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꼼짝마" 거래소 감시현장 가보니…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13.03.18 06:10
글자크기

이중삼중 감시망에도… 박 대통령 "주가조작 근절" 일침에 긴장감

#주식거래가 한창인 오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시스템에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직원들은 곧바로 다른 모니터를 통해 관련 공시, 뉴스, 주가, 거래량 등을 확인한다. 이어 거래계좌, 과거 매매패턴 등에 대한 정밀분석작업이 진행된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의 시장감시팀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주가조작 근절을 강조하면서 시장감시본부 긴장감도 한층 높아졌다.



◇이중삼중의 촘촘한 감시망…=현재 거래소는 1931개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최근 30일 간의 주가, 거래량, 호가, 거래계좌 등을 분석해 이상징후를 추출하는 감시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매매패턴 분석을 통한 감시시스템은 최근 필리핀증권거래소에 수출할 정도로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거래소는 이 시스템에 감지되지 않는 신종 수법이 나타날 것에 대비해 기획감시를 병행한다. 김수진 시장감시부장은 "기법이 고도화되다보니 새로운 주가조작 수법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감시팀은 여러 계좌를 이용하는 단기 주가조작 수법 적발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1개 종목의 주가를 장기간 움직여 시세차익을 거두는 행위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감시시스템에 걸리지 않도록 짧은 기간에 여러 종목, 여러 계좌를 동원하는 이른바 '박리다매'식 시세조종 혐의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시장감시팀은 기획감시를 통해 이런 세력을 잡아낸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던 때 다각적인 기획감시가 진행됐다. 최근 적발한 증권방송을 통한 불공정거래행위 역시 이를 통해 확인됐다.

이승범 시장감시1팀장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테마주 정보가 빠르게 퍼지고 이를 이용하려는 세력의 움직임도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공정거래 조사건수는 243건으로 전년 대비 16.2% 증가했다. 이 가운데 68건이 테마주관련 불공정거래 조사였다.

◇SNS·인터넷카페 통한 허위정보 '꼼짝마'=정치테마주 등이 득세하고 사이버공간에서 허위정보와 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행위가 빈발하자 거래소는 예방감시부를 신설했다.

사이버감시팀, 정보팀, 예방감시팀으로 이뤄진 예방감시부는 각종 증권게시판, SNS, 인터넷카페, 파워블로그 등에서 유통되는 테마주 허위정보 등을 걸러내는 한편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 북한 3차 핵실험 당시 방위산업 관련주가 급등세를 보이자 집중모니터링을 한 뒤 시세 상승에 관여해 매수를 유인하는 행태를 발견했다는 내용의 투자자 유의사항을 발표하기도 했다.

황의천 예방감시부장은 "사이버 모니터링 강화 등 사전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며 "제도적으로 테마주, 불공정거래 등을 근절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는 다만 인력부족을 아쉬워한다. 시장감시본부의 팀장 3명을 포함해 18명의 직원은 1인당 130여개 종목을 감시해야 하는데 매일 수십 건이 넘는 거래 이상징후가 나타난다. 예방감시부 역시 15명의 직원이 600여개 인터넷카페, SNS, 메신저를 통한 풍문, 정보 등을 관리하는 실정이다.

김병연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공정거래 행위를 신속히 조사하려면 인력확충과 전문화가 필요하다"며 "전문성 제고를 위해서는 장기근무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