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골드만 삭스…. 금융업종을 둘러보면 사람 이름을 딴 회사가 많다. 사람의 아이디어와 네트워크, 서비스가 기업 활동의 중심인 금융업의 특성 때문이다. 금융업은 고용 유발 효과가 크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대표적 지식기반산업이다. 일자리 창출과 성장 동력 확보라는 국가적 과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분야가 금융 산업인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여전히 초라하다. 금융위원회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만든 '2011년 금융인력 현황조사 및 수급전망'(1149개 기관 조사)에 따르면 금융전문가가 전체 금융 인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9%에 불과하다. 영국 16.4%, 홍콩 43.8%, 싱가포르 51.3%에 비하면 턱없이 낮다. 금융전문가란 학위나 자격증을 가지고 특정 직무에 5년 이상 종사한 자로서 외국어 능력을 갖춘 사람을 뜻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전문인력 공급자 쪽인 대학과 연수기관은 기존 교육 관행을 유지하고 있어 실제 시장이 요구하는 인재를 못 길러낸다"며 "동시에 수요자인 금융사도 채용, 교육, 경력개발 등 인력관리 전 과정에서 선진 금융사에 비해 낙후됐다"고 밝혔다. 공급자는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인력을 못 기르고 수요자는 신입 공채 위주의 단순채용구조와 순환보직 등으로 '평범한 샐러리맨'만 양산하고 있다는 의미다.
예컨대 금융전문대학원만 봐도 전국에 카이스트 딱 한곳밖에 없다. 이마저도 금융공학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자산운용, 리스크관리, 투자은행(IB) 분야 전문대학원은 사실상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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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의 경우 직원들의 겉모습은 화려하다. 정규직 비중은 87.8%로 국내 산업 전체 정규직 비중(65.8%)보다 훨씬 높다. 연봉도 10명 중 6명(59.4%)이 5000만원을 넘긴다. 억대 연봉도 전체의 11.7%에 달한다. 자산운용사나 IB분야는 4~5명 중 1명이 억대연봉이다. 금융관련 자격증 소지자 비율도 115.6%다. 다들 최소 1개 이상은 전문 자격증을 땄다는 얘기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자격증 소지자 중 국제무대에서 통용되는 자격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고작 9.6%다. 영어 능력은 상위 수준(토익 875 이상)이 18.2%에 머문다. 전체 금융기관 종사 중 외국인 비중도 2.4%에 그쳐 국제 금융인력 교류도 미미하다.
사정이 이러니 금융당국은 금융권 글로벌 인력 규모 부족률이 41.6%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현재에 비해 1.4배 정도의 글로벌 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활발한 사내외 연수 지원과 해외 금융자격증 취득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등이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금융기관 종사자 중 3주 이상의 해외연수, 3개월 이상의 사내외 연수를 받은 비율이 6% 밖에 안 된다.
그나마 해외파견 교육이나 훈련은 여전히 인사보상 차원에서 대상자를 선발하는 경향이 강하다. 아울러 연수가 끝나고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인사배치나 경력관리 등 사후 처리도 부족하다.
민병현 금융감독원 금융중심지 지원센터 부센터장은 "금융 인력을 성장원천이 아니라 경영여건에 따라 절감 가능한 코스트(비용)로 인식해서는 안 된다"며 "훈련비용을 충분히 제공하고 자격증을 따면 인사고과에 반영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