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그리고 베이징에서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은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통해 세상에 보탬이 되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그래서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지난 7일 실리콘밸리 팔로알토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500여명의 참석자들이 벤처캐피탈리스트 제프 클레이버(무대 오른쪽)의 얘기를 경청하고 있다. /사진=최우영 기자 young@
실리콘밸리에서는 '미트업(meet up)' '네트워킹 파티'라 불리는 이런 행사가 거의 매일같이 열린다. 러시아 출신의 한 참가자는 "행사에 갈 때마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서비스화해서 세상을 바꾸겠다는 열기가 느껴진다"며 "이런 게 앙트러프러너십(기업가정신)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세상을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황승진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애플과 구글이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추가하자는 것, '메이크 머니(make money)'가 아니라 '크리에이트 밸류(creat value)'를 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00년 7억 달러(당시 7800여억원)에 씨네트(Cnet)에 매각됐던 가격비교사이트 마이사이먼닷컴 창립멤버 박성파씨(40)는 "월가 자본주의에서 개인의 꿈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일지 모르지만, 이 곳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 '세상에 보탬이 되는 것을 만들고 싶다'이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월가 점령 시위가 벌어지던 맨해튼 주고티공원과 그리 멀지 않은 뉴욕대(NYU) 티쉬홀에서 열린 ‘앙트러프러너(기업가) 페스티벌’의 주제 가운데 하나는 '굿바이 골드만, 회사를 떠나라, 창업에 나서라(Goodbye Goldman! Leaving the corporate world for your startup)' 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포스퀘어의 창업자 데니스 크라울리는 600여명 청중들 앞에서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것을 만드는 즐거움"을 강조했고, 여행전문사이트 지트롯 창업자 브리타니 래플린은 "포춘 500대 기업 같은 곳보다 스타트업에서 얻고 배우는 것이 더 많다. 세계를 바꿔보겠다는 열정을 가져라"고 호소했다.
마침 이날 기자가 인터뷰한 뉴욕의 유명 벤처캐피탈 트라이베카벤처파트너스의 브라이언 힐치 대표의 말도 다르지 않았다. "동부 젊은이들은 더 이상 큰 기업이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래서 자신이 주체가 돼서 세상을 바꾸고, 산업을 바꾸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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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방문한 베이징의 청년창업가들에게 기업가정신은 곧 '자유'를 뜻하기도 했다. 위성통신기술업체 그레이트사이트 에듀앤테크의 위안 항 대표는 "정치경제적으로 당국의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의 창업은 곧 자유롭게 일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와 뉴욕, 그리고 베이징에서 본지 기자들이 만난 청년들에게 기업가정신은 단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욕망이 아니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만들고, 그래서 세상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미국=유병률·최우영·이현수 기자, 중국=이상배 기자 bry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