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테마주 어떻길래...靑 두 팔 걷었나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2013.03.1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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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주 주가상승기에도 개인은 손실, 인맥·정책테마株 또 꿈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1일 취임 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 "개인투자자를 절망으로 몰아넣고 막대한 부당 이익을 챙기는 각종 주가조작"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주식시장에서의 불법행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자본시장 활성화 못잖게 경제 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은 이번 대선과정에서 유별났던 정치테마주 열풍으로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사실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개미' 울리는 테마주=당국의 잇단 경고에도 정치테마주 열기는 꺾이지 않았고, 대선 직후 피해는 개인투자자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대선 직후 정치테마주로 분류된 150개 상장주식의 주가를 분석한 결과 시가총액이 최고 41조6000억원에서 24조3000억원으로 17조3000억원 증발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국은 손실의 대부분을 개인투자자들이 떠안은 것으로 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테마주 상승 때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이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테마주 매매계좌 가운데 손실이 발생한 상위 500계좌의 주가흐름별 손실규모를 점검한 결과 테마주 상승기의 일평균 손실액은 1억5760만원이었다. 이는 주가횡보기(2080만원)보다 8배 큰 규모다.

통상 주가가 오르면 이득을 보는 게 정상이지만 테마주에 투자한 개인들이 뒤늦게 추종매매에 나섰다가 주가급변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손실을 본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세조종 세력이 주가가 오를 때 집중적으로 물량을 정리하기 때문에 개인투자자들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무늬만 바뀌는 테마주=기업 실적에 관계없이 주가가 요동치는 테마주는 당국의 경고에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 각종 재료가 모습을 바꿔가며 테마주를 양산하는 모양새다.

대선이 끝나고 내리막길을 걷던 '안철수 테마주'의 경우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정치활동을 재개하자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써니전자, 오픈베이스, 다믈멀티미디어 등은 올들어 주가가 최고 120% 급등했다.

박 대통령이 내건 공약관련주나 새정부 각료관련주도 꿈틀대고 있다.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최문기 KAIST 경영과학과 교수가 내정됐다는 소식에 와이브로와 로봇관련주가 급등한 게 대표 사례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는 와이브로 통신장비 제조업체 서화정보통신이 가격제한폭까지 올랐고, 영우통신과 기산텔레콤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코스피시장에서도 와이브로 중계기를 제조·판매하는 지에스인스트루가 가격제한폭까지 급등했다.

이는 최 후보자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 재직 시절 와이브로의 단초가 된 TDX(전전자교환기)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이력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앞서 김종훈씨가 미래부 장관 후보에 지명됐을 때는 자원개발관련 업체 키스톤글로벌 등이 부각됐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개인투자자들의 투기적 거래는 테마주 매매로 대변된다"며 "2009년 이후 일련의 투기성 테마가 시장을 흔들었지만 이들 테마주 내 대장주는 고점 대비 평균 63% 급락한 만큼 원칙에 근거한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개인투자자들은 조그마한 이익에 성급히 매도하지만 반대로 손실이 난 종목은 원금회복까지 계속 보유하는 경향이 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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