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위기 모드'..시장불안 진정엔 실패

머니투데이 뉴욕=강호병특파원 , 권다희기자 2011.08.0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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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위기모드로 전환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4일(현지시간) 기준금리 동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2가지 긴급조치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은행들을 대상으로 한 6개월짜리 특별융자와 역내 채권 매입조치가 그것이다.

ECB는 위기후유증이 많던 2009~2010년중 6개월, 12개월짜리 긴급유동성 프로그램을 가동했다가 올해들어 3개월이하 단기창구만 남겨놓고 중단했었다. 유동성 공급은 오는 11일에 시작된다.



아울러 기자간담회 중 트리셰총재가 역내채권 매입프로그램을 재가동하겠다는 언질이 있자마자 ECB는 바로 포르투갈과 아일랜드 국채를 매입하는 실력행사에 들어갔다. 역내국채를 매입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트리셰 총재는 "그 프로그램이 끝났다고 말한 적이 없다. 오늘 이 간담회가 끝나기전 시장에서 무엇인가 움직임이 있어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CB가 역내 채권을 매입하기는 올 3월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5월 그리스 위기속에서 시장 변동성을 잠재우기 위해 시작된 프로그램이나 중앙은행이 역내 재정적자를 보전하는 뒷돈을 대주는 것이 좋지 않다는 논란속에 올들어 사실상 중단했었다.



그러다 최근 들어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ECB가 다시 역내 채권을 매입할 것이란 전망이 고조돼 왔다.

그러나 이날 이같은 ECB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진정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ECB가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가동해도 과연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까지 사는 태세가 돼 있는지 의구심이 일어난 탓이다.

트리셰 총재는 이날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를 살 것이냐는데 대해 일체의 시사를 주지 않았다. 또 프로그램 재가동이 통화정책 위원 만장일치로 결정된 사안이 아니었다. 트리셰 총재는 "압도적 다수로 결정했다"고만 했다.


모뉴먼트 증권의 마크 오스트왈드 전략가는 이날 ECB 행동에 대해 "ECB가 포르투갈, 아일랜드가 그리스와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지경이 아닌한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뜻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했다.

트리셰의 발표 직후 유로는 달러대비 하락폭을 키웠다. 오후 3시2분 현재 유로/달러환율은 전날대비 1.6%(0.0226달러) 하락한 1.4139달러에 머물렀다.

트리셰 기자회견에 앞서 ECB는 기준금리를 1.5%로 동결했다. 지난 달 기준금리를 25bp 인상했던 ECB는 경기 둔화 우려와 유로존 국가 부채 위기가 이탈리아 및 스페인 등으로 확산되며 이번 달 통화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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