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박찬호 은퇴? 퍼펙트게임 남았다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9.29 10:05
글자크기
↑ 박찬호가 1999년 LA 다저스 시절 스프링캠프에서 데이브 월러스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플로리다 베로비치 다저 타운이다. 그 때 박찬호는 라이징 패스트볼이 주무기였다. ⓒ 머니투데이 자료사진 ↑ 박찬호가 1999년 LA 다저스 시절 스프링캠프에서 데이브 월러스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불펜 투구를 하고 있다. 플로리다 베로비치 다저 타운이다. 그 때 박찬호는 라이징 패스트볼이 주무기였다. ⓒ 머니투데이 자료사진


한화 박찬호(39)가 올 시즌 마지막 등판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에 대한 해석들이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최종 등판에서의 투구 내용과 결과에 따라 ‘은퇴를 결심할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추측들이 기사화됐다.

최근에는 공주고 선배인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로 이적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물론 그 배경에는 내년 시즌 1군에 진입하는 제9구단 NC 다이노스에 대한 선수 보강 지원 방안에 따라 NC 다이노스가 기존 팀에서 보호 선수 20명 외에 1명씩을 지명해 원 소속 구단에 보상금 10억원을 지급하고 데려올 수 있는 기회가 있기 때문이다.



박찬호가 과연 한화의 보호 선수 20명 명단에 들어갈 지가 초미의 관심사이고 만약 포함되지 않는다면 NC 다이노스의 지명 여부도 역시 벌써부터 궁금하다.

◇ 9월초 이후 한달째 등판 안해.. NC행 소문등 무성



한편으로는 박찬호가 올시즌 우리 나이로 40세의 나이에 22경기에 등판해 115 1/3 이닝을 던지면서 허리와 팔꿈치 통증이 발생했고 5승9패 평균 자책점 5.07로 외형상 부진했다는 평가도 있다.

그는 9월2일 KIA전에 선발 등판해 3이닝 동안 7실점한 뒤 한 달 가깝게 쉬고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이미 한화가 사실상 최하위권이 확정된 시점인 10월에 최종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니 박찬호가 그 게임에 어떤 의미를 찾으려는 것인지 쉽게 짐작하기 어려운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과연 박찬호는 ‘은퇴’를 화두(話頭)로 놓고 고민하고 있을까? 박찬호를 오랜 기간 취재했던 경험으로 적어도 그가 야구 자체, 투수로서의 경기력에 대한 불안이나 의구심을 가지고는 절대로 은퇴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박찬호가 개인적으로 정밀 진단을 받은 팔꿈치나 허리 통증에서 선수 생활 지속이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은퇴를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박찬호가 모든 것에 앞서 생각하는 가족의 바람도 은퇴의 사유가 된다.

◇ 메이저리그 랜디 존슨, 41세에 최고령 퍼펙트게임 대기록

그러나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의 반열에 올랐고 일본 프로야구를 거쳐 마침내 한국야구로 돌아온 박찬호에게는 아직 투수로서 도전할 것이 남아 있다.

올 시즌 초반 박찬호가 선발 등판한 경기는 첫 게임부터 7경기 연속 매진이 됐다. 홈과 원정이 아무 상관이 없었다. 이 역시 세계 야구사에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그 만큼 박찬호가 우리 프로야구에 기여할 부분이 여전히 있다.

지난 2004년 5월1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좌완 랜디 존슨은 41세, 정확히 40살7개월9일의 나이에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령 퍼펙트 게임 대기록을 세웠다.

원정인 터너 필드에서 열린 애틀랜타전에서 9이닝 동안 탈삼진 13개를 빼앗으며 1904년 사이영이 작성한 37살 1개월의 나이에 작성한 최고령 기록을 100년 만에 경신한 것이다.

이 경기에서 랜디 존슨은 9회말 투아웃에서 애틀랜타 보비 콕스 감독이 마지막 희망을 걸고 내 세운 대타 에디 페레스를 헛스윙 삼진으로 주저앉힐 때 시속 158km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117구째에 그 정도 스피드를 기록했다.

물론 박찬호가 신체 조건에서는 랜디 존슨 급의 대투수는 아니다. 그러나 그는 아시아에서 태어난 첫 메이저리그 투수가 됐고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아시아 출신 최다인 124승 기록을 작성했다.

박찬호의 은퇴 가능성을 언급하는 기사들을 읽으며 랜디 존슨에 이어 케니 로저스가 생각났다. 랜디 존슨이 퍼펙트 게임을 작성한 2004년 좌완 케니 로저스는 40세였다.

◇ 케니 로저스도 40세에 투수인생 제2의 황금기

케니 로저스도 2004년 텍사스 레인저스 에이스를 맡아 5월4일 탬파베이전에서 완봉승을 거두는 등 투수 인생 제2의 황금기를 40세에 구가했다. 당시 박찬호도 텍사스에 있었고 같은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 소속이어서 케니 로저스에 대한 관심이 더 컸다.

그런데 깊숙히 취재를 해보니 케니 로저스가 랜디 존슨의 슬라이더나 박찬호가 전성기 때 구사한 파워 커브의 스피드에도 못 미치는 패스트볼을 가지고 타자들과의 승부를 승리로 이끌어가는 배경에는 그의 좌절과 노력이 있었다.

그는 "어쩌면 부상을 당한 것이 내가 진정한 투수가 되는 가장 큰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케니 로저스는 뉴욕 양키스 유니폼을 입은 첫해인 1996년 스프링 캠프 때 팔 부상을 당한 후 볼 스피드가 뚝 떨어졌다.

케니 로저스는 "시간이 갈 수록 구위가 떨어지는데 미칠 지경이었다"며 "내가 살 수 있는 길은 (타자의 약점을 공략할 수 있는) 투구법을 배우는 것(learnig how to pitch) 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케니 로저스는 볼 스피드의 완급 조절(change speeds), 스트라이크 존의 낮은 쪽으로의 컨트롤(location), 새로운 구질인 싱커 등의 개발을 이뤘다. 케니 로저스는 "그 때 나는 비로소 투수가 되기 시작했다"고 표현하며 그것은 내게 혁명이었다고 설명했다.

박찬호에게 올시즌은 한국야구 복귀 첫해였다. 한국프로야구에 적응하는 시기로 판단된다. 그가 도전할 목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노히트노런, 퍼펙트 게임을 40세에도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내년 만 40세가 되는 박찬호에게는 마지막 등판이 아니라 새로운 혁명이 필요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