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자기자본 미달 증권사 '프라임브로커 어쩌나'

더벨 김경은 기자 2011.06.23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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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자기자본 지금보다 커져야...자격기준 3조원 예상

더벨|이 기사는 06월21일(17:03) 자본시장 미디어 '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과 관련해 핵심적 이슈인 프라임브로커 서비스(PBS) 자격에 대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선제적으로 프라임브로커 서비스를 준비해온 증권사들 가운데 자기자본이 3조원에 크게 미달하는 증권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인가 기준 확정까지 3개월 가량 남은 만큼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피력할 방침이다. 인가 가능 증권사로 거론되고 있는 일부 대형 증권사도 금융 당국기준이 너무 높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당국의 최종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금융위, 현재 증권사 자기자본보다 높아야



금융위원회는 지난 16일 '자본시장법 시행령 입법예고'를 통해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기준을 확정했다.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프라임브로커 서비스 인가 기준과 관련한 사항은 금융위 고시사항으로 위임했다. 업계 반응을 취합해 늦어도 9월까지는 발표할 예정이다.

헤지펀드에 증권 대여, 자금지원(Financing), 헤지펀드 재산의 보관ㆍ관리(Custody), 매매체결ㆍ청산결제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라임브로커 업무는 일정한 자기자본을 충족하는 증권사만 허용할 예정이다. 대형 IB(투자은행) 활성화를위해 대형사에 국한해 기업대출과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PBS 인가 기준과 관련 "프라임브로커를 하기 위해서는 현재 증권사의 자기자본보다 규모가 더 커져야 자금 대출, 유가증권 대여 등의 고위험 업무가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투자회사 지주사는 자기자본 합산이 유력하지만 비투자회사 성격이 강한 은행ㆍ보험 지주사 자본은 연결하기 어려울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을 제외하면 금융투자회사 지주사는 없기 때문에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하기 위해서는 증권사 자체 자기자본이 최소 3조원은 돼야 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 3월말 기준 자기자본이 가장 많은 증권사는 대우증권으로 2조8632억원이고, 그 다음으로 삼성증권(2조7986억원), 현대증권(2조6893억원), 우리투자증권(2조6286억원), 한국투자증권(2조4204억원) 순이다.

합산 기준으로는 한투증권 지주사인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자기자본 2조2231억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많은 자기자본을 보유하게 된다. 대형사가 한해 2000억~3000억원 가량을 벌어들이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은 올해 벌어들이는 수익과 유보된 잉여금으로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진입장벽 낮추고 리스크 관리 강화로"

증권사들은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기자본을 요구하는 당국의 입장에 동의하면서도 진입장벽을 최소한으로 낮추기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PBS부를 두고 관련 사업을 준비해 온 미래에셋증권, 대신증권, KB투자증권 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PBS 인가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증자나 M&A(인수합병)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금융당국의 구체적인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데다 고시발표까지 기간이 남아있어 업계 입장을 전달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감독당국은 헤지펀드 부실이 증권사 부실로 연결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의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이 진입장벽을 높게 정하는 것보다 낫다"고 말했다.

즉 진입 기준을 자기자본 5000억원 정도로 최소한으로 낮추고 헤지펀드에 대한 자금대여 또는 유가증권 대여를 별도 위험액으로 산정해 자기자본 대비 위험총액으로 관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자기자본이 8000억원대로 인가 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KB투자증권은 금융지주 자기자본 합산을 요구하고 있다.

KB투자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은 크게 미달하지만 지주사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금융지주 계열사는 은행의 리스크관리를 따르고 있기 때문에 위험관리능력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며 "증권사와 지주사 자기자본을 합산해 평가하는 방안을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재담보가 금지돼있어 자기자본 요건에 대한 기준을 강하게 적용하고 있다"며 "재담보가 가능하도록 현행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IB의 경우 주로 고객자산을 재담보(Rehypothecation)로 외부자산을 차입해중간 스프레드를 취하고 대여하기 때문에 자기자본과는 거의 무관하다는 것이다.

자기자본이 가장 많은 증권사인 대우증권 관계자는 "유보된 이익 등으로 금융위가 요구하는 기준을 맞출수는 있겠지만 헤지펀드 운용과 동시에 프라임브로커 업무가 가능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기준은 너무 높다"고 말했다.

이같은 업계 반응은 오는 28일 열리는 '대형투자은행 활성화 방안'을 위한 공청회에서 논의되며 금융위는 이를 바탕으로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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