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영화 홈페이지(이하 동일)
전편 '다크 나이트'가 영화 사상 가장 머리가 좋은 악당인 '조커'를 통해 탐욕과 이기심에 물든 인간 심리를 꼬집었다면, 이번 신작은 한발 더 나아가 세상을 이루는 큰 틀인 '민주주의 국가'와 '자본주의' 체제의 모순과 허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따라서 영화는 "민주주의는 좋다. 다른 제도가 더 나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라는 인도의 정치가 네루처럼 기존 정치·경제제도의 모순에 대한 경고를 담는 정도에만 머무른다.
하지만 관객에게 던지는 메시지에선 전작보다 진일보한 내용을 담았다. '어떻게 해야 행복해질 수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웨인은 최강의 악당들과 상대하는 과정에서 우울한 절망의 우물에서 빠져나와 진짜 행복의 의미를 찾게 된다. 그 이야기의 전개는 단순한 할리우드식 '해피엔딩' 방식이 아니다.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저서 '행복의 정복'에서 자신에게 지나치게 몰입하는 사람은 불행해진다고 지적했다. 정신분석학적인 억압이 있는 한 행복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러셀은 이런 사람의 유형을 크게 3종류로 나누었다. 자기도취에 젖거나, 과대망상에 빠지거나, 죄의식에 사로잡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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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취에 빠진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서 우월감을 느끼고자 하는 출세주의자들이다. 영화에서 주가조작으로 웨인의 회사를 뺏으려다 결국 죽음을 당하는 웨인의 경쟁사 회장 그리고 고담시장, 경찰청 부청장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과대망상은 좀 이보다 심각한데, 사랑받기 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길 원하는 부류다. 매력보단 권력을 추구하고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증오로 가득 찬 사람들. 그릇된 세상을 멸망시키고자 하는 '어둠의 사도' 악당 베인이 바로 그런 경우다. (과대망상에 빠진 악당이 하나 더 있는데 스포일러이므로 여기선 언급을 생략한다)
집사 알프레드의 조언대로 평범하고 조용한 일상의 즐거움을 인생의 이상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그 계기는 웨인 스스로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한때 자신을 배신까지 했던 캣우먼을 믿으면서 비롯된다. 그녀에게 새로운 인생을 아무런 대가없이 주면서 자신도 새로운 행복을 찾게 된다. 누구나 '받는 사랑'을 좋아하지만 결국 행복은 '주는 사랑' 속에 있다.
사족. 구성이 탄탄해 이 영화만 봐도 줄거리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지만, 전작인 '베트맨 비긴즈'와 '다크 나이트'를 먼저 본다면 이 영화의 재미가 배가된다. 액션 장면은 거의 아이맥스 카메라로 찍었다고 한다. 웬만하면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