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70만원 '분식점 이모'의 비밀, 주인없으면…

머니투데이 박진영 기자 2012.11.12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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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이 1년8개월간 5000만원 슬쩍, 잘되던 분식점 '적자'로 허덕

2006년 조모씨(51·여)는 종로구의 한 분식집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막노동을 하는 남편과 딸과 함께 살고 있는 조씨는 매일 아침 9시에서 밤 9시까지 12시간씩 일하며 한 달에 170만원 상당의 생활비를 벌었다.

하지만 조씨에게는 '가욋돈'이 있었다. 지난해 2월부터 주인이 없는 틈을 타 금고 속 돈을 '슬쩍' 꺼내 가지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밤 8시 30분쯤에도 조씨는 '언제나처럼' 행동했다. 주인 임모씨(47·여)가 가게를 비운 틈을 타 2006년부터 함께 일해 온 종업원 신모씨(53·여)에게 망을 보게끔 하고 금고속에 있던 5만원권 지폐 1장과 1만원 지폐 4장을 몰래 꺼내 가졌다.

조씨는 지난해 2월부터 1년 8개월 동안 '장사가 되는 날'은 5~6만원, '잘 안되는 날'은 2~3만원씩 500여차례에 걸쳐 2000만원 이상의 돈을 챙겨왔다. 훔친 돈은 전세금 등으로 사용했다.



▲ 신씨와 조씨가 각각 분식집 금고에서 현금을 훔치는 모습이 찍힌 CCTV▲ 신씨와 조씨가 각각 분식집 금고에서 현금을 훔치는 모습이 찍힌 CCTV


돈을 가로챈 뒤에는 자기 몫을 뺀 나머지 돈을 카운터 위에 두고 신씨에게 손짓으로 가져가게 해 '사이좋게' 나눴다.

종업원 오모씨(63·여)는 지난해 가을쯤 이 사실을 알았다. 괜히 '손해보는' 느낌이 들었다. 오씨도 행동에 가담해 매일 꾸준히 오천원, 만원짜리를 훔쳐 1000만원 상당의 용돈을 챙겼다.

하지만 이들의 범행은 결국 들통났다. 손님이 꾸준히 오는데도 불구하고 지난해 5월부터 적자가 계속되는 것을 수상하게 여긴 주인 임씨의 특단의 조처 때문.


임씨는 "가게의 CCTV가 고장이 났다"며 조씨 등을 안심시킨 뒤 CCTV를 가동해 종업원들이 금고에서 돈을 훔치는 순간을 포착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주인이 없는 틈을 타 서로 망을 봐주며 1년 8개월동안 5000여만원의 현금을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조모씨(51·여) 등 식당 종업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덜미를 잡힌 조씨 일당은 "주인이 적자를 걱정하는 말을 하는 것을 여러차례 들었지만 남의 일로 생각하고 계속 훔쳤다"며 "주인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며 돈을 갚겠다"고 말했다.

주인 임씨는 "6년 전 가게를 인수받아 영업을 시작한 뒤 종업원들을 친 가족처럼 생각하며 믿고 맡겼는데 큰 배신감이 든다"고 호소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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