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게 된 한화에이스 류현진. 그의 에이전트가 박찬호, 김병현, 추신수의 에이전트로 한국에서도 유명한 스캇 보라스다. ⓒ사진제공 = OSEN
이번 오프 시즌 최대의 관심사는 단연 한화 류현진(25)의 메이저리그 진출 성사 여부이다.
이제 메이저리그가 평가하는 류현진의 시장 가치를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짐작할 수 있게 됐다.
류현진에 대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입찰 금액이 1000만 달러(약 11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배경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슈퍼(Super) 에이전트가 자리 잡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 프런트는 선수 계약 과정에서 곤혹스러울 때 그를 '예수 그리스도의 적(敵, enemy of Jesus Christ)'이라고까지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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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캇 보라스가 자신의 회사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옆의 유리 벽 안에 야구 공들이 담겨져 있는데 박찬호도 자신의 빌딩에 같은 방식으로 장식해놓았다. ⓒ 머니투데이 자료사진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와 세번째 메이저리거 김병현은 스캇 보라스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가 후일 그를 해고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빅 딜(big deal)을 통해 거대한 부(富)를 추구하는 선수들이 '구세주(救世主)'라고 추종하는 스캇 보라스는 과연 어떤 인물일까.
스캇 보라스는 박찬호의 두번째 에이전트이다. 박찬호의 첫 에이전트는 1994년 1월 LA 다저스와 계약금 120만 달러 계약을 맺으며 당시 한국 야구의 시각에서는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메이저리그의 문을 여는 새 역사를 쓴 재미동포 건축가 스티브 김이었다.
박찬호가 6년 이상을 동고동락한 스티브 김과 결별하고 스캇 보라스와 계약을 맺은 때는 2000년 1월이다.
그 해 봄, 어렵게 단독 인터뷰 약속을 하고 보라스를 방문했다. 그는 LA 인근 뉴포트 비치에서 자신의 회사 '보라스 코프(Boras Corp)'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도 변함 없으며 류현진도 11월 이곳을 방문하게 된다.
당시 직원이 70명이 넘었는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건물 지하에 설치돼 있는 컴퓨터였다. 미 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엔지니어가 관리하는 컴퓨터에는 1871년 이후 야구에 관한 모든 경기 비디오와 데이터가 저장돼 있다고 스캇 보라스가 소개했다.
보라스는 선수 출신이다. 마이너리그 야수였던 그는 무릎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접고 법대에 진학한 뒤 1985년 전업 에이전트가 됐다. 처음 10년간은 적자였다는 그는 2008년 말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계약 규모를 다 합하면 약 40억 달러(약 4조4,000억원, 1달러 1,100원 환산) 가량 된다”고 밝혔다.
박찬호도 2001시즌 후 텍사스와 5년간 6,500만 달러에 장기 계약해 보라스의 매출에 기여했다. 그로부터 4년이 흘렀으니 '보라스 코프'의 매출은 50억 달러(약 5조5,000억원)'을 돌파했을 것 같다.
그러나 스캇 보라스에게는 화려한 성공에 가려진 뒷모습도 있다. 지난 2008시즌 후 콜로라도 구단은 스토브리그가 시작되자마자 느닷없이 간판 스타였던 외야수 매트 할러데이를 오클랜드로 트레이드 해버렸다.
콜로라도의 댄 오다우드 단장은 보라스가 뒤에 버티고 있는 할러데이를 잡는 것은 고통스러운 작업이라며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것을 1년 앞둔 시점에서 투수 2, 외야수 1명을 받는 조건으로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박찬호는 텍사스와의 5년 계약이 끝나고 난 후인 2007년 1월 스캇 보라스를 해고하고 제프 보리스와 계약했다. 그 이유는 스캇 보라스의 계약 우선 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더 이상 돈이 안 되는 박찬호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다. 박찬호가 섭섭해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시기에 보라스는 콜로라도에서 홀대 받던 김병현과 계약을 맺고 플로리다 말린스로 트레이드 시켜줬다. 그러나 김병현이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고 메이저리그의 관심 밖이 되자 마찬가지 처지가 됐다.
현재 유일한 한국인 메이저리거인 추신수는 2010년 2월 에이전트 앨런 네로를 떠나 스캇 보라스와 계약을 맺었다. 내년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가 되는 추신수에게 보라스가 어떤 빅딜을 안겨줄지 기대되는데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도 궁금하다.
한편으로 스캇 보라스는 월드시리즈를 현행 7차전에서 9차전으로 늘리고 1,2 차전을 중립지역에서 하자는 주장도 했고 수비에서 예외적으로 뛰어난 플레이를 평가하는 지수인 'EP(Exceptional Play)'를 도입해 야구에서 수비에 대한 가치 인식을 새롭게 하고 그 요성을 부각시키자는 인물이다.
때로는 악명이 높아도 '야구에 죽고 야구에 사는(野生野死)' 에이전트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