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주로 1개뿐인 울란바토르공항…경제성장'발목'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2.08.2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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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설의 미래를 묻는다<3-2>]몽골사례로 본 SOC 투자 중요성

활주로 1개뿐인 울란바토르공항…경제성장'발목'



[글싣는 순서]
⑴해외시장으로 등떠밀리는 건설사들
⑵해외시장 '정부·新동력' 있어야 롱런
⑶국내시장 '건설투자 축소'에 직격탄
⑷경제성장 못 따라가는 'SOC인프라'
⑸'레드오션' 공공시장에 몰락한 건설사
⑹'천덕꾸러기 된 주택사업 새 기회 없나
⑺건설산업 살리는 '구조조정'이 답이다
⑻'부실 늪' 부동산PF 대안을 찾아라



- 광산 개발해도 인프라 부족 인력·자재 수송 한계
- 국내 반대 컸던 인천국제공항 등 수익 효자 노릇
- MRG·부대사업 운영권 보완 민자 사업 확대해야




활주로 1개뿐인 울란바토르공항…경제성장'발목'
 박흥순 대한건설협회 SOC·주택실장은 지난해 몽골을 방문했던 기억이 아직 뇌리에 선명하다. 몽골의 광활한 고비사막이나 끝없는 지평선을 드러낸 평야를 봐서가 아니다. 울란바토르공항에 있던 한 개뿐인 활주로 때문이다.

 박 실장은 "공항 활주로가 하나밖에 없어 바람 방향과 맞지 않으면 비행기가 뜨질 못해 며칠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생기고 횡단철도 역시 몽골에는 하나만 있다"며 "문제는 광산개발을 해도 인프라시설이 워낙 열악해 인력과 자재 등을 이동할 수단이 마땅치 않아 정부의 의욕적인 경제개발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에겐 SOC(사회간접자본)의 필요성을 몸으로 체험한 현장이었다. SOC는 미래를 내다보고 추진해야 한다. 도로나 항만, 철도 등 인프라를 건설해놓으면 당장은 수요가 기대에 못미쳐 손실을 볼 수 있어도 앞으로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척추로 작용하고 혈맥이 될 수 있어서다.

 박 실장은 "SOC는 마치 우물을 파놓는 작업과도 같다"며 "일단 우물이 있어야 물을 길어 주민들이 살아가는데 기초적인 터를 마련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빗댔다.

 SOC는 이러한 속성 때문에 당대에는 반대에 부딪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대규모 SOC사업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야 하니 실효성은 떨어지고 재정부담만 야기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1970년 개통된 경부고속도로가 대표적 예다. 67년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발표했을 때에도 거센 여론의 반대에 직면했다. 결과적으로 경부고속도로는 산업화 진행과정에서 수도권과 영남 공업지역을 연결하는 대동맥으로 작용했고 전국을 1일 생활권으로 묶어 사회·경제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경부 KTX(고속철도)가 놓이면서 전국 생활권 90분대 시대를 열은 것도 마찬가지다. 승용차 통행비용의 40%, 통행시간은 57%를 줄여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디젤기관차가 전기로 바뀌면서 서울-부산 기준 운영비용이 연간 497억원 절감됐을 뿐 아니라 환경피해와 에너지 소비 절감이란 부수적 효과도 얻었다.

 인천국제공항의 사례도 같다. 8년4개월의 공사기간을 거쳐 2000년 1단계 건설을 마친 인천국제공항은 당시에도 여론의 반대가 심했다. 이후 인천국제공항은 공항분야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7년 연속 1위를 차지할 정도로 국제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 운영을 통해 매년 1조원 넘는 수익을 내고 있고 최근 10년간 연평균 190억원의 지방세를 납부, 인천 중구청 전체 세입의 2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지역경제에도 톡톡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이처럼 국가경제의 디딤돌 역할을 해온 SOC 투자는 2008년 이후부터 뒷걸음질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가 채무문제가 심각해지면서 대규모 재정을 투자해야 하는 SOC에 대한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건설투자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했던 SOC사업이 위축되면서 주택경기 침체에 빠진 건설업체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이인근 대한토목학회 연구소장(서울시립대 교수)은 "지금의 도로나 물류 등의 인프라는 국민소득 5000달러 시대에 대부분 건설된 것"이라며 "앞으로 2만~3만달러 시대에 대비한 선제적 인프라 투자를 안하면 숙제를 미뤄놓은 격이어서 결국 나중에 한꺼번에 부담을 떠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정부가 한정된 재원을 갖고 살림살이를 하면서 어디에 쓸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며 "주택·에너지·물 인프라 투자를 게을리하면 도시경쟁력이 후퇴되고 국가의 미래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인프라 투자에 대한 정부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국가의 SOC 투자를 대신할 민자사업이 제 구실을 못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가장 큰 원인으로는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민자사업 방식의 수익률은 연 5% 중반. 최소 10년 이상 투자해야 하는 민자사업의 특성상 5%대 수익으로는 투자자 모집이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가 민자사업자에게 최소한 수익을 보장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가 특혜 논란과 정부의 재정악화에 따른 폐해로 없어진 것도 민자사업의 축소로 이어졌다.

 한승헌 연세대 교수는 "MRG는 도로 건설과 운영을 맡은 민자사업자들이 당초부터 교통수요 예측을 뻥튀기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흥행성적에 따라 수입이 연동되는 영화배우들의 '러닝개런티'처럼 도로 통행량마다 정부가 통행료를 얹어주는 방식 등으로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대사업 운영권을 통해 유인하는 방법도 있다. 한 교수는 "이를 테면 민자사업자가 군인아파트를 지으면 주변 레스토랑이나 유치원 사업의 운영권을 주거나 쇼핑몰 등의 부대사업을 줘 모자란 수익을 벌충하도록 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며 "정부가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검토하지 않고 있지만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민자사업은 고사하고 건설투자의 활로 마련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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