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이슬란드와 하와이의 수려한 풍광을 담은 화려한 영상과 미래의 집이나 비행기 등 미술적 측면에선 결코 흔치 않은 볼거리를 선사한다.
강우석 감독이 만든 '전설의 주먹'과 최근 극장가에서 치열한 흥행 경쟁을 펼치고 있는 영화 '오블리비언'(감독 조셉 코신스키)에 대한 짧은 감상이다.
그들은 과거의 기억이 지워진 채, 핵전쟁 이후 황량해진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본부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잭은 과거를 완전히 잊지 않았고 꿈 속에서 종종 과거를 떠올린다. 그런 잭 앞에 줄리아(올가 쿠릴렌코)가 나타나고, 그녀를 통해 잭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과 완전히 다른 진실에 눈뜨게 된다.
이 영화의 재미는 사실 잭과 줄리아의 이야기에 있다. 기억을 잃기 전, 과거의 잭과 줄리아는 부부였다. 그러나 현재의 잭과 줄리아는 엄밀히 말하면 부부가 아니다. 지금의 잭은 과거의 잭을 복제한 인간이다. 그것도 여럿 중 하나이다. 하지만 지금의 잭은 줄리아와 소중했던 사랑의 추억을 기억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줄리아는 "기억이 바로 당신"이라며 복제인간인 지금의 잭을 남편으로 받아들인다.
반면, 줄리아가 나타나기 전까지 빅토리아와 잭은 업무 파트너이자 연인관계였다. 하지만 기억을 잃은 그들에겐 욕망에 충실한 반복적인 일상이 있을 뿐, 함께 쌓은 소중한 추억이 없다. 이로 인해 서로의 입장이 달라졌을 때, 그들은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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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현실에 충실해야 하고, 미래를 향해 살아야 한다고들 한다. 과거에 매달리는 건 의미가 없다고 한다. 마르셀 프루스트는 "추억은 잔인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추억은 결코 의미 없지 않다. 줄리아의 말처럼 기억이 바로 나의 정체성이다. 소중한 사람과 추억이 바로 자신의 본질이다.
소중한 사람들과 추억이 없는 인생은 정작 내 것이 아니다. 잭과 빅토리아처럼 일상에 메몰돼 실체가 없는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느니, 소중한 추억을 곱씹으며 그 아름다운 기억을 즐기는 인생이 어쩌면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가장 행복한 사람은 돈이 가장 많은 사람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과 함께 만든 아름다운 추억이 많은 사람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