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가…홍대 거리는 카페의 무덤"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3.06.04 16:17
글자크기

개성 강한 이들이 분위기를 마시는 곳, 홍대 커피로드② Interview/ 정지연 스트리트H 편집장

사진=류승희 기자사진=류승희 기자


홍대 상권에서의 카페 창업에 대한 질문을 하자 정지연 '스트리트H' 편집장은 이같이 운을 뗐다. 경쟁이 심해 초기 정착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는 데다 높아지는 임대료 추이를 매출이 쫓지 못하는 탓이다.

스트리트H는 홍대 인근의 지역뉴스를 다루는 무료 잡지다. 이달 중순이면 4주년을 맞는데 홍대 상권지도를 매달 업데이트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강북 최고의 상권이지만 그만큼 치열한 경쟁을 거쳐 생존하는 곳이 홍대다. 개업하고 2년이면 성적표가 나온다. 통상 임대약정기간이 2년인데, 상권이 커지다보니 임대료가 부쩍 올랐다. 이 기간 임대료 상승분 이상의 영업이익을 올려야 재계약이 가능하다.

결국 상당수의 매장은 문을 닫는다. 정 편집장은 "약 80%의 카페가 개업 후 2년을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는다"고 추정한다. 수많은 카페가 성업 중이지만 '카페의 무덤'이라고 불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지역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5년 전 A급 상권의 20평 기준으로 월 400만원의 임대료를 받았던 매장이 어느덧 800만원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홍대 상권의 월평균 임대료는 4분기 기준 1㎡당 2009년 3만7500원에서 2012년 6만3200원으로 껑충 뛰었다. 3년새 69%의 상승률이다. 같은 기간 10% 상승에 그친 강남역 상권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임대료의 부담을 극복하지 못하는 카페는 결국 생존을 찾아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홍대를 떠나는 것은 아니다. 아직 개척되지 않은 상수동, 연남동, 동교동, 합정동 등지의 주택가 이면도로가 타깃이다. 홍대 앞 터줏대감으로 꼽히던 이리카페가 상수동으로 이전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역 명물이 떠난 자리는 자본력을 갖춘 브랜드 커피가 차지한다. 스타벅스가 홍대 상권에 4곳이나 있을 정도다.


타지에서 명성을 쌓았던 카페도 홍대를 찾는다. 유동인구와 상징성이 있어서다. 가로수길에서 명성을 쌓은 커피스미스는 3년 전 홍대로도 발을 뻗쳤다. 홍대점 오픈 이후 탄력을 받아 현재 전국에 30여개의 매장이 문을 열었다. 7월에는 같은 홍대 상권인 연희점을 열 예정이다.

경의선 홍대입구에 애경그룹이 소유한 17층 규모의 호텔과 복합쇼핑몰은 지역 상인들의 '핫뉴스'다. 2015년 이 건물이 완공되면 또 한번 큰폭의 임대료 인상바람이 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 편집장은 "홍대문화를 주도했던 유명카페들이 자본에 밀려 속속 외부로 밀려나는 상황"이라며 "다양성을 추구하는 홍대 고유문화가 획일화돼 가는 과정을 보니 안타깝다"고 아쉬워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