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올 프로야구는 '강익강 약익약' 왜?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3.05.04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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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의 충격이 프로야구 열기에도 찬 물을 끼얹은 것일까.

2013 프로야구 시범경기에서 잠실 구장에 2만 명이 넘는 팬들이 찾아오고, 선망의 자리인 테이블 석에 앉아보기 위해 밤샘 줄서기를 하는 기현상이 나타날 때만 해도 올시즌 프로야구는 750만 관중을 약속하는 장밋빛 미래만 보였다.

그러나 막상 출발을 하고 나니 좀처럼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잔뜩 움츠린 모습이다.



3월30일 개막된 프로야구는 4월 한 달을 마친 현재 16% 관중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현재 1군 리그에 참여하고 있는 9개 구단은 물론 한국야구위원회(KBO), 더 나아가 2014년 퓨처스리그, 2015년 1군리그에 진입하는 제10구단 KT 관계자들까지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모두들 과연 이유가 무엇인지 찾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의 참패, 유난히 춥고 바람 부는 날씨 등도 그 이유로 거론됐다.



그 중 하나가 프로야구의 메카인 잠실 구장에서 개막전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결국 그 근본적인 배경은 프로야구가 기형적(畸形的)인 홀수 구단 체제, 즉 9구단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KIA 타이거즈 ⓒ사진제공=OSEN↑KIA 타이거즈 ⓒ사진제공=OSEN


2013 프로야구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신생팀인 제 9구단 NC 다이노스의 1군 무대 데뷔였다. 그런데 NC는 3월30일과 31일 개막 2연전에는 경기가 없어 휴식을 취했다.

9개 구단 체제이니 한 팀이 쉬어야 하는데 당연히 NC가 쉴 수 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전전 년도(2011년) 순위에 따라 금년 대진이 짜여졌기 때문에 전전년도에 창단 준비 중이던 NC가 제외된 것이다.


NC가 개막 7연패를 당한 이유 가운데 하나도 개막전에 나서지 못한 탓도 있다. 개막을 기다리며 잔뜩 긴장한 채 컨디션을 조절하던 NC 다이노스는 막상 프로야구가 시작이 됐는데 개막 토, 일요일 2연전에 월요일까지 3일을 쉬고 첫 경기는 4월2일 롯데와 하게 됐다.

개막 7연패에 빠졌던 NC는 4월11일 홈이 아닌 잠실 구장에서 LG에 4-1로 승리, 연패를 탈출하며 창단 첫 승리의 감격을 맛보았다. 7연패 동안 실책 등 수준 이하의 플레이가 나와 팀 관계자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2013 프로야구 흥행이 초반 주춤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잠실 구장에서 개막전이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3월30일 시작 된 주말 개막2연전에서 잠실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두산과 LG, 한 지붕 두 가족은 모두 외박을 나갔다.

두 팀 모두 2011시즌 4강에 들지 못해 원정에서 시즌을 시작했다. 2011시즌 4강팀인 삼성 롯데 SK KIA가 금년 개막전 홈 팀이었다.

LG는 문학구장에서 SK에 7-4로 승리했고, 두산은 2011시즌 한국시리즈 챔피언이었던 삼성과의 공식 개막전이 열린 대구에서 9-4로 이겼다.

그러나 인구 1000만인 수도 서울이 자랑하는 한국야구의 메카인 3만 관중 수용 규모, 잠실 구장은 이날 텅 비어 있었다. 잠실 구장에서 경기가 열려 3만 관중이 운집하는 모습이 연출됐다면 초반에 프로야구의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잠실구장에서 개막전이 열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실행위원회에서도 아쉬움이 나왔다.

일각에서 ‘앞으로 성적과 상관없이 잠실구장에서 개막전은 반드시 열도록 하자’는 주장이 있었는데 모 구단 단장이 ‘성적 상으로 개막전이 우리 구장에서 열려야 하는데 만약 잠실 구장에서 반드시 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우리 구장에서 못하게 되면 팬들에게 몰매를 맞는다’고 항변해 없었던 일이 됐다.

9개 구단 체제는 팀 성적의 양극화를 심화 시켰다. 2013 프로야구 초반 페넌트레이스의 특징을 ‘강익강(强益强) 약익약(弱益弱)’이라는 말도 안 되는 표현을 만들어서 적용해본 이유이다.

‘강한 팀은 더 강한 팀으로 군림하게 되고, 약한 팀은 더 약해져서 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라는 의미로 만들었다.

9구단 체제이기 때문에 한 팀은 3일 혹은 월요일을 끼면 4일을 쉬고 경기를 재개하게 된다. 강한 팀이 휴식을 취한 뒤 그 동안 연전에 힘이 빠져있는 약팀을 만나면 그 경기의 결과가 강팀 필승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으며 실제로 페넌트레이스 초반 그 현상이 나타났다.

약팀은 쉬어서 전력을 추슬러도 강팀과의 경기 승패는 승률 5할로 끌고 가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 만큼 전력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개막 이후 바로 연패에 돌입한 NC 다이노스와 한화에 상대 팀의 투수력이 집중 투입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하면 된다. 1승은 같은 1승이다. 강한 팀에 이긴 1승이나 약한 팀을 상대로 얻는 1승이나 모두 1승이다. 그리고 약한 팀을 상대로 승리할 확률이 큰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만약에 금년 여름 비가 많이 와서 경기가 연기되는 등 불규칙하게 페넌트레이스가 진행되면 ‘강익강 약익약’ 현상은 심화될 전망이다. 약팀은 강팀에 비해 선수 층도 두텁지 못하다. 선수들이 지치면 회복하는데 상당 기간이 필요한데 대체 선수는 부족하다.

NC 다이노스는 신생팀이어서 초반 부진은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여도 ‘명장(名將) 김응룡(72) 감독을 영입해 팀 재건에 나선 한화의 초반 연패 행진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이변임이 분명하다.

지난 해와 비교해 한화의 전력에 생긴 공백은 박찬호의 은퇴와 류현진의 LA 다저스 진출 밖에 없는데 언제라도 연패를 끊을 수 있는 필승 카드 류현진의 빈 자리는 상상 못했을 정도로 컸다.

↑한화 이글스 ⓒ사진제공=OSEN↑한화 이글스 ⓒ사진제공=OSEN
한화가 시즌 초반 부진하자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김응룡감독의 건강을 우려했다. 한화는 4월11일 삼성전을 앞두고 선수단이 모두 삭발하는 결연한 자세를 보였으나 속절없이 13연패에 빠졌다.

4월 한달을 마친 2013년 프로야구는 한국 야구에 무엇인가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모두가 더 심각하고 진지하게 프로야구를 연구해야 할 시점이다.

4월30일 현재 9위로 꼴찌인 NC는 4승1무17패 승률 1할9푼, 8위 한화는 5승1무16패, 승률 2할3푼8리였다. 공동 6위 SK와 롯데가 9승1무11패로 승률 4할5푼임을 감안하면 NC와 한화의 부진은 그 정도가 지나쳐 경기 결과에 대한 흥미 자체를 반감시키고 있다.

반면 4월30일 현재로 14승1무6패를 기록한 승률 7할의 KIA가 1위를 지킨 가운데 2위 넥센 3위 두산 4위 삼성이 모두 6할대 승률을 기록했다. ‘강익강’이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강익강 약익약’ 현상이 5월 이후에 더 심화되면 2013 프로야구는 팬들의 관심사에서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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