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버터로 죽일거야'..美 신종 학교폭력 '비상'

머니투데이 이호기 국제경제부 인턴기자 2012.12.2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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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인터넷 기사를 통해 음식 알레르기 반응을 이용한 학교폭력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한 병원 클리닉의 조사결과 응답자 3분의 1이 음식 알레르기를 이용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ABC방송 웹사이트 사진 캡처)▲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인터넷 기사를 통해 음식 알레르기 반응을 이용한 학교폭력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한 병원 클리닉의 조사결과 응답자 3분의 1이 음식 알레르기를 이용한 괴롭힘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ABC방송 웹사이트 사진 캡처)


미국 콜로라도 스프링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모건 스미스는 학교에서 심한 괴롭힘을 겪어왔다. 친구들은 몸을 때리거나 언어폭력을 일삼기보다 먹는 음식을 가지고 그를 괴롭혔다. 어렸을 때부터 땅콩 알레르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중학생 때까지 줄곧 학교 친구들로부터 땅콩버터가 발라진 과자나 샌드위치를 들고 쫓아온 아이들에게 시달렸다. 같은 반의 학 학생은 심지어 그를 땅콩버터로 죽여버리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모건이 학교에서 겪은 것과 같은 음식 알레르기 반응을 이용한 학교폭력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증가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TIME) 인터넷판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마운트시나이 병원 알레르기 클리닉을 찾은 8~17세 학생 25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모건이 겪은 알레르기를 이용한 경험이 결코 특별한 경우가 아님을 입증한다.



조사에 참여한 아이들 중 절반에 가까운 인원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으며, 3분의 1은 음식 알레르기를 이용한 괴롭힘이었다고 말했다.

마운트시나이 병원 소아정신과의 이얄 쉬메시 박사는 "음식 알레르기를 이용한 괴롭힘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행동"이라며 "만약 땅콩 알레르기 반응을 아는 가해학생이 피해학생의 입속에 땅콩을 억지로 넣는다면 그것은 공포를 초래하기 위함이다"고 말했다.

심한 경우 가해학생은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음식을 피해학생의 입에 억지로 넣거나 몸에 직접 던지고 뿌리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음식 알레르기가 있다는 것 자체보다 그것을 이용한 괴롭힘이 더 큰 스트레스를 초래하고 삶의 질을 낮춘다는 결과도 나왔다.


쉬메시 박사는 "음식 알레르기를 이용한 학교폭력 사례의 절반이 피해학생의 부모가 그 사실을 모르는 경우였다"며 알레르기 증상을 보이는 학생의 부모들에게 관심을 당부했다.

이번 조사에 앞서 최근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십년 간 미국 아이들 중 알레르기 환자는 20%나 증가했다. 지난 24일 미국 소아학 저널에 발표된 통계에 의하면 현재 미국의 전체 어린이 가운데 8%가 땅콩이나 나무견과류, 우유, 달걀, 조개 등의 특정 음식과 연관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과 괴롭힘을 경험한 학생들은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등 누군가의 약점을 악의적으로 이용한 괴롭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부모와 학교의 적극적인 관심과 도움이 절실하다고 조언한다.

쉬메시 박사는 "음식 알레르기를 이용한 학교폭력 사실을 부모와 학교가 알고 도울 때 피해학생은 스스로 약자가 아님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땅콩버터로 주로 괴롭힘을 당했던 모건도 "고등학교 와서는 친한 친구들과 학교 측이 알레르기에 대해 알고서 배려를 해주고 도움을 많이 준 덕분에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다"면서 "가만히 당하고 있기보다 괴롭힘에 함께 대항할 사람들을 내 옆에 둘 때 학교폭력이 멈출 것"이라고 말해 해결에 있어 피해학생들의 주도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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