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주식시장 침체에 금융투자업계 구조조정 삭풍이 거세지고 있지만 채권시장은 전혀 딴 세상이다. 철모르는 인력 모시기 경쟁이 뜨겁다. 보통 증권사 결산이 끝난 뒤인 4~5월에야 시작되는 스카우트전이 연초부터 달궈지고 있다.
연차가 적당하면서도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과장이나 차장급의 경우 조금 과장하면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한다. 그만큼 실력만 있으면 언제든 채용하겠다는 게 업계 분위기다. 채권맨 전성시대가 열린 셈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채권 관련 인력을 10여명 영입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인력 충원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증권도 지난해말 채권영업부장을 채용한 데 이어 과장급 딜러를 스카우트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올해 채권 관련 인력을 20명 규모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말 FI분석팀을 FICC(금리·통화·원자재) 리서치센터로 확대 개편했다.
사실 그동안 금융투자업계는 이름만 금융투자업이었을 뿐 주식투자업에 그쳤다. 최근 채권과 주식의 '희비'는 업계가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이해될 수도 있다. 어쩌면 주식 부문에는 고통스런 이 과정이 '위장된 축복'이 될 수도 있다. A사로 옮겨 승진한 김 부장은 "몸값 좀 받고 왔는데 증시가 살아나면 토사구팽되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의 말이 우스갯소리로 끝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