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홀릭이던 기획재정부가 달라졌어요"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2012.05.07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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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엿보기]출퇴근 30분 앞당기고 야근 취소화, 회의·심의도 효율적으로

"수요일, 금요일은 '가정의 날', 무조건 일찍 퇴근합니다." "늦게까지 일시키다간 위에 불려갑니다. 국장님도 한 번 갔다 오셨어요."

기획재정부에 근무하는 김민석(가명) 과장은 요즘 매주 수요일, 금요일에 정시 퇴근한다. 밀린 업무를 마저 할까 해도 야근 점검을 나올까봐 신경이 쓰인다. 김 과장은 이번 월요일부터는 출근시간을 30분 앞당겼다. 덩달아 퇴근시간도 30분 빠른 5시30분을 '목표'로 삼았다.



재정부는 7일부터 9시 출근, 6시 퇴근이던 근무시간을 30분씩 앞당겼다. 8시 출근, 5시 퇴근하는 '8-5제'로 바꾸려다 반대여론에 부딪혀 30분씩 양보한 결과다. '8-5제'엔 못 미치지만 '30분 타협'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생산성 향상과 과도한 업무시간 개선을 위해 공무원들을 끈질기게 설득한 성과다.

당초 서기관, 사무관들은 70% 이상이 '8-5제' 도입에 반대했다. 업무량이 많아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상황에서 '8-5제'에 섣불리 찬성했다가 출근시간만 앞당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유아원, 유치원에 아이를 맡겨야 하는 일부 젊은 공무원들에게 출근시간 30분을 앞당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공무원들의 반대에도 박 장관은 스스로 말했듯이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퇴근시간 앞당기기를 밀어붙였다. 장문의 편지를 이메일로 전달해 "걱정하는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공무원들을 안심시켰다. 재정부는 결국 이날부터 8시30분 출근, 5시30분 퇴근을 기본으로 하되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 9시 출근, 6시 퇴근으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하는 방안도 열어 놨다.

야근을 줄여보려는 재정부의 눈물겨운 노력은 출퇴근 시간 조정뿐만이 아니다. 재정부 내에서도 유난히 야근이 많은 곳으로 정평이 나 있는 예산실은 이석준 예산실장의 '공약'으로 평일 7시 이후와 토요일 예산심의를 아예 없앴다.

평일야근, 주말근무 '악명'에 실력 있는 젊은 공무원들이 예산실을 기피하는 현상이 뚜렷해 지다보니 실·국장들이 솔선수범해 아침회의도 8시30분으로 앞당겼다. 회의가 빨라지니 10시 전까지 실무자에게 그날그날의 업무배정이 가능해져 오후는 돼야 본격적인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데 비해 효율성도 개선됐다.


예산실뿐 아니라 기획조정실, 세제실 등 다른 부서들도 업무시간 단축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국장 회의에서 야근상황을 보고하고 가정의 날(매주 수요일, 금요일)에 야근을 하면 과장, 국장의 인사평가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한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야근이 잦다는 이유로 지적을 받은 적이 있어서 이후부터 과장들에게 아래 직원들이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신경 쓰라는 지시를 했다"고 말했다. 저녁 이후면 야근하는 부서가 있나 없나 둘러보며 일일이 체크를 할 정도로 부처 전체적으로 퇴근시간 앞당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만 아직은 30분 당겨진 출퇴근 시간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당장 첫날부터 5시30분 퇴근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는 게 대체적인 반응이다.

한 재정부 주무관은 "워낙 일 자체가 많다보니 어쩔 수 없이 초과근무를 하게 돼 바뀐 퇴근시간을 잘 지킬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면서도 "일주일에 두 번 가정의 날 만큼은 야근부담을 덜고 일찍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 기대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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