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과연 '없어도 그만'인 존재일까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13.06.14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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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멘토다]32.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의 '에브리데이'

/에브리데이 포스터.<br>
출처=영화 홈페이지/에브리데이 포스터.
출처=영화 홈페이지


# 마음 한 켠이 포근해지는 영화가 우리에게 왔다. 영국을 대표하는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이 만든 '에브리데이'(6월13일 개봉).

가족과 사랑을 노래한 한 편의 영상시다. 영화 음악의 거장인 마이클 니만의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이 영국 시골 마을의 수려한 4계절의 풍광과 어우러진다.



영화 속 아빠 이안은 안 좋은 일에 연루돼 5년간 교도소에 갇혀 있다. 엄마 카렌은 이안의 빈자리를 오롯이 혼자서 메우며 4남매를 키운다. 영화는 엄마 카렌과 4남매의 반복되는 일상을 담담하게 그리지만 지루하진 않다. 영화의 아름다운 음악과 풍경이 말해주듯, 일상의 삶은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

영화 속의 시간은 5년인데, 실제 촬영도 5년에 걸쳐 했다. 아침 먹는 장면은 아침에 찍었고, 저녁 먹는 장면은 저녁에 찍었다. 아빠와 면회하는 장면은 재소자들에게 양해를 구해 실제 교도소 안에서 만들었다.



영화 속에 나오는 4남매도 실제 남매를 캐스팅했다. 이름도 실제 이름이다. 동그란 눈의 아이들이 5년의 촬영기간 동안 실제로 커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맵거나 짜지 않고 순하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드는 그런 행복한 기분을 준다.

영화의 한 장면. <br>
사진출처=이하 영화홈페이지 영화의 한 장면.
사진출처=이하 영화홈페이지
# 엄마 카렌은 사랑하는 남편이 없는 일상이 외롭고 힘겹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낮에는 마트에서, 밤에는 펍(영국식 선술집)에서 일한다. 영화는 그녀가 밤에 침대에서 조용히 눈물을 흘리는 장면만을 보여준다. 그래서 지켜보는 관객은 마음이 더 아프다.

하지만 엄마는 꿋꿋하다. 힘든 일상에도 주말마다 귀찮아하는 아이를 데리고 수 백 킬로미터 떨어진 런던까지 아빠에게 면회를 간다. 버스 타고 기차 타고, 산 넘고 물 건너,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비록 물리적으로는 떨어져 있지만 아이들에게 아빠의 부재를 덜 느끼게 하기 위해서다. 엄마는 아빠까지 모두가 함께 하는 가족의 테두리를 그렇게 치열하게 지켜낸다.


아빠가 교도소에 갇힌 카렌네 가족에게서 아빠가 사라진 대부분 한국 가정의 상황이 겹쳐서 보인다. 대한민국 대부분의 가족엔 아빠가 없다. 아빠들이 '경제적 생존'이라는 교도소에 갇혀 있어서다. 그런데 대부분 한국 엄마들은 영화 속 카렌과는 달리 아빠의 부재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돈만 벌어다 주면 '오케이'다.

대신 한국 엄마들은 자식이 사회적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는 데만 온 관심을 둔다. 아빠들도 이런 분위기에 안주한다. 능력 있는 이들은 골프와 룸살롱에 빠지고, 이도저도 아닌 이들은 소주 한잔으로 힘겨운 일상을 달래며 외롭게 산다. 이건 정말 아니다.

아빠가 사라진 가정에서 엄마의 과보호와 생존을 향한 히스테리에 가까운 간섭 속에 자란 아이들은 마음이 점차 병들어 간다. 법륜 스님도 "부모가 서로를 존중하며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이 자녀에게 가장 큰 교육"이라고 했다. 학교 폭력이 날로 심각해지는 것도, 사회가 날로 험해지는 것도 아빠가 없는 결핍 가정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새가 양 쪽 날개로 날 듯, 아이들이 바르게 자라기 위해선 엄마와 아빠가 모두 필요하다. 사실 가정은 주로 엄마의 힘으로 굴러가지만, 그 엄마의 버팀목이 되는 건 아빠다. 그런데 한국 가정엔 아빠가 없다.

아빠는 과연 '없어도 그만'인 존재일까
#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라는 점부터 우선 밝힌다. 우리 사회의 페미니스트들에게 불만 한 가지를 제기하고자 한다. 페미니스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높이는 데만 힘 쓸 뿐, 정작 여성들의 권익 향상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렇다. 여러 언론매체나 방송 등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주로 남녀 관계를 적대적 관계로 몰아간다. 여자들이 힘든 것은 대부분 남자의 이기심이나 게으름 탓이며, 심지어 세상 모든 남자들을 잠재적 성폭력범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그런데 그들이 말하는 것은 사실 남녀 간의 문제가 아닌 경우가 더 많다. 법질서의 문제이자 후진적인 사회의식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더 맞다. 세상은 남자와 여자가 함께 사는 곳이다. 남자를 나쁘게 몰아간다고 여자들이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이 대목에서 페미니스트들에게 감히 건의 드린다. 그 강력한 전투력과 목소리를 남자들이 '경제적 생존'의 교도소에 갇히게 된 이 잘못된 사회구조를 개선하는데 보태보면 어떨까. 남자들이 우리 사회의 부당한 밥벌이의 굴레에서 좀 더 시간을 확보한다면 여자와 아이들에게 쓸 수밖에 없다. 그러면 여자들의 삶도 좀 더 행복해 질 것이다.

절대 오해는 하지 마시라. 괜히 세게 이야기했을 뿐이다. 사실은 별 힘없는 아저씨들의 입장에서 '정치적 갑'처럼 보이는 페미니스트들에게 좀 도와달라고 부탁드리는 거다. 잘못된 우리 사회구조가 페미니스트들의 탓이라는 이야기는 결코 아니다.

아빠는 과연 '없어도 그만'인 존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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