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CF 900억 대박, 경쟁사는 "우린 최불암…"

머니위크 배현정 기자 2012.04.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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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기업은행 CF 2탄엔 아역배우로 젊은고객 몰이… 인지도 업계 1위

'송해 효과'를 이어간다. 기업은행 (13,880원 ▼20 -0.14%)이 '국민MC' 송해(85)씨를 내세운 TV 광고 2탄을 선보였다. 올해 초 송해 씨를 모델로 내세워 홍보효과를 톡톡히 본 기업은행이 4월부터 후속작을 선보인 것. 송해 씨와 함께 깜찍한 아역배우 김유빈(8) 양을 등장시켜 신·구의 조화가 어우러진 광고를 시작했다.

 송해: "IBK기업은행!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
 유빈: "어, 정말이어유."
 송해: "그럼,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릴 수 있단다."
 유빈: "그럼 지도 오늘 돼지 잡아야겠네유."

이번 광고는 집에서 TV를 보던 어린아이가 TV 속 송해 씨와 귀여운 충청도 사투리로 대화하면서 기업은행이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렸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기존 광고에서 송해 씨의 호소력 짙은 메시지 전달로 장·노년층 고객들을 끌어 모았다면, 후속 광고를 통해 어린이들과 젊은 고객들까지 아우르는 전 세대의 공감을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 송해 효과로 기업은행 이미지 '상승'




업계에서는 '송해 광고 2탄'이 전편을 뛰어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 대형은행 관계자는 "(우스갯소리로) 최불암 씨 광고로 맞불을 놓을까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송해 효과'가 장안의 화제다. 기업은행에 따르면 전국 영업점에서 '송해 효과(송해 광고를 보고 기업은행을 찾은 고객)'로 접수된 사례가 3월30일 기준 152건에 이르고, 이들이 가져온 예금이 957억원을 넘어섰다.

조준희 행장은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송해 광고를 보고 기업은행에 들어온 예금 900억여원이 (나에겐) 9조원 이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송해 광고를 보고 온 고객들 가운데는 40~60대 연령층이 많다. 처음에는 60대 이상 고객이 많았지만 근래에는 40대까지 연령층이 내려오는 추세다. 특히 예금 가입고객의 80% 이상이 신규고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기업은행 측은 밝힌다.

이러한 송해 효과는 기업은행의 당초 기대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송해 광고가 전파를 타기까지는 기업은행 직원들 사이에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적잖았다. 경쟁 은행들은 이승기, 하지원, 장동건 등 젊고 에너지 넘치는 모델을 내세우는데 기업은행은 왜 나이 많은 홍보대사를 기용했느냐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것. 급기야 홍보부장이 사내게시판을 통해 해명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남녀노소 누구나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모델로, 서민적이면서도 신뢰감이 있는 송해 홍보대사를 낙점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시작한 광고지만, 막상 CF가 전파를 타자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쉽게 거래은행을 바꾸지 않는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신규고객이 늘어나자 직원들의 호응도도 높아졌다. 기업은행 광고 관계자는 "요즘은 영업 창구에서 은행에 비치하는 소품 곳곳에 송해 씨의 얼굴을 넣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고 전했다.

◆ 조 행장의 30년 은행 사랑이 낳은 '대박'

송해 광고가 대박을 친 것은 '진정성'이 잘 전달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송해 씨는 기업은행 광고에서 "아직도 기업은행을 기업만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습니다. 그것이 아닌데…. 참 안타깝습니다" 등의 대사를 구수하고 진솔하게 전달해 어르신 고객들의 큰 호응을 끌어냈다.



여기에는 '공채 출신 첫 행장'인 조준희 행장의 기업은행에 대한 사랑과 뚝심이 배어있다. 기업은행은 은행명 자체에 '기업'이 들어가 있는 것이 강점이자 약점이었다. 흔히 '기업'만 거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 이러한 해결 카드로 등장한 문구가 바로 "학생, 주부, 군인, 근로자, 회사원 등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거래할 수 있는 은행입니다"다. 이 송해 CF의 문구를 직접 구상한 사람이 바로 조 행장이다.

조 행장은 '기업은행에 예금하면 기업을 살립니다'는 문구도 직접 고안해냈다. 지난해 5월 기업은행이 개인고객 1000만명을 돌파하자 일부 중소기업 사이에서는 '중소기업은 등한시하는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된 것. 이런 오해를 풀기 위해 '기업을 살리고…'라는 부분을 강조하게 됐다는 후문이다.

조준희 행장은 "광고회사에 다니는 딸이 송해 광고를 처음 보고 광고계의 오점을 남기는 일이라고 평가하더라"며 "그러나 여기에는 30년간 은행에 다닌 나의 간절함이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그 간절함과 진정성이 고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는 평이다. 원로 모델을 내세워 '올드'하다는 우려를 받았던 광고는 별다른 광고기법을 내세우지 않고도 상당수 고객들에게 깊이 각인됐다.

외국계 광고회사인 '밀워드 브라운'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은행 광고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란 질문에 '송해 광고'를 내세운 기업은행이 공동 1위를 차지했다(31.7%). 뿐만 아니라 떠오르는 광고 3곳을 지목하는 비보조 상기도 부문에서는 기업은행이 66.1%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들은 "조준희 행장의 간절함이 송해 광고를 통해 결국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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