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가정신의 정수(精髓)를 보여주다

머니위크 강동완 기자 2012.06.12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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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랄라치킨’의 김병갑 대표

프랜차이즈 사업은 무엇보다 가맹점이 돈을 벌 수 있게 해주는 것을 최고의 가치로 삼아야 합니다.“

참숯바비큐치킨전문점 '훌랄라'(www.hoolala.co.kr)의 김병갑 대표(45 사진)의 말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속 시원한 말이 또 있을까?

창업가정신의 정수(精髓)를 보여주다


김병갑 대표의 성공신화는 바로 이 말을 지키기 위해 쉼 없이 달려온 그의 열정과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인지 불혹을 훌쩍 넘긴 김 대표의 얼굴에는 성공한 기업가의 노련함보다는 청년 사업가의 건강함과 패기 그리고 이제 막 삶의 준엄함을 깨닫기 시작한 중견 성직자의 반듯함과 안정감이 있다.

99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들여 경기도 이천의 1호점을 낸지 꼭 13년 만에 가맹점 1000개 돌파 기록을 세운 김 대표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돈 잘 버는 장사꾼,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돈을 버는 큰 부자가 되려고 하지 않았다.



창업 초기부터 그가 고수해온 지론은 ”훌랄라치킨으로 망하는 사람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는 것. 그는 무작정 가맹점 늘리기에 주력하지 않았고, 자신의 신념대로 가맹점 관리와 지원에 정성을 기울였다.

김병갑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가장 부지런한 CEO 중 한 사람으로 통한다.

‘현장맨’이라는 그의 별칭은 가맹점 370개를 열기까지 단 한 차례도 매장 오픈식에 빠지지 않아서 붙여진 것이다.


그는 지금도 여전히 신규 가맹점 오픈식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고, 전국 가맹점을 직접 돌며 매출현황과 주변 경쟁 환경을 꼼꼼히 살피고 보완점과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행동파 CEO’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예비 점주와 상담단계에서부터 철저히 시장성을 조사하고 본사 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중간단계인 지사를 없애고, 식자재 100% 현금 결제 구입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다 가맹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또 그는 가맹점 지원을 위한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2009년엔 경기도 용인에 2만3천㎡ 규모의 물류센터와 생산라인, 창업센터와 연구소를 설립했다.

따라서 물류와 생산을 일괄 처리함으로써 효율적인 가맹점 지원이 가능해졌고, 창업교육부터 조리교육, 신제품 개발연구까지 이루어졌다. 또 스타마케팅이나 드라마 제작지원을 통한 간접광고(PPL)로 브랜드 인지도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다각적인 가맹점 지원 덕분에 훌랄라의 폐점률은 업계에서도 최저 수준으로 꼽힌다.

“앞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길을 똑같이 따라간다면 더 쉽고 더 크게 성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나만의 노하우, 실력, 경험 등을 갖지는 못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나만의 자산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병갑 사장의 이 말은, 남이 걸었던 안정적인 길을 꿈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20년, 30년 이후의 미래를 생각하고 움직였던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한다.

김 대표는 대중적 수요를 가진 치킨 메뉴에 참숯 바비큐라는 차별성을 접목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매운맛을 좋아한다는 것에 착안해 고추장과 32개 재료를 첨가해 만든 핫소스를 직접 개발했다.

“전국의 치킨집과 이름난 맛집들을 돌아다니며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소스와 닭고기 맛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쏟았습니다. 무려 4년의 시간을 투자한 끝에 나만의 소스와 구이 기기를 개발할 수 있었죠.”

그 노력의 결과물이 바로 ‘고추장·허브 소스’와 바비큐 기기인 ‘매직 화이어’다.

현재 42개국에 특허 출원 중인 ‘매직화이어’는 닭 5마리를 12분 동안 단 한 번에 구워내는 방식을 가능하게 해줌으로써 조리 시, 시간이 많이 걸리고 노동강도가 높은 바비큐치킨의 약점을 극복하게 해주었고, 육즙을 잘 잡아내 육질을 한결 부드럽게 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김병갑 대표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경쟁업체들이 투자비용을 줄이고 몸집을 줄여가며 살아남기에 급급했던 것과 달리 “경제 침체기에는 우수한 인력을 더 많이 확보하고 홍보를 강화한다”는 역발상 전략을 밀어 붙였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09년 9월에만 57개의 가맹점을 확보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뒀다.

김 대표는 경기침체와 불황으로 허덕일 때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했다. 인기스타를 모델로 발탁하고 TV 드라마 간접홍보를 하는 등 브랜드 홍보에 주력했으며, 10여년 간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면서 쌓아 온 노하우와 첨단 물류시스템을 기반으로 경쟁업체와의 품질경쟁력에서 우위를 선점했다.

김 대표는 이제 동네상권을 중심으로 30평대 내외의 가맹점을 개설했던 과거와는 달리 도심 주요 상권에 매장의 크기를 100여평 이상으로 넓혀 매출과 수익을 극대화 할 방침이다.

김 대표는 "훌랄라의 새로운 가맹점은 이전 매장보다 크고 우아한 레스토랑 형태로 꾸밀 생각이다. 그 지역의 명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시장조사도 끝냈다. 김 대표는 "최근 직영점을 대상으로 매장 크기를 2배로 늘려보니 매출이 3∼4배 정도 뛰었다"며 "대형화와 고급화를 통해 명품 치킨 브랜드를 창출해 내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봉사활동과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 본사가 있는 용인지역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을 10년 가까이 후원했고, 직접 치킨을 들고가 조리해서 대접하기도 했다.

그는 20대 때 속옷 제조업에서 실패를 맛봤고 이후 월세 30만원짜리 치킨집으로 재기해 배고픔의 고통을 잘 알기 때문에 사회봉사에 더 애착을 갖는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궁극적인 후원 목표는 매일 기부를 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배달점이 아직도 많습니다. 그래서 매일 배달 박스 한 개당 2%정도 떼서 할 작정입니다."물론 점주들에게서 걷는 것이 아니라 본사에서 전액 내준다.

프랜차이즈 사업, 특히 치킨 사업을 하려는 사람은 어찌보면 거의 인생의 벼랑 끝에 몰려 있는 사람입니다. 이들에게 돈을 벌게 해주면 희망과 행복을 주게 되고 한 가정을 살린다고 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운영하는 ㈜ 훌랄라는 2010년부터 10년간 아프리카 우물파기 사업을 돕기로 했다. 그는 "기업을 잘 키우고 그에 걸맞게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게 목표"라면서 "보다 체계적인 봉사를 위해 복지재단을 설립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창업가정신의 정수(精髓)를 보여주다
현재 김 대표의 치킨 사업은 본사 매출만 해도 연 600억원, 가맹점 매출까지 합하면 거의 2000억원에 달한다. '훌랄라'의 경우, 현재 가맹점 1000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요즘도 김 대표는 여전히 외부활동은 전혀 하지 않는다. 개인 뿐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질 수 있지만 단 한 번도 다른 길을 가지 않았다. 주중에는 주로 경기도 용인군 양지면의 본사에 있거나 가맹점을 돌아다니고, 주말에는 본사에서 예비 창업자들을 만나 상담을 해준다.

"이제는 직원들에게 맡겨도 되지 않겠냐"라고 묻자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치킨 가맹점을 연다는 건 비단 점주 한 사람 개인의 성패 문제가 아닙니다. 사업이 실패하면 한 가정이 파탄납니다. 사정이 이런데 어떻게 제가 소홀히 할 수 있겠습니까. 점주 한 분 한 분이 귀하고 소중합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해서 우선 점주들을 만족시키고, 나아가 그들 가정의 안정과 행복을 책임지는 일이 제 일입니다." 그는 오늘도 여전히 가장 먼저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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