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미니' 가격만 비싼데, 전략 변화 신호탄?

머니투데이 최종일 기자 2012.10.24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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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응은 냉담...주가 3% 넘게 빠져

애플이 23일(현지시간) 7.9인치 크기의 '아이패드 미니'를 전격 공개하면서 가격 논쟁이 일고 있다. 경쟁사 제품보다 기능이 더 뛰어나지 않은데도 가격은 훨씬 고가라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아이패드 미니'의 출시가 애플이 처해 있는 치열한 경쟁 상황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시

이날 애플의 주가가 3% 넘게 떨어진데서 알 수 있듯이 아이패드 미니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날 LA타임스는 신제품 발표 소식을 전하면서 "아이패드 미니는 가격이 예상보다 더 비싸기 때문에 아마존의 '킨들파이어' 혹은 구글의 '넥서스 7'으로부터 고객들을 빼앗아오려고 했던 애플의 계획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며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최저 가격을 250달러로 예상했다"고 지적했다.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은 329달러부터 659달러까지로 기존 아이패드보다 가격이 3분의 2로 줄었다. 하지만 구글 등의 같은 사이즈 태블릿에 비해 약 130달러 정도 비싸다. 구글의 '넥서스'와 반즈엔노블즈의 '누크' 가격이 200달러이며, 아마존의 '뉴킨들'이 160달러에서 시작한다.



LA타임스는 (소문에서 사서 뉴스에 팔라는 증시 격언처럼) 애플이 새 제품을 내놓으면 이 뉴스에 사람들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통상적으로 주가가 하락해왔지만, 이번 경우엔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과 연관이 있다고 투자 커뮤니티 밸류워크닷컴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익실현이 아닌 제품에 대한 실망감에 주가가 떨어졌다는 것이다.

'아이패드 미니'의 디스플레이는 7.9인치로 화면이 경쟁사 제품들보다 0.9인치 더 크지만, 해상도는 낮다. 다만 '아이패드 미니'의 두께가 7mm로, 10mm대인 경쟁사보다 얇고 무게도 308g으로 약간 가볍다.

일각에선 적정 가격이란 지적도 나온다. IT 전문가인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터지스의 팀 바자린 회장은 가격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전했다. 아이패드 미니는 이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 수가 27만5000개에 달하는 등 다른 많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태블릿에 비해 강점이 많기 때문에 가격이 적정하다는 지적이다.


노무라증권은 '아이패드 미니' 발표 직전 보고서를 통해 새 제품이 '아이패드3'의 총 이윤폭(제품가의 28~35%)을 지속하기 위해선 329~529달러의 가격으로 책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베어드 이쿼티 리서치의 지난달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242달러 정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노무라증권은 "애플은 '아이패드 사업 부문'의 이윤폭을 지속해야 한다는 내부 압박에 직면해 있지만, 동시에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판매가를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아이패드 미니' 출시를 애플의 전략 변화로 분석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오범의 애덤 리치 애널리스트는 '아이패드 미니'는 애플이 경쟁사들을 따라잡으려고 출시한 것이며, 이는 최근 애플 역사에서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애플은 자사 역사에서 처음으로 구글과 아마존 등 경쟁사들로부터의 시장 압박에 대응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애플은 소비자들의 기호에 부흥하기보단 그들에게 디자인을 강요하는 일이 많았다"며 "아이패드 미니의 출시는 애플의 주목할만한 변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변화는 태블릿PC 시장에서의 점유율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해석했다. '아이패드'는 2010년 전세계 시장 점유율이 80% 이상이었지만 현재는 60% 정도로 하락했다.

그러나 '아이패드 미니'가 시장점유율을 어느 정도 방어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종전 아이패드에 비해 가격이 싼 '아이패드 미니'의 판매비중이 커질 수록 애플의 마진폭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IT 전문가 제이슨 에반겔호는 포브스에 기고한 글에서 "아이패드는 출시 당시 획기적이었다. 칭찬받을만 했고 성공의 이유가 있었다"며 "하지만 오늘 애플은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하지 않았고, 자사의 기존 제품들보다 뒤쳐지는 복사물을 데뷔시켰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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