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한 장면(이하 영화 홈페이지)
수많은 '키보드 위의 전투'가 있었는데 진 씨가 쓴 트윗글의 내용을 몇몇 네티즌이 정리해 모아놓은 것 가운데 일부를 재인용해 소개한다. 그의 독설이 꽤나 재밌다.
'온갖 쌍욕 섞어 꼴패미 성토하는 애들, 정작 여자 앞에 서면 버벅거리며 말도 못 해요. 그렇게 차이고 돌아와서 'XX'(한 인터넷 게시판 이름)에 들어가 '된장녀'라고 가열차게 성토질 하는 거죠. 여우와 신포도...'
↑의 한 장면
그러나 그는 민주주의와 관련해 더 중요한 사안인 선거관리위원회 사이트 디도스 공격사건에 대한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주장을 '음모론'이라고 폄훼하다가, 해당 분야 전문가인 미국의 한 대학 교수가 트위터에서 기술적 근거를 갖고 반박하자 해당 교수를 일방적으로 '블록'(차단)해버리기도 했다.
#. 진 씨는 자신이 가진 진보적 가치에 반하는 이들에 대한 공격적 성향은 강하지만, 많은 진보 지식인들이 갖고 있는 사회적 열패자에 대한 측은지심은 별로 없어 보인다. 사회적 화합을 위해 열패자들의 지치고 상처받은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일은 그들에게 바람직한 가치관을 가르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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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씨는 트위터에서 여성을 욕하는 대신 '너희들을 그 처지로 만든 힘 센 넘들...게임규칙을 부당하게 짠 그 넘들...걔들을 욕해야지.(안철수가 그걸로 뜬 거야)'라고 적고 있다. 물론 대선예비후보 안철수가 부당한 기득권 세력을 비판한 일은 있지만, 진 씨 자신이 사회적 지명도를 얻은 방식 그대로 '안철수 현상'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
안철수는 기득권을 비판해 뜬 게 아니라, 힘들어 하는 젊은이들을 비롯한 세상 사람들의 목소리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위로해서 뜬 것이다. (영화 이야기 한다고 제목에 써놓고선 계속 엉뚱한 소리 한다고 뭐라 그러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조금만 참아주시라. 다 영화 설명하려고 쓴 말이다)
↑영화 포스터
'평미남'(평균에 못 미치는 남자)인 중국집 배달원 강대오가 '언감생심' 여대생을, 그것도 운동권 여학생의 사랑을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렸다. 강대오가 얼떨결에 사랑하는 그녀를 따라 학생운동의 한 복판으로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들이 탄탄하게 구성돼 웃음과 함께 진한 페이소스도 준다.
영화는 1985년 대학생들의 미국 대사관 점거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로 인해 치열했던 민주화 과정을 희화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일부 나온다. 하지만 이는 영화를 보고 나면 저절로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록 묘사가 코믹하긴 해도 젊은이들의 순수한 열정과 진심으로 세상을 좋게 하는데 일조한 학생운동의 본질은 다치게 하지 않았다.
역시 코미디 장르인데 괜히 '호러'라는 말을 더 붙여 완성도를 떨어뜨린 최근 개봉작 '점쟁이들'과도 비교됐다. 조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원맨쇼'로 영화 전체를 끝까지 끌고 나가는 배우 김인권의 힘이 멋졌다. 자연인이 아니라 배우로서 그는 굉장한 미남이다.
#. 이 영화는 '매너, 교양, 화법...그리고 무엇보다 인내와 사랑...그것이 여성으로부터 사랑 받는 지름길'이라는 진 씨의 트윗글과 마찬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점은 사회적 열패자를 오만하게 가르치려 드는 대신, 그들의 애환을 공감하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면서 진심의 가치에 대해 가슴으로 설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트위터 팔로우를 거느린 지식인 한 사람의 독설보다는 인간적인 코미디 영화 한 편이 가진 힘이 내겐 훨씬 더 커보였다. 적어도 내 눈엔 진중권보다는 이 영화의 감독인 육상효가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진보지식인으로 보인다.
이 영화는 말한다. 세상을 결국 바꾸는 건 사상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물론 사랑도 마찬가지고.
↑의 한 장면
↑의 한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