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vs 박지성, ○○로 한판 붙었다고?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8.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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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호의 체인지업]

‘야신(野신)’이라고 불리는 김성근(70) 고양 원더스 감독과 퀸즈 파크 레인저스(QPR)의 주장인 ‘산소 탱크’ 박지성이 장외(場外)에서 한판 세게 붙었다.

야구 지도자로, 한국인 최초의 프리미어리거로 야구와 축구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스포츠인들이 광고 모델로 경쟁하는 것이어서 그 결과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그것도 ‘홍삼(紅蔘)’ 이라는 같은 제품이다.



우리 나이로 일흔 한살, 여든을 바라본다는 망팔(望八)의 연세에도 독립야구단 원더스 감독을 맡아 그라운드에서 좌절한 선수들을 키워내고 있으며 오는 30일 서울에서 개막되는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의 홍보 대사를 맡는 등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이 출연한 KGC 인삼공사의 정관장 홍삼 TV 광고가 시작됐다.

↑NH농협 홍삼제품 한삼인 모델로 발탁된 박지성 선수↑NH농협 홍삼제품 한삼인 모델로 발탁된 박지성 선수


NH 농협이 ‘한국 축구의 에이스, 산소 탱크, 프리미어리거라는 수식어 보다 학생이라는 호칭을 제일 좋아한다’는 박지성(31)을 내세워 자사의 홍삼 제품인 ‘한삼인’을 광고하고 있는 상황에서 KGC 인삼공사가 김성근 감독을 전격적으로 CF 모델로 발탁해 맞불을 놓은 것이다. 양사의 CF 컨셉도 대조적이다.



먼저 시작한 NH농협은 박지성의 젊음과 역동성에 초점을 맞추었다. 반면 KGC 인삼공사는 김성근 감독의 지론인 ‘만족하면 거기서 끝이야’와 ‘음, 믿을 만하네’를 강조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작년 시즌 중이던 8월 SK 감독직에서 물러 난 이후 핫 초코 미떼 광고를 통해 건재함을 보여줬고 이번에는 정관장 홍삼 드링크 제품으로 등장했다.

IBK 기업은행이 원로 방송인 송해(85)씨를 파격적으로 CF 모델로 발탁해 1000억원이 넘는 예금을 유치하고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은행, 기업은행과 거래하면 기업을 살린다는 이미지를 정립하는데 성공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KGC 인삼공사가 김성근 감독을 홍삼에 연결시킨 것으로 광고계는 분석하고 있다.


홍삼 제품을 놓고 야구와 축구, 나이차가 무려 39세가 나는 원로급 감독과 현역 프리미어리거의 CF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KGC인삼공사의 정관장 홍삼 드링크 모델로 나선 김성근 감독↑KGC인삼공사의 정관장 홍삼 드링크 모델로 나선 김성근 감독
‘김성근 감독-박지성’처럼 현재 야구인으로 TV 광고에 등장하는 선수는 한화의 박찬호(39)가 있다. 우리 나이 40에 현역 선발 투수로 뛰고 있을 만큼 건강 관리를 잘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 유한양행이 자사의 대표적인 영양제 삐콤씨 광고에 박찬호를 등장시켰다.

이 역시 경쟁사인 대웅제약이 축구 스타 차두리를 간 영양제 우루사 광고 모델로 기용해 대 성공을 거둔 것에 자극을 받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삐콤씨가 박찬호 효과를 얼마나 볼 것인가 역시 업계의 큰 관심사이다.

스포츠인을 CF 모델로 활용하는 것은 일반적인 ‘스타 마케팅’과는 차이가 있다. 스포츠인은 대중적 ‘인기’라는 요소에다가 피땀 흘리는 훈련과 치열한 승부로 상징되는 ‘진정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그리고 요즘 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진정성 마케팅’이다. ‘진정성의 힘’의 저자로 이 분야의 권위자인 제임스 길모어는 ‘기업이 설사 약점이 있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줄 때 소비자들이 진정성을 느낀다’고 했다.

그런데 소비자가 원하는 진정성을 스포츠인들은 그 자체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김성근 감독과 박지성의 진정성을 의심할 국민은 한 명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인이 광고에서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99년 흥미로운 ‘빵 대결’이 펼쳐졌다. 당시는 박찬호가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에이스급 활약을 하며 국민적인 스타로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을 때였다.

이 시기에 스타의 인기를 마케팅에 활용해 그 이름을 딴 빵 제품들이 출시됐다. 박찬호를 내세운 ‘찬호 빵’과 인기 개그맨 김국진의 ‘국찐이 빵’이었다.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이 광고에서 정면 대결을 펼친 것이었는데 그 결과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의외였다’고 평가 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2010 밴쿠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 김연아(22)는 지난 4월 맥주 광고 모델로 나섰다가 큰 낭패를 겪었다.

급기야는 탁구 스타 출신인 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이 미국의 ‘25세 미만의 스포츠 스타, 모델, 연예인의 주류 광고 출연 금지’ 규정을 고려해 우리도 같은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나섰다.

청소년 음주가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특히 스포츠 스타들의 주류 광고 출연을 엄격히 규제하고 있는데 김연아와 맥주의 이미지는 ‘진정성’이라는 관점에서 전혀 연결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는 비록 메달을 따내지는 못했지만 리듬체조의 손연재가 국민적 스타로 떠올라 광고계의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스포츠인이 진정성을 잃으면 가치가 급락하고 때로는 추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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