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장님들 '협동조합'으로 연합전선 편다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2.07.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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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센터 사장님부터 학부모까지 "정부에서 못한 일, 협동조합이 한다"

↑ 경기도 안산시 카센터 400곳은 이달부터 자체 협동조합 브랜드 'CARPOS'를 내걸고 중소기업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통해 조달한 일부 부품을 사용한 정비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확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경기도 안산시 카센터 400곳은 이달부터 자체 협동조합 브랜드 'CARPOS'를 내걸고 중소기업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을 통해 조달한 일부 부품을 사용한 정비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기업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가격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확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 카센터 사장님들이 뭉쳤다. 경기도 안산시 카센터들이 '협동조합'을 꾸렸다. 협동조합에 가입한 카센터 400곳은 자체 브랜드 'CARPOS'를 내걸고 이달부터 중소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주문을 넣어 부품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자동차 전장부품, 소음기, 전구, 와이퍼, 워터펌프 등 고객들이 주로 찾는 부품을 공동구매로 조달해 저렴하게 공급하자는 취지다. 중소기업 제품으로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공동 브랜드로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다.



"영세업체가 여럿이 뭉치면 큰 기업과도 경쟁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고객도 다양한 가격대의 제품을 선택할 수 있고요."

# 초등학교 입학전 아이들 보육을 고민하던 엄마들도 힘을 합쳤다. 경기도 안산에 사는 박찬숙(41)씨는 몇 달씩 줄을 서서 어린이집에 아이를 입학시키고도 안심하지 못할 바에야 뜻이 맞는 엄마들끼리 직접 어린이집을 만들자고 결심했다.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웃 7~8가구가 직접 출자하고 보육교사를 뽑아 어린이집을 설립했다. 박씨의 7살 난 아이는 5살 때부터 3년간 엄마가 '주인'으로 운영에 참여하는 어린이집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 보육시설 확충 등 정부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던 사회현안을 해결하는 대안으로 '협동조합'이 부상하고 있다. 협동조합이 활성화되면 정책효과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일자리 창출,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경제적인 부수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오는 12월 1일로 예정돼 있는 협동조합기본법 시행을 앞두고 전국에서 교육, 문화,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동조합 준비단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미 협동조합 방식으로 운영돼 오던 단체나 사회적 기업들도 협동조합 인증을 위한 채비에 나서고 있다.


동네 사장님들 '협동조합'으로 연합전선 편다
공동육아, 방과후학교 등 교육은 협동조합 준비가 가장 활발한 분야 중 하나다. 안산의 경우 부모들이 출자해 만든 공동보육시설인 '영차어린이집','햇볕은 쨍쨍 어린이집'이 협동조합 인증을 준비 중이다. 2003년 2월에 설립된 햇볕은 쨍쨍 어린이집은 현재 41명의 조합원이 주인으로 있고 조합원 자녀 20명을 돌보고 있다.

조기 한글·영어교육보다는 자연체험과 놀이 위주로 운영되는 이 어린이집은 학부모가 시설유지에서부터 교육, 경영까지 모든 부분에 직접 참여한다. 학부모들은 출자금 이외에 매월 50만~60만 원(추가비용 포함)의 보육료를 내고 아이를 맡긴다.

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한 학부모는 "아이를 보육시설에 보내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데 정부만 바라보고 기다릴 수 없어 부모들끼리 힘을 합쳤다"며 "초기 출자금은 형편대로 냈고 매달 보육료 이외에 적자가 날 경우 연말에 분담금을 내기도 하지만 교육의 질을 감안하면 민간 어린이집에 비해 비싼 편도 아니다"고 말했다.

김영상 경기도자동차전문정비사업조합 안산시지회 사무장은 "원가절감 차원에서 힘을 모으니 대기업과의 경쟁도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며 "고객이 저렴하게 정비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다 공장, 물류업체 현금결제 기간도 앞당겨 현금회전을 높이는 등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 상당수도 협동조합 전환을 준비 중이다. 직원 모두가 '주인'이 돼 책임감이 높아지고 경영공시 의무화로 투명한 운영도 가능한 때문이다.

12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협동조합기본법에 따라 협동조합 혹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인증을 받으면 법인 명의로 출자금 등 재정관리가 가능해지고 시장에서 다른 법인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제도에서는 농협, 수협, 신협, 생협 등 8개 협동조합만 개별법에 근거해 법적인 지위를 인정받고 있다.

정부도 사회현안의 실마리를 협동조합에서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창환 재정부 협동조합준비기획단 과장은 "공동육아, 청년창업, 영세상인 협동조합 등이 만들어지면 주인의식이 생기고 정책효과가 미비한 분야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재래시장도 협동조합 형태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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