 좋아야 수익이 날수 있다는 생각에서 빨리 벗어났으면 좋겠다. 가치투자자로부터는 '아직 살만한 종목이 있습니까?'라는 질문만으로 충분한 답변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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