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은행에 '통큰기부'를 바라진 않지만···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1.10.04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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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익이 커지면 돈 많이 벌었다고 비판하고, 적으면 적다고 뭐라고 하니···".

한 시중은행 임원의 푸념이다. 일견 일리 있는 말이다. 은행이 순익을 많이 내면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뒤따른다. 반대로 수익성이 나빠지면 금융회사 '건전성'과 곧바로 연계돼 외부 시선이 따갑다. '딜레마'(?)에 처한 은행들로선 억울할 법도 하다.

3/4분기 결산을 앞두고 벌어지는 요즘의 논란도 마찬가지다. 3분기 국내 8개 은행의 순익이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기화가 됐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2005년보다 더 많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실적 잔치의 이면에 은행들이 대출금리는 높이고 예금금리는 덜 올리는 방식의 '예대마진' 확대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게 비판의 골자다. 가계부채 900조원 시대를 맞아 서민들은 빚 때문에 등골이 휘는데 은행들은 '이자장사'로 달콤한 시절을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초저금리였던 시장금리가 올랐고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린 측면도 있는데 이런 사정은 알아주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한편으론 타당한 '불만'이다.



그럼에도 은행권의 '볼멘소리'가 곱지 않게 들리는 이유는 뭘까.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요즘 와서 부쩍 은행권이 화두로 삼고 있는 사회공헌 활동만 봐도 그렇다.

은행들은 상반기 10조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냈다. 반면, 사회공헌 금액은 전년(5965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69억원에 그쳤다. 급기야 은행들은 지난 5일 올 하반기 4100억원 이상의 사회공헌액을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반기보다 60% 이상 증액된 규모다. 몇몇 금융지주회사들은 최근 공익재단 설립 붐에 가세하기도 했다.

문제는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이 금융당국의 '등떠밀기'에 마지못해 응한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이익을 많이 냈으니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자발성과 순수성이 결여돼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돈을 버는 건 사회 전체적으로 좋은 일이다.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만큼 경제에 활력이 돈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욕'을 먹는 이유가 무엇인지 은행들도 곰곰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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