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창업자들은 어디에 갔을까?

머니투데이 김철호 호원대학교 식품외식조리학부 겸임교수 2012.09.1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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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산업 박람회’가 학여울역에 위치한 서울무역전시장에서 개막했다. 3일 동안 열리는 이번 행사는 28회째를 맞는 오랜 역사와 대표성을 띄는 박람회로써 창업 트랜드를 한 눈에 가늠해 볼 수 있는 기회라 꾸준히 참석하는 편이다.

그런데 불황의 여파 때문인지, 평일 이른 시간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예전 명성에 걸맞지 않게 창업자들의 모습이 현저히 줄어들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행사장 쪽에선 개막을 축하하며 관계자들의 행렬로 북적였지만, 상대적으로 박람회가 열리는 행사장 안은 한적하기 까지 했다. 다른 날의 스코어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몰라도 방문 당시의 풍경은 그랬다.

소자본 창업 업종에만 간간히 상담과 창업자들의 관심이 쏟아질 뿐, 지방에서 올라오는 열혈 예비 창업자도, 미래를 꿈꾸는 젊은 학생들의 모습도 찾을 수 없었다.



◇ 프랜차이즈 박람회... 옛날모습 다 어디로..
다양한 아이템이 공존하며 활기찬 커뮤니케이션과 이벤트가 펼쳐졌던 그때의 광경이 아니었다. 한 마디로 열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다. 이는 자영업자들이 처한 작금의 현실과 자화상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함을 안겨줬다.

‘그 많던 창업을 원하던 사람들은 다 어디에 있는 것일까.’ 란 의문점이 생겼다. 유용한 정보를 얻고, 창업시장의 현재 상태를 가늠해 볼 수 있는 확실한 통로인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조차 이들을 찾기가 어려워졌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프랜차이즈 형태의 창업이 인기가 시들해 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정성과 편리성이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만큼 독립형 보다는 프랜차이즈형 창업이 선호도나 비율 면에서 더 높아지는 추세기 때문이다.


그 원인은 새로운 업종 출현이나 유행을 선도해 나가는 킬러앱(killer app) 아이템의 부재에서 찾는 것이 빠를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외식 업종이 더욱 심각하다.

얼마 전, 고기 전문점 운영이 힘들어져 업종전환을 위해 상권조사를 하러 다닌다는 지인을 만났다. 그녀가 대뜸 한다는 소리는 ‘혼란’ 이었다.

“창업박람회를 돌아 다녀 봐도 인터넷을 뒤져봐도 신문광고를 살펴봐도 항상 비슷한 브랜드나 업종뿐이라 혼란만 가중된다. 지금은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실제로 인기 업종은 포화상태에 따른 경쟁이 치열하고, 소자본 창업이라 내건 분식, 치킨, 도시락 등은 관심은 있지만 점포 비가 만만치 않아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이래저래 외식 창업이 아닌 아이디어 형 서비스 업종이나 초기 창업비용이 적게 드는 무점포 창업을 고려해야 할 판이라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경제가 어렵고,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 가장 먼저 지출을 줄이는 부분은 다름 아닌 ‘외식’이다. 장기간 불황이 계속되다 보니 소비자도, 잠정적 창업자들도 몸을 사리는(?)현상이 두드러진 것이다.

◇ 여기다 싶을때 쏠림현상.. 시장 악화시켜..
여기에 된다 싶은 아이템에만 투자하는 기업들의 ‘쏠림 현상’, ‘리딩 아이템의 부재’라는 뼈아픈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 창업자들이 올인 하기는 만무하다는 지적이다.

음식점 창업의 경우 온 가족의 생사(生死)를 결정짓는 생계형 창업이 대다수를 차지하는데 지금의 상태라면 활발한 거래를 기대한다는 게 무리일 수 있다.

일방적으로 한 쪽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겠지만, 시장을 둔화시키고 창업자들을 망설이게 하는 데는 프랜차이즈 운영전략 측면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행을 쫓아가는 창업본사의 전략 말이다.

최근 유난히 튀는 아이템을 꼽으라면 닭 강정과 떡볶이를 포함시킨 분식카페, 고기 부속물이나 발(족발, 닭발 등)을 들 수 있다. 이번 박람회에서도 이런 경향은 그대로 나타났다. 이들 아이템은 시식이나 가맹상담도 활발히 이뤄지며 인기를 끌었다.

인기를 끈다고 이게 유망창업아이템은 아니라는 점은 자명한 일이다. 그동안 인기아이템의 몰락을 수없이 제시한 창업시장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도 남는다.

한 가지 고무적인 것은 올 초까지만 해도 일방적으로 압승을 거뒀던 커피나 베이커리 대신 아이디어나 메뉴의 차별화를 앞세운 소점포 형태의 외식 아이템들이 고른 관심을 얻으며 실속형 창업이 부상했다는 점이다.

이는 겉모습과 화려한 타이틀 보다는 수익률과 비전을 내다보려는 창업자들의 심리가 투영됐다고 볼 수 있다.

정보를 찾는 루트는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발로 뛰어서 내 것을 만들어 내는 정보만큼 확실한 것은 없을 것이다.

◇ 굳이 박람회 아니어도 ..발로 뛰어서 찾아야
유용한 정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교육도 받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듣고, 상권 공부도 겸하여 알뜰히 창업을 준비한다면 굳이 기약 없는 내일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때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라, 스스로 만들어 내는 일임을 잊지 말기를 당부한다.

창업 박람회 역시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야 한다. 현 창업시장을 체감할 수 있는 바로미터이자 인증기관에서 검증을 마친 양질의 브랜드를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최적의 기회는 다름 아닌 박람회다.

예비창업자들은 당연히 믿음 반 절실한 마음 반으로 찾을 것이다. 해년마다 되풀이되는 연례행사나 그들만의 잔치가 아닌 예전의 명성을 찾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창업자를 위한 박람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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