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잠자는 공주' 분양가상한제 폐지법안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1.06.2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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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국회 벽’ 갇혀 찬반대립 팽팽

최근 건설·부동산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분양가상한제다. 국토해양부가 지난 3월22일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한데 이어 건설업계는 분양가상한제 개선을 주제로 각종 정책토론회,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등 여론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최근 신문, 방송 등 언론이 분양가상한제 관련 소식을 자주 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재개발, 재건축, 주상복합 등을 포함한 민간주택의 분양가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로 지난 2007년 9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신규아파트 분양가가 기존 집값을 올리고 또 다시 분양가, 집값 추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참여정부가 도입한 대표적인 규제정책. 도입 3년여 만에 분양가상한제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 이유는 뭘까. 건설업계 염원대로 아파트 분양가 규제가 풀릴까.





◆분양가상한제가 뭐기에…폐지 논란 왜 시작됐나



민간아파트 분양가를 제한하는 규제 정책은 지난 1977년 처음 도입됐다. 건설사들이 마음대로 분양가를 올리지 못하게 법적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지방부터 분양가 규제가 풀려 IMF 외환위기 이후인 1999년에는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전면 자율화됐다.

하지만 참여정부 당시 아파트 고분양가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기존 집값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분양가를 규제하는 제도가 부활했다. 지난 2005년 공공택지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가 우선 적용됐고, 2007년 민간택지 아파트로 확대됐다.

현재 시행중인 분양가상한제는 택지비와 기본형 건축비, 가산비용 등에 연동해 아파트 분양가를 책정한다. 땅값은 ‘감정가+알파’로 산정하고, 기본형 건축비는 건자재값 변동을 감안해 매년 3월과 9월 2차례 조정한다.


고분양가와 집값 상승을 막는다는 긍정적인 취지로 도입된 이 제도가 폐지 논란에 휩싸인 것은 민간주택 공급량 감소와 전세난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실제로 지난해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38만6000여 가구로 지난 2008년 이후 3년 연속 40만 가구를 밑돌았다. 지난 2006년 46만9500여 가구, 2007년 55만5700여 가구를 기록한 연간 주택건설 실적이 3년 연속 줄어든 것은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민간 건설사들이 주택사업을 미루거나 취소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주택 공급량 감소가 신규 입주아파트 감소, 전셋집 부족 등으로 이어져 전세난을 유발한다는 지적은 분양가상한제를 만든 국토부가 직접 폐지를 추진하게 만들었다.

◆2년 넘도록 잠자는 법안…6월 국회 벽 넘을까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폐지는 2년여를 끌어온 묵은 법안이다. 지난 2009년 초만 해도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지만 각종 민생법안에 밀려 심의가 미뤄져 지금까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 지난 2009년 9월 정기국회 개원 후에는 분양가상한제 폐지 관련 심사가 1차례 진행됐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묻혔다.

국토해양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발의한 분양가상한제 관련 계류법안은 총 3건(장광근, 신영수, 현기환 한나라당 의원). 이들이 제시한 법안은 택지, 주택형, 층수 등 기준은 다르지만 모두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논란이 지속되면서 지난해 3월에는 경제자유구역내 아파트와 관광특구내 초고층 복합건물에 대해서만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푸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민간택지 아파트 분양가상한제 폐지안(장광근 의원)이나 민간택지 및 공공택지 중대형아파트(전용면적 85㎡ 초과)의 분양가상한제 폐지안(신영수 의원)은 여전히 국회 벽을 넘지 못했다.

국토부가 지난 3월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건설업계는 4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국토해양위 법안심사 소위에 안건을 상정하지 못해 결국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업계는 이번엔 6월 국회 통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높은 국회 벽을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이 분양가상한제 폐지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서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법안이라고 판단하더라도 당론 등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반대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득된다” vs “독된다” 의견 팽팽…해법 없나

분양가상한제 폐지 효과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정부와 건설업계는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3년간 위축된 주택 공급이 늘어 주택시장이 안정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분양가와 집값을 올리는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가상한제 시행 이후 강남 등 땅값이 비싼 곳에서는 주택사업이 중단된 곳이 많았다”며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수도권이든, 지방이든 주택수요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공급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양가 규제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이 지지부진했던 재개발, 재건축 등 정비사업도 활성화 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단기적으로 분양가와 기존주택가격이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확대를 통해 주택가격 안정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며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은 3년 뒤 5∼11% 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야당과 시민단체는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즉각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져 주택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희철 민주당 의원은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강남 재건축 등 집값 상승 부작용이 재현될 것”이라며 “집값 폭등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없는 가운데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한는 방안에 반대한다”고 못박았다. 경실련 관계자도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되면 그간 억제되어 오던 분양가가 올라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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