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대접'해주는 남자보다 더 좋은 남자는

머니투데이 박창욱 기자 2013.05.24 09:18
글자크기

[영화는 멘토다]29. 사랑은 타이핑 중

/영화 포스터. 이하 사진출처는 영화 홈페이지. /영화 포스터. 이하 사진출처는 영화 홈페이지.


# 프랑스 영화라고 하면 흔히 '예술성'부터 떠올린다. 반대로 얘기하면 재미는 별로 없단 소리가 된다.

하지만 지난 23일 개봉한 '사랑은 타이핑 중'(감독 레지스 르왕사르)은 꽤 재미난 영화다. 한 마디로 설명하면 '로맨틱 코미디+성장 드라마가 있는 스포츠물'의 결합이다.

시대배경은 1958년으로 타이핑 대회가 인기 스포츠 종목이던 시절의 이야기다. 시골 처녀 로즈(데보라 프랑소와)는 사무 능력은 '꽝'이지만, 독수리 타법으로도 남다른 타이핑 실력을 보여준다.



작은 보험회사 사장이자 스포츠광인 루이(로망 뒤리스)는 로즈의 이런 재능을 알아보고 그녀를 타이핑 선수로 키우기 위해 혹독하게 훈련을 시킨다. 완성되지 않은 신인이 강자를 하나씩 꺾고 성장하는 스토리와 훈련 과정에서 싹트는 주인공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물론 뻔한 면도 있다.

하지만 리듬을 잘 조절한 연출과 썩 예쁘진 않지만 사랑스러운 여배우의 매력, 그리고 복고풍의 화려한 의상과 프랑스의 멋진 풍경 등은 영화를 진부하지 않게 만든다. 이 영화는 마치 어릴 적 여러 과자가 한 상자에 모두 들어가 있는 '종합선물세트'를 받은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공주대접'해주는 남자보다 더 좋은 남자는
# 사랑에 관한 고민을 털어놓을 때 보통 남자는 남자끼리, 여자는 여자들끼리만 이야기한다. 똑같은 성향을 가진 이들이 이야기하다보니 지혜로운 해결책이 나올리 만무하다.



남자는 여자들의 속마음에 대해, 여자는 남자들의 성향에 대해 더 많이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차원에서 이 영화에 나오는 두 주인공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빌어 청춘 남녀들이 흔히 하기 쉬운 착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우선 여자들 이야기부터. 여자들은 '공주 대접'해주는 남자들을 당연히 좋아한다. 차로 자기가 가고 싶은 곳까지 척 데려다주고, 먹고 싶은 것 사주고, 보고 싶은 것 보여주고, 명품 가방 척척 사주는 남자를 만나는 건 많은 여자들의 '로망'이다. 이렇게 '남자에게 얼마나 많이 받았느냐'를 사랑의 척도로 여기는 여자들이 꽤 많다.

물론 이런 욕망을 실현시키지 말란 법은 없으나 아무래도 현실적이지는 않다.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또 '입안의 혀'처럼 구는 남자들은 자신의 목적(육체나 금전)을 채우면 나중에 돌변하는 경우도 많다. 그보다는 영화 속 로즈처럼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남자'를 만나는 게 좋다.


루이는 비록 까칠하지만 로즈의 재능을 꽃피워 그녀가 세계 최고의 타이핑 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로즈도 겉으론 차갑지만 속마음이 따뜻하고 진중한 루이에게 점차 사랑을 느낀다. 이렇게 완성하는 사랑은 웬만한 시련에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는다. "진정한 사랑은 영원히 자신을 성장시키는 경험이다." 작가 모건 스콧 펙의 말이다.
'공주대접'해주는 남자보다 더 좋은 남자는
# 더 할 얘기가 있지만 다음 기회로 미루고, 남자 쪽 이야기로 넘어가보자. 영화에서 루이는 로즈를 만나기 전, 어릴 적부터 알고 지내던 마리(베레니스 베조)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러나 2차 대전에 저항군으로 참전했던 루이는 위험한 처지에 있는 자신의 상황을 감안해 마리에게 차마 사랑 고백을 하지 못했다. 마리는 결국 적극적으로 구애한 루이의 친구와 결혼했다.

남자들은 여자들이 잘 생기고, 키 크고, 돈 있고, 능력 좋은 남자를 찾는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부는 맞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자들도 조건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결국엔 자기와 같이 있어주는 남자를, 자기가 좋아하는 남자를 선택한다.

그러나 많은 남자들은 그녀의 선택지를 지레 짐작하고 속마음을 내보이지 못한다. 자신을 받아들이고 안 받아들이느냐는 엄연히 그녀의 선택인데 말이다. 마리 역시 루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결혼하고 나서 전쟁에 나가도 됐잖아."

루이는 로즈에게도 도움을 주는 것만으로 행복을 느끼고 그녀가 더 성장하도록 놓아주지만, 결국 잊지 못하고 그녀에게 돌아온다. "당신 자체로 행복하다"고 말하면서. 그러니 어떤 여인을 사랑하게 됐다면, 진심을 담아 고백부터 시작해라. "사랑은 용기 있는 자의 특권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