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는 기술이 아닌 미학(美學)으로 승화시켜야

머니투데이 김철호 호원대학교 식품외식조리학부 겸임교수 2012.08.30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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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호의 음식장사 이야기>

“IMF도 겪어봤고 수많은 어려움을 경험했지만, 요즘처럼 장사하기 힘들진 않았던 것 같아요.”

보다보다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며 음식점 주인은 혀를 내둘렀다. 대형점포나 영세한 점포나 할 것 없이 자영업자, 특히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들의 볼멘소리가 가득하다.

이러한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로 인해 ‘개인 사업자 몰락’ ‘자영업자의 위기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외식 시장에서 가장 두려웠던 요인으로는 천재지변으로 인한 여파, 돼지 콜레라나 광우병 혹은 조류독감과 같은 전염병 확산 등 정말 ‘어쩔 수 없는 일’들이었다.

물론 세계 경제 흐름과 국내 시장 위축, 내수불안으로 인해 소비경기가 나빠져 발생하는 도미노 현상도 큰 축을 차지한다. 하지만 현재 벌어지는 일들은 여러 해 계속되어왔던 현상으로 치부하기에는 심하다.



특별한 원인과 대책을 찾을 수 없으니 음식점들은 답답한 심정이다.

그러나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고 위기를 기회로 삼아 더 높은 단계로 점프하는 ‘스타’들의 출몰은 오히려 이러한 분위기에서 나왔던 전례가 있다.

온 국민이 국가비상시국을 맞았던 IMF 때 역시도, 전반적인 침체 속에서 몇 몇 눈에 띄었던 브랜드가 기억이 난다. 매출 추이의 변동 없이 맛 집을 계승시키며 오늘날까지 승승장구하는 오랜 전통의 음식점들도 여럿 있다.


시장이 침체됐다고 해서 모두가 상실감을 가진 채, 신세한탄만 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거다.

장사는 기술이다. 아니 미학(美學)일 수 있다. 스케일도 달라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주먹구구식 운영으론 절대 성공에 이를 수 없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란 말이 있듯이 고객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과 서비스를 펼쳐야만 기술을 발휘해 성공 반열에 오를 수 있다.

치킨의 경우 한 브랜드가 많게는 1,000여 개가 넘는 점포를 보유하기도 한다. 동일한 시스템과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지만, 매장 각각의 사정은 다르다.

가맹점주의 장사 스킬에 따라 운영 능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맛’에 대한 매뉴얼을 잘 지키고 있는가, ‘고객관리’를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 ‘서비스의 마인드’는 어떻게 펼치느냐에 따라 승패는 갈릴 수 있다.

고객 유치와 고정고객층 확보로 인한 안정적인 운영방침은 주인장 스스로 해답을 찾아내야 하는 셈. 창조자의 기질을 발휘하기도, 때론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감독의 역할도 하는 것이다.

성공적인 가게 운영과 롱런의 비결은 이러한 장사 기술이 어우러져 만들어 진다. 소위 말해 예술의 경지에 오르는 스킬을 발휘한다면 이때는 단순히 기술이 아닌 장사의 미학이라고 부른다.

장사가 너무 안 된다는 치킨 가게의 고민을 듣고 문제점을 찾아보기 위해 방문한 적이 있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기 전 왜 가게에 손님이 없는지 간파할 수 있었다. 빛바래 낡은 포스터가 문 입구에 떡하니 붙여있고, 군데군데 얼룩이 껴 있던 문틈이 말해줬다.

그럼에도 사장은 나라 탓, 손님 탓만 하며 불평불만을 토로하는데 바빴다. 치킨 시장, 그것도 배달 중심의 브랜드 같은 경우는 10대나 젊은 층에 의존하는 비중이 크다. 그래서 여름 방학 시즌에 높은 매출을 기록하기도 하고 그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아이돌 스타들이 모델로 활동하는 것이다.

변화무쌍하고 트랜드를 중시하는 주요 타깃 층을 망각한 행동이다. 결재 대상자인 부모들은 비위생적으로 보이는 매장에 신뢰가 떨어질 테고, 이미 활동을 그만둔 모델을 걸어둔 게으른 매장에 흥미를 느끼는 고객들은 드물 테니 장사가 잘 될 리 만무하다.

다른 사람 탓을 하기 보다는 매장 주변을 한 번 더 깨끗하게 청소하고 홍보 전단지를 돌리고, 주변 상인들과 교류를 쌓으며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을 꾸준히 펼쳤다면 생산적인 결과를 얻었을지 모른다.

바로 ‘입소문 효과’ 혹은 ‘진정성 있는 마케팅’에 대해 기대를 걸 수 있어서다. 아직까지 외식을 즐기는 소비자들은 ‘정성’과 ‘진심’이란 코드에 100% 공감하고 충성하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가게 매출이 떨어지는 것만 걱정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체계적인 고객관리 시스템을 가동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무엇보다 점포의 성공은 고객관리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은 보편화된 진리다. 손님들에게 관심을 갖고, 행동을 관찰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장이 불황에도 강한 면모를 보인다.

충성고객층이 확고히 버티는 음식점이 망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무조건적으로 맛만 연구하고 직원관리만 신경 쓰는데 바빠서 손님과의 교감을 놓쳐버리는 행위는 가게의 지속성을 위해서도 최적의 선택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방화동에 위치한 대박 막창집의 경우는 사장은 다른 일은 전혀 안하고 손님 컨트롤과 서비스에만 전념한다. 그러다보니 고객 데이터에 따른 취향이나 특성을 간파해, 적시적소에 고객들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펼친다. 이 전문화된 전략은 예전의 실패를 반추하며 성공반열에 오르게 했다.

사상 최악의 불황이 계속되는 요즘에야 말로, 단순하고 얄팍한 기술이 아닌 차원이 다른 장사의 미학을 발휘해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감동 있는 서비스와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반전을 꿈꿀 수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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