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이상 안받아" 낙성대동 그 식당 그래도 줄서?

머니투데이 성세희 기자, 양정민 기자 2012.06.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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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싱글족' 중심 사회 개편…2035년 3가구 중 1가구 '솔로'

↑ 일본라면전문점 '이찌멘'에는 늦은 점심을 즐기는 학생과 직장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진=성세희 기자↑ 일본라면전문점 '이찌멘'에는 늦은 점심을 즐기는 학생과 직장인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진=성세희 기자


간판이 아니었다면 독서실이라고 말해도 믿을 정도였다. 점심시간을 조금 넘긴 지난 27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이찌멘'의 외관은 여느 일본라면 전문점과 다르지 않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확연히 다른 모습이 눈에 들어 왔다.

식당 테이블 대신 한 사람 정도 앉을 수 있는 독서실 칸막이 대여섯 개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식당 종업원 대신 식권 발권기가 고객을 맞았다. 발권기 앞에는 식권을 발급받으려는 남성 네 명이 줄지어 서 있었다. 메뉴는 '이찌멘' 일본라면과 여름메뉴인 냉 메밀국수 등 4가지. 직접 발권기에서 원하는 음식을 선택하고 카드나 현금으로 계산을 마치자 식권이 나왔다.

벽에 걸려있는 '공석표지판' 표시등이 켜진 자리를 찾았다. 등이 켜진 곳은 공석, 꺼진 곳은 다른 사람이 자리 잡았다는 표시. 2인 자리 6석은 여유가 있었지만 혼자 먹는 자리 11석은 모두 찼다. 1인석 칸막이마다 한 사람씩 앉아 젓가락을 움직이며 묵묵히 식사시간을 즐겼다. 5분 남짓 기다리자 자리가 났다.



자리를 잡은 뒤 벨을 눌렀다. 주방에 있던 종업원이 식권을 받아갔다. 종업원은 약 10분 후 주문한 음식을 내오면서 칸막이 앞에 올려져있던 빨간 천 가리개를 내렸다. 팝음악과 최신 가요가 흘러나왔고 2인석에 앉은 일행끼리만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이날 오후 8시 서울 관악구 낙성대동 일본음식점 '지구당'. 휘황찬란한 큰길가를 지나 골목길에 접어들면 하얀색 글씨로 적힌 한자 간판이 눈에 띄었다. 외진 곳이지만 5명이 줄을 서 있었다. 식당 입구에는 '혼자 오시는 분이 많아 3인 이상 단체 손님은 모시지 않는다'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10석 남짓한 가게 내부는 'ㄱ'자로 된 식탁과 등받이 없는 의자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수요일과 금요일은 일본식 닭고기덮밥, 나머지 영업일에는 일본식 쇠고기덮밥만 판다. 자리에 앉자마자 주방장이 "닭고기덮밥 하나죠?"라며 곧장 요리를 시작했다. 식당에서 음료수 종류를 고를 수 있지만 맥주를 고르면 한 사람당 한 잔만 판매한다.


조명이 어둑어둑하고 일본 노래가 나지막하게 흘러나오는 것 외에는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혼자 온 손님들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거나 휴대전화 등으로 동영상을 보면서 식사했다. 주방장과 종업원 모두 조용한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그릇을 치우거나 설거지를 했다.

퇴근길에 홀로 저녁식사를 하러 온 이모씨(27·여)는 " 평소에도 여럿이 몰려다니는 것보다는 조용한 곳을 좋아한다"며 "늦게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 날에는 누굴 불러내서 같이 먹기에도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조용히 밥만 먹고 올 수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식당에서 홀로 식사하는 '나홀로족'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식당 뿐 아니라 커피를 한 잔 시킨 채 노트북을 만지거나 책을 읽는 코피스(Coffice)족이 커피전문점을 채운 지 오래다. 1인 가구를 위한 소형 가전제품이 출시되고 소형 포장된 채소를 파는 청과물가게 등이 유행이다.

국내 가구 형태도 '싱글족' 중심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구 4명 중 1명은 '싱글족'이다. 28일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기준 1인 가구 비중은 전체 가구 대비 23.9%. 연령층으로 살펴보면 30대 1인 가구 수가 84만8000가구로 가장 많았다. 20대가 79만8000가구로 뒤를 이었다.

'이찌멘'과 '지구당'이 있던 신촌과 관악구는 홀로 사는 20~30대가 밀집한 곳이기도 하다. 1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은 '싱글족'을 위한 식당이 갈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4월 발간한 '1인 가구의 사회·경제적 특성과 변화'에서 청년층 1인 가구가 증가한 원인에 대해 "고학력층 (1인 가구)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으며 결혼관 변화 등에 따라 결혼이 늦어지는 현상과 학업이나 취업 등을 이유로 결혼을 미루는 세태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앞으로도 '싱글족 대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간한 '장래가구추계 2010년-2035년'에서는 향후 1인 가구 비중이 2035년 34.3%로 지금보다 10.4%포인트(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해마다 다양해질 전망이다.

한국마케팅연구원은 지난해 12월 '싱글족의 소비 특성'에서 독신남녀를 "선택에서 주관이 가장 크게 작용하는 집단"으로 정의 내렸다. 연구원은 "이들은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고 높은 가격이라도 마음에 들면 지불할 용의가 있다"면서도 "시간 제약 등으로 관심이 없는 분야에는 선뜻 접근하지 않으므로 문화생활과 미용 등 다양한 관심분야를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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