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누가 집사나. 전세살면 되지"

머니투데이 성남·용인(경기)=민동훈 기자 2013.07.09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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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전셋값]<2>분당·용인…"전세가율 70% 육박해도 집 안사"

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신정마을 전경 / 사진=민동훈 기자경기 용인시 수지구 풍덕천동 신정마을 전경 / 사진=민동훈 기자


 #"비수기여서 매물도 별로 없고 거래도 많지 않아요. 웬만하면 재계약하는 분위기도 강합니다. 월세를 조금 내더라도 눌러 앉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초보다 2000만~3000만원 가량 다 올랐다고 보면됩니다. 전셋값이 매맷값의 60~70% 가까이 되는 곳도 많습니다."(경기 용인 수지구 A부동산 대표)

 #"집값 떨어진 걸 직접 보고 느낀 사람들 아닙니까. 집을 사려고 하겠어요? 대출받아 전셋값 올려주는게 낫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집주인들도 팔리지 않으니까 전셋값이라도 올려받으려고 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예전엔 전셋값이 가파르게 오르면 매매로 전환되곤 했는데 최근엔 다들 '좀더 지켜보자'는 분위기입니다."(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B부동산 대표)



 경기 용인, 분당 등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멈추질 않고 있다. 가파른 전셋값 상승세에 미리 재계약을 서두른 세입자들이 많다보니 전셋집이 품귀현상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몇년새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수도권 신도시의 경우 주택구매 심리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전세 선호 현상이 두드러진 탓에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9일 경기 용인시 수지구와 성남 분당 신도시 일대에 위치한 부동산 중개업소들은 밤새 이어진 장마비 탓인지 대부분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종종 상담전화가 걸려오더라도 매매보다는 대부분 전세물건이 있는지를 찾는 전화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경기 용인 수지구 신정마을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 사진=민동훈 기자경기 용인 수지구 신정마을 일대 부동산 중개업소 전경. / 사진=민동훈 기자
 KB부동산 e알리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대비 수지구 전셋값은 4.1% 올라 인천을 제외한 경기권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지구 일대 부동산 중개업계는 이같은 전셋값 상승의 이유로 기존 전세 세입자들의 재계약 증가를 꼽았다.

 최근 몇년새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면서 아예 이사철이 되기도 전에 미리 보증금을 올려주고 재계약을 맺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풍덕천동 C부동산 관계자는 "비수기임에도 용인 전셋값이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물건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매물 소개보다 재계약 서류를 작성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라고 설명했다.


"요즘 누가 집사나. 전세살면 되지"
 상황이 이렇다보니 전셋값이 매맷값의 60~70%에 육박하는 단지들도 속출하고 있다. 용인 수지현대 아파트 60㎡의 경우 2억4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지만 전셋값은 1억6500만원에 형성돼 전세가율이 69%에 달하고 있다.

 D부동산 관계자도 "용인의 경우 신규 인구유입이 많은 동네가 아닌 까닭에 기존 주민들이 용인 내에서 집을 넓혀가거나 학교 근처로 이사하는 형태가 대다수"라며 "최근엔 집주인들도 전세자금대출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라는 점도 전셋값을 끌어올리는 이유중 하나"라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주상복합아파트 전경. / 사진=민동훈 기자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 주상복합아파트 전경. / 사진=민동훈 기자
 용인과 함께 2000년대 초반 버블세븐 중 한 곳이었던 분당신도시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분당신도시는 지난 연말 대비 3.05% 올라 용인 수지에 이어 상승률 2위를 나타냈다.

 정자동 E부동산 대표는 "버블세븐에서 반값세븐으로 추락하는 걸 지켜본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올려주더도 전세가 낫다고 하더라"며 "거래시장 활성화에 실패한 4·1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전셋값 상승세를 부추킨 셈"이라고 지적했다.

 F부동산 관계자는 "상록우성 69㎡의 전셋값이 3억2000만원 정도 인데 같은 평형 급매물의 경우 4억1000만원에도 나왔었다"라며 "1억원도 안되는 돈이면 내 집을 살수 있다는 데도 좀처럼 매수세가 붙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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