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트위스트 꼬이네, 일자리는 커녕 침체 위험만 높여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9.28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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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 1주일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정책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부정적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를 당혹케 하고 있다.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란 FRB가 보유하고 있는 단기 국채를 팔고 대신 장기 국채를 매입해 장기 수익률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는 완화책의 일환이다. 장기 국채 수익률을 끌어내려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과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을 낮춘다는 취지다.



문제는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고 가계의 비용 부담을 덜어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로 추진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오히려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크게 낮추며 임박한 침체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지난 2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발표된지 일주일만에 연중 최저치로 떨어지면서 FRB의 암묵적인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밑돌았다.



물가상승분이 반영되는 30년 만기 물가연동채권(TIPS)과 일반 국채 사이의 금리 차이로 측정되는 향후 30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이날 1.85%로 내려갔다. 이는 지난달 2.73%에 비해 0.9%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올들어 최저치이다.

30년 후 인플레이션 기대치는 투자자들이 지속적인 물가 하락(디플레이션)의 위험에 직면했다고 우려했던 지난해 여름 수준보다는 아직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지난해 8월 수준을 밑돌면 디플레이션과 더불어 침체 우려가 극도로 고조됐다는 위험 신호로 여겨질 수 있다.

도이치뱅크의 수석 투자 자문관인 제럴드 루카스는 "FRB가 자산 매입을 통한 유동성 공급, 즉 양적 완화에 추가로 나서지 않기로 하면서 FRB의 통화 정책은 더 이상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방향이 아니게 됐다"며 최근 TIPS에 반영된 인플레이션 기대치 하락을 설명했다.


세계 최대의 채권운용사인 핌코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닉 존슨은 "향후 30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1.9% 밑으로 떨어졌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이는 투자자들이 지금부터 30년간 연평균 물가상승률이 1.9%에 그칠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FOMC에서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발표된 뒤 전통적인 인플레이션 회피 수단인 금과 원유 등 상품 가격이 급락했다는 점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금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FOMC 하루 전인 지난 20일 온스당 1809.01달러에서 27일 1652.50달러로 8.65% 추락했다.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지난 20일 배럴당 86.89달러에서 27일 80.25달러로 7.65% 떨어졌다.

다만 금값과 유가가 27일 큰 폭으로 반등했다는 점을 들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로 인한 인플레이션 기대치 하락 효과가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다.

향후 5년간 인플레이션 기대치 역시 지난주 1.63%에서 이날 1.31%로 떨어졌다. TD증권의 전략가인 리처드 길훌리는 "5년물 TIPS에서 주목해야 할 분기점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8월말 저점인 1.15%"라고 지적했다.

또 "만약 5년물 TIPS와 국채 수익률 차이가 1.15% 밑으로 축소된다면 오퍼레이션 트위스트가 경제 성장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기를 거부한다는 뜻으로 경기 침체가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FRB의 통화정책이 더 이상 인플레이션 지향적이 아니라는 판단이 시장에 공유되면서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지난 20일 77.030에서 이날 77.771로 1% 가량 올랐다. 달러 인덱스는 오퍼레이션 트위스트 발표 다음날인 22일에는 78.455로 상승했다 유로존 위기에 대한 우려가 가라앉으면서 이번주들어 강세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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