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해외건설, '明暗'은 있다"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2.08.1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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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한국건설의 미래를 묻는다 <1-3>]눈부신 외형성장뒤 선명한 '그림자'

"눈부신 해외건설, '明暗'은 있다"



[글싣는 순서]
⑴해외시장으로 등떠밀리는 건설사들
⑵해외시장 '정부·新동력' 있어야 롱런
⑶국내시장 '건설투자 축소'에 직격탄
⑷경제성장 못 따라가는 'SOC인프라'
⑸'레드오션' 공공시장에 몰락한 건설사
⑹'천덕꾸러기 된 주택사업 새 기회 없나
⑺건설산업 살리는 '구조조정'이 답이다
⑻'부실 늪' 부동산PF 대안을 찾아라



- 발주처 고의로 국내건설사간 경쟁붙여 저가낙찰 유도
- 자재활용등 공공·민간 정보공유 원가관리능력 키워야
- 리스크 큰 EPC 아닌 엔진·핵심부품 중심 사업 주장도




↑현대건설 쿠웨이트 오일 컴퍼니 파이프라인 공사. ⓒ쿠웨이트=이기범 기자.↑현대건설 쿠웨이트 오일 컴퍼니 파이프라인 공사. ⓒ쿠웨이트=이기범 기자.
#사례1. 한화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얀부에 짓는 마라픽발전소. 여기에 설치되는 대형 터빈과 보일러는 모두 한국기업 제품이다. 거푸집에 쓰이는 철근과 지지대, 소형발전기 등도 한국산이 70%가량을 차지한다. 마라픽발전소를 통해 벌어들인 외화는 대부분 국내에 유입돼 외화가득률이 다른 해외건설 현장보다 높은 편이다. 외화벌이는 물론 국내업체의 동반 수출길도 열려 1석2조 효과다.

#사례2. 지난해 말 쿠웨이트 사막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파이프 매립공사가 한창이었다. 쿠웨이트 남부에서 생산한 원유와 가스를 중부의 도하발전소와 북부에 있는 사비야발전소까지 파이프라인을 통해 연료를 공급하는 공사다.



가스와 오일 파이프라인 길이만 서울∼부산 왕복거리인 812㎞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현장이 사막 한가운데여서 작업에 속도를 내기 어렵고 공사범위가 워낙 넓어 현장 관리도 매우 까다롭다. 공사 수주를 위해 입찰금액을 최대한 낮춰 빡빡이 써낸 탓도 있지만 공사 현장의 특성으로 예상치 못한 비용 증가가 발생, 손해를 감수하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현지 근로자들은 귀띔했다.

◇해외건설, 그림자 선명
국내에서 등떠밀리다시피 진출한 해외건설시장에는 뚜렷한 명암이 존재한다.

 우리 건설업체들은 1965년 태국 고속도로 공사를 수주한 후 47년 만에 해외건설 수주 누적금액이 5000억달러를 돌파하는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다. 이제는 외형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성장 등 구조적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견해가 일치한다.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이 역마진을 각오하고 일단 공사부터 따내고보자는 식의 입찰을 종종 진행해온 게 사실이다. 건설산업은 수주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생존할 수 있다. 그만큼 저가입찰로 공사를 따내더라도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 있어 출혈수주도 감수하곤 한다.

때론 외국기업은 물론 국내 건설사와의 치열한 혈투 속에 과당경쟁이 이뤄져 저가 수주를 반복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발주처들이 이런 점을 악용, 고의로 국내 건설사들 간에 경쟁을 붙여 저가 낙찰을 유도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역시 이를 잘 알고 있음에도 민간 수주시장에 국가가 개입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일부 프로젝트는 불필요한 경쟁을 지양하고 상황에 따라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방향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업체 간 합작수주의 경우 2005년 13억7000만달러에서 2008년 6월 20억달러로 증가, 합작형태로 무게중심을 서서히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부신 해외건설, '明暗'은 있다"
◇원가관리능력 키워 수주경쟁력 강화
원가관리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자성론도 나온다.

 박현수 GS건설 해외영업기획팀장은 "선진국 건설사들은 여러 해외현장에서 쓸 모든 건설기계나 자재를 종합적으로 관리, 각 현장 스케줄에 따라 순환해 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반면 국내업체들은 대체로 한 현장을 준공하면 사용하던 기계나 자재 등을 팔고 정리한 뒤 다른 현장을 맡으면 다시 처음부터 구매하는 식이어서 원가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이 시스템을 갖추려면 인근 지역의 해외수주가 시기별로 맞물려야 하고 해외건설에 대한 회사의 육성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 주요 기자재의 공급정보를 얻는 것 역시 중요하다. 개별 기업 차원에선 이러한 정보를 구축하거나 관리하는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이복남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자재 제작에 소요되는 기간, 예정가격, 국제규격과의 호환성, 공급 가능 물량 등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온라인 DB(데이터베이스)인 '기자재조달정보은행'을 공공과 민간이 공동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건설자재나 부품 등을 현지에서 조달하기 때문에 건설업의 외화가득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지는 원인이다. 실제 외화가득률은 24% 수준으로 선진국의 40~45%보다 크게 떨어진다. 정부도 민간기업의 수요와 실효성을 판단해보겠다는 입장이다.

 국토해양부 해외건설정책과 관계자는 "기자재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별도 공동기관을 설립하면 외국기업과의 원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해외건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고 국내에서 생산되는 기자재의 활용을 극대화해 국내산업의 생산성 유발효과와 외화가득률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고부가가치분야로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공감대를 이뤘다. 국내 건설사들은 설계부터 자재 구매와 시공 등 모든 공정을 도맡는 EPC(설계·구매·시공)분야에서 세계 수준에 올라섰다. 하지만 EPC의 경우 모든 공정을 도맡아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리스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플랜트 건설의 엔진이나 핵심부품의 경우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아무런 위험을 떠안지 않으면서도 제품만 팔면 되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부가가치산업이다. 플랜트 터빈과 같은 핵심부품은 GE에너지나 지멘스와 같은 외국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했다.

 삼성물산의 중동 현지소장은 "국내 건설사들이 수십년간 해외에서 노하우를 쌓으면서 EPC분야에서 능력은 일본업체들보다 앞섰지만 부가가치가 높으면서 사업 리스크가 낮은 핵심부품의 국산화는 크게 뒤처진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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