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팔았더니 감동은 '덤'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2012.12.1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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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창업트렌드/ 불경기 외식업 마케팅 코드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자주 이용하는 음식점은 나름대로 '잘 나가는' 이유가 있다. 맛이 1차적인 선택기준이겠지만 과다경쟁 상태인 외식업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독특한 아이디어 마케팅 전략이 먹혀들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최근 직장인들의 아련한 추억을 자극하는 '복고' 마케팅과 함께 색다른 마케팅 홍보를 하고 있는 외식업체들이 불경기를 맞아 새삼 주목받고 있다.



추억을 팔았더니 감동은 '덤'


◆맛보기 마케팅…전단지도 명함으로

일본식 수제삼각김밥전문점인 '오니기리와이규동' 가락시장점을 운영중인 손은진씨(46)는 맛보기 마케팅을 통해 하루 15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린 성공사례로 꼽힌다.

손씨는 오전 7시30분 직장인 출근시간에 맞춰 전철역 입구에서 맛보기용으로 제작한 '오니기리'와 전단지를 함께 전달했다. 따뜻한 오니기리와 명함 크기로 제작된 전단지를 함께 전달하니 버려지는 전단지가 줄었다.



100여개 한정으로 맛보기 오니기리를 제공했더니 삼각김밥에 호기심을 느낀 회사원들의 매장 방문이 크게 늘었다. 손씨는 "직장인들은 늘 점심식사 메뉴를 고민하게 되는데 지갑 속에 쏙 들어가는 전단지가 이들을 매장으로 이끄는 요소가 됐다"며 "오니기리와 전단지를 제작하는데 1회에 5만~10만원 정도가 소요됐는데 매출 향상 효과는 10배 이상 높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장을 방문한 직장인과의 친분 쌓기에도 적극적이다. 한번 본 고객의 얼굴은 반드시 기억하고 고객이 공감하는 대화를 이끌어 냈다. 매장 규모가 워낙 작다보니 고객과 눈인사를 건네도 어색하지 않고 고객과 친분 쌓기에도 유리하다.
 
◆새참 마케팅…단골손님 깜짝방문 '감동'

새참이란 일을 하다가 잠시 쉬면서 먹는 음식이다. 농사를 지으면서 점심식사 후 오후 4~5시에 출출해진 뱃속을 달래기 위해 먹었던 간식 새참을 마케팅에 적용해 신바람을 내는 사례도 있다.

설렁탕전문점 '한촌설렁탕'의 경우 단골손님을 대상으로 '새참 마케팅'을 활발히 전개한다. 단골손님의 명함 정보를 통해 참여 대상자를 물색하고, 참여가 결정된 고객의 직장에 방문해 새참을 전달하는 것이다.


새참은 김치전, 해물파전 등 전류와 만두·샐러드 등 간식으로 구성된다. 단순한 음식 전달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상품이 걸린 사다리 타기 등 간단한 게임을 직원과 함께 즐기고 사진 촬영도 병행한다. 생일을 맞은 고객이나 사무실 동료에게는 케이크를 준비해 전달한다.

정보연 한촌설렁탕 사장은 "새참 마케팅은 단골손님에게 감동을 줘 충성고객으로 바꿀 수 있다는 차원에서 고안돼 실행하는 마케팅 기법"이라며 "새참이라는 민족 고유의 전통을 마케팅에 적용함으로써 옛 향수를 자극해 더욱 효과적인 것 같다"고 밝혔다.
 
◆복고 마케팅…촌스러운 70~80년대식 스티커로

장안동에서 62평 규모의 샤브샤브전문점을 운영 중인 이현순씨(43)는 복고 마케팅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씨가 샤브샤브전문점을 오픈한 것은 올해 2월로 첫 달에만 1억5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렸다.

이씨가 높은 매출을 올린 비결은 복고 마케팅과 동네 아주머니 같은 친근함이 어필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건물 주변에 '점심특선 7000원'이라는 다소 촌스러운 80년대 풍 디자인의 현수막을 걸었다. 매장 내부에도 곳곳에 80년대식 스티커와 광고물이 가득하다.

일례로 테이블마다 붙어 있는 '고기 추가 5000원'이라는 스티커는 80년대 풍으로 촌스럽게 디자인했지만, 고기를 저렴하게 추가할 수 있다는 정보를 고객에게 제공해 추가 주문율을 높였다.
 
◆경기 불안할 땐 옛 정서와 감성으로

복고 마케팅의 열풍은 불경기 속에서 힘을 받는다. 구조조정이나 고용 불안이 안전을 추구하는 고객 성향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불안한 심리를 다잡기 위해 옛 정서와 감성에 기대 편안함을 얻고자 하는 것이다.

소비 주체로 7080세대가 급부상한 것도 복고 업종이 인기 있는 이유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대학시절을 보낸 세대를 7080세대라고 칭하는데 이들의 감성을 자극해 매출을 높이는 것이다.

경기도 원당에 있는 전통음식전문점 '쥐눈이콩마을'은 '전통 장 담그기 체험' 행사를 통해 복고 마케팅을 전개한다. 전통 장 담그기 체험 행사에 참여한 고객들은 매장에 대한 충성심이 높아지고 방문빈도가 2배 이상 상승한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체험행사는 한달에 3번 진행한다. 쥐눈이콩으로 된장·간장·고추장 등을 직접 담그는 방법을 설명한 후 고객이 전통방식대로 장을 담글 수 있도록 했다. 최근 식품 첨가물 유해성 논란이 불거지고 식품안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어 직접 장 담그기 행사 참여를 통해 안전 먹거리를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곳의 전통 장 담그기는 옛날 조상의 된장 제조법을 고수한 것이 특징이다. 콩을 24시간 불린 뒤 장작으로 불을 피워 가마솥에 콩을 삶고 메주를 만들어 초가에서 90일 정도 발효시킨다. 그 뒤 3년을 묵혀 간수를 뺀 천일염으로 만든 소금물을 넣어 숨 쉬는 항아리에 100일 간 담가둔다.



◆가맹점 오픈 첫날 '국수 한그릇에 100원'

1958년부터 명동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수 맛집 '명동할머니국수'는 가맹사업을 시작한 이후에도 가맹점이 오픈할 때마다 100원에 국수를 할인 판매하는 마케팅을 벌인다.

메뉴는 명동할머니국수의 대표 메뉴인 할머니국수, 두부국수, 비빔국수 등이다. 이외에도 행사 중 국수사리를 무제한 제공해 50년 전 '밥 인심'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가맹점 개업 행사에는 500m 이상씩 줄을 서는 것이 일반화돼 있다. 꼭 100원짜리 저렴한 국수를 먹겠다는 생각보다 예전 국수집의 정겨움을 느끼고 싶은 고객에게 어필해 효과가 더욱 크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명동할머니국수는 명동 외환은행 본점 뒤편 3평 규모의 허름한 '국수집'에서 유래했다. 워낙 줄을 서는 사람이 많았기에 서서 국수를 먹는 진풍경이 자주 연출돼 '서서먹는 국수집'으로 이름을 알렸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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