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 받아 私債 놀이하는 개인 급증

머니투데이 베이징=홍찬선 특파원 2011.09.05 09:36
글자크기

[차이나 워치]자금여유 있는 기업도, ‘고금리 속에 숨은 돈 떼일 위험 커’

“은행에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고 연8% 금리로 60만위안(1억200만원)을 대출받아 사채(私債)시장에서 연24% 빌려줘 1년 동안 10만위안(1700만원)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상하이(上海) 시민인 원(文, 여)씨는 “집값이 비싸기 때문에 주택을 담보로 제공하면 60만위안 정도를 대출받기 쉽다”며 “주변에서 이처럼 집을 담보로 맡기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채로 운용해 금리차익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허난(河南)성의 쩡저우(鄭州)시에 사는 류(劉, 여)씨는 지난 6월에 방 2개짜리 집을 52만위안(8040만원)에 팔아 이 돈을 연20% 사채로 운용하고 있다. 그는 “주택 임대료가 연간 1만5000위안(255만원), 임대수익률이 2.8%로 정기예금금리(3.5%)를 밑돌고 있다”며 “집을 팔아 사채시장에 투자하면 10만위안 이상을 벌 수 있어 주택을 매도했다”고 설명했다.

올들어 중국 증시와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증시와 부동산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사채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중국증권보가 5일 보도했다. 월2%(연24%)~5%(60%)로 금리가 높아 고금리 사채가 새로운 투자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사채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인민은행의 금융긴축 정책이 지속되면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사채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소기업 경영 및 자금난 현황 조사보고’에 따르면 올들어 은행에서 대출받은 소기업은 전체의 15%에 불과하고 100만위안(1억7000만원) 이하의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제조중소기업과 부동산 및 광산 기업이 사채를 많이 쓰면서 저장(浙江)성에서만 사채시장 규모가 1조위안(17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금리의 유혹은 서민뿐만 아니라 자금여력이 있는 상장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인민은행이 발표한 지난 상반기 중 사회융자 및 위탁대출은 전년동기보다 7028억위안(119조4760억원) 늘어 전년동기의 증가액(3829억위안)보다 120%나 급증했다. 또 기업정보업체 Wind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에 위탁대출을 공시한 상장회사는 86개사로 작년동기보다 32.3%나 증가했다.


위탁대출이란 자금 여유가 있는 기업 정부기관 개인 등이 위탁업무를 하는 은행을 통해 대상 용도 금액 기간 이자율 등을 지정해 대출하는 합법적 자금운용 방식이다. 규정상으로는 최저금리는 1년만기 대출기준금리(현재 6.56%)보다 0.9%포인트 낮은 수준으로, 최고금리는 1년만기 대출기준금리에 1.7을 곱한 수준으로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민은행의 잇단 지준율 및 기준금리 인상 등 금융긴축으로 위탁대출 금리는 12~21.6%로 치솟아 사실상 사채화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고금리 속에는 돈을 떼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사채가 성행했던 장쑤(江蘇)성 쓰홍(泗洪)현에서는 지난 7월, 사채를 많이 빌려 쓴 사람이 잠적하는 등 고금리 사채를 상환하지 못하는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노후에 생활해야 하는 자금인 양밍치앤(養命錢)까지 사채에 투자하는 ‘비이성적 과열’이 벌어지고 있는 중국의 사채시장. 증시와 부동산 거품이 꺼졌을 때처럼 엄청난 고통과 사회문제를 야기할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