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 임원의 푸념이다. 일견 일리 있는 말이다. 은행이 순익을 많이 내면 '돈벌이'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꼬리표처럼 뒤따른다. 반대로 수익성이 나빠지면 금융회사 '건전성'과 곧바로 연계돼 외부 시선이 따갑다. '딜레마'(?)에 처한 은행들로선 억울할 법도 하다.
3/4분기 결산을 앞두고 벌어지는 요즘의 논란도 마찬가지다. 3분기 국내 8개 은행의 순익이 3조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보도가 기화가 됐다.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던 2005년보다 더 많다고 한다.
은행들은 "초저금리였던 시장금리가 올랐고 가계부채 억제를 위해 금리를 올린 측면도 있는데 이런 사정은 알아주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한편으론 타당한 '불만'이다.
은행들은 상반기 10조원에 육박하는 순익을 냈다. 반면, 사회공헌 금액은 전년(5965억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2569억원에 그쳤다. 급기야 은행들은 지난 5일 올 하반기 4100억원 이상의 사회공헌액을 지출하겠다고 발표했다. 상반기보다 60% 이상 증액된 규모다. 몇몇 금융지주회사들은 최근 공익재단 설립 붐에 가세하기도 했다.
문제는 은행들의 이런 움직임이 금융당국의 '등떠밀기'에 마지못해 응한 측면이 크다는 점이다. "이익을 많이 냈으니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자발성과 순수성이 결여돼 있다는 의미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은행들이 돈을 버는 건 사회 전체적으로 좋은 일이다. 나무랄 일이 아니다. 그만큼 경제에 활력이 돈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그런데도 '욕'을 먹는 이유가 무엇인지 은행들도 곰곰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