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속으로]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자"

머니투데이 타드 샘플 한국전력 해외사업전략 처장(특별 보좌관) 2013.08.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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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으로] "나무만 보지 말고 숲을 보자"


지난 몇 년 동안 한 달에 한 차례씩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과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 네트워킹 파티를 주최하고 있는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매달 80~90명이 꾸준히 참석하는 네트워킹 파티를 개최할 만한 장소를 찾기 위해 매번 다른 서울 시내 레스토랑을 물색한다. 얼마 전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친구는 참석자들을 위한 음식과 주류 및 음료수를 포함한 3시간짜리 '스탠딩파티'를 열기 위한 장소를 찾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서울에 있는 많은 레스토랑들이 음식과 장소 대여 비용을 제멋대로 부르는 것이다. 시간당 장소 대여비용을 산정하고 인원수에 따라 음식값을 계산해서 거기에 소정의 수수료를 붙인 금액을 제시하는 대신에, 정당한 이유도 없이 임의대로 터무니없이 높은 금액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킹 행사에는 몇 가지 종류의 요리만 있으면 된다. 게다가 뷔페 스타일이다. 동일한 수의 개별 고객들인 경우 80개에서 90개의 제각기 다른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네트워킹 행사의 경우 레스토랑 측이 들여야 하는 수고는 확실히 적다. 웨이터들도 테이블마다 서빙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내 친구는 손님들이 신청해놓고 참석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레스토랑 측의 우려를 덜어주기 위해 전액을 선불로 지급하는 것에 동의하기까지 한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확실하게 자리잡은 네트워킹 행사들이 열리는 레스토랑은 잠재적인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되는데, 비교적 고소득을 올리는 전문직의 젊은이들 수십 명이 동시에 방문하기 때문이다. 만약 행사에 참석한 80~90명의 사람들 가운데 절반이라도 그 레스토랑을 다시 찾거나 지인에게 소개를 한다면 레스토랑 측은 대단한 미래 가치를 얻게 되는 것이다.

200만 원이면 될 음식과 장소 대여비로 400만 원을 요구한다는 것은 레스토랑이 네트워킹 행사를 통해 큰 수익을 올리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임의적이고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 때문에 친구는 그 곳을 행사 장소로 예약할 수 없다. 그랬다가는 친구 본인의 금전적인 손실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레스토랑 측의 이러한 근시안적이며 잠재적인 미래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는 무지함 때문에 결국 서로 기회를 잃는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이와 같은 상황을 셀 수도 없이 많이 겪었다.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단기적인 이익에 급급하여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예가 종종 보인다. 30미터도 채 못 가서 빨간불에 멈춰 설 거면서 신호가 녹색에서 황색으로 바뀌는데 엑셀러레이터를 밟아 쏜살같이 통과하는 운전자가 한 예다. 이렇게 해서 그가 얻는 이득이 대체 무엇인가. 고작 30미터 더 간다는 것?

짧은 거리를 가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터무니없이 비싼 요금을 부르는 택시기사의 경우에도 10만 원정도 더 벌진 모르겠으나 만약 신고 당하거나 한다면 그보다 훨씬 많은 벌금을 물게 될 것이 뻔하며, 또한 잠재적으로 서울 택시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오명을 얻게 될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택시 기사들은 이런 얌체족이 아니지만 속담에도 있듯이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 한국과 같이 외국인 관광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나라의 경우 이런 부정적인 평판은 한국을 여행지로 택하는 많은 외국인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신문에는 뇌물을 받았다가 결국 나중에 들켜서 자신의 커리어와 공인으로서의 생명을 영원히 망치고 마는 정치인이나 공인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오랜 기간에 걸쳐 쌓아왔던 가족관계와 비즈니스 관계가 단기적인 이익을 쫓는 실수 때문에 해를 입거나 깨지는 것이다. 피해를 입은 개인이나 단체에게 이러한 실수에 대한 진실한 사과를 하지 않는 모습은 말할 것도 없다.


단기적인 이익에 초점을 두고 세상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보는 방식을 탈피하는 두 가지 방법은 미래를 예견하는 능력을 기르고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다. 나 개인의 행동이 큰 시각에서는 어떻게 보일까 이해하고자 할 때 좋은 방법은 '나'보다 '다른 사람'을 더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은 위계적이고 경쟁이 치열한 사회다. 우리는 매일같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우리의 '위치'에 따라 평가 받고, 우리의 위치와 중요성을 향상시키거나 하다못해 유지하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이렇게 위계적이고 경쟁적인 사회에서 이런 능력을 계발하는 것은 분명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나무를 보고 숲도 보는' 능력은 서로 윈윈하는 기회를 더 많이 낳을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한국인 개개인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나라에게도 분명 이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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