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의 사장 "질적 경쟁으로 승부할 것"

머니투데이 대담=채원배 금융부장, 사진=임성균 정리=김유경 기자 2011.04.25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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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 "올 전략은 리스크관리·내실경영"

최기의 KB국민카드 사장은 24일 "KB국민카드는 기본적으로 무리한 영업을 지양할 것"이라면서 "업계의 질적 경쟁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최 사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내수동 KB국민카드 본사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고객에게 무차별적으로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무의미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 사장이 '질적 경쟁'에 대한 화두를 던진 것은 "KB국민카드의 분사로 업계 출혈경쟁이 촉발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출범 50여일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KB국민카드가 속도를 내려야 낼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 사장은 "KB국민카드의 1분기 시장점유율은 오히려 전분기 대비 미세하게 떨어졌다"며 "하지만 양적인 경쟁 대신 고객이 필요로 하는 혜택을 정교하게 제공함으로써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임성균 기자ⓒ사진=임성균 기자


- 사실 경쟁은 불가피한데 금융당국에서 너무 과열경쟁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아닙니까.

▷ 2003년 카드사태로 많은 피해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당국에서 우려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계를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 카드론 급증세에 대한 우려가 큰데 KB국민카드도 많이 늘었습니까.


▷ 지난해 카드론 시장이 42% 급증했다고 하지만 전년도에 6% 가까이 감소했기 때문에 기저효과도 있습니다. KB국민카드의 경우에는 2008년을 정점으로 2009년에 12% 줄면서 카드론 시장점유율(M/S)도 2008년 27%에서 2009년 25%로 감소했습니다. 지난해에도 KB국민카드의 카드론은 전년대비 16% 증가하는데 그쳐 M/S가 다시 21%로 떨어졌습니다.

- 수익성과 건전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쉽지 않을 텐데 어디에 방점을 두고 있습니까.

▷ 올해는 경영전략상 조직을 강화하는 '기반확충의 해'로 가려고 합니다. 전산투자와 브랜드 인지도 등에 대한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수익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즉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한해가 될 것입니다.

건전성 측면에서는 지난해 12월 기준 카드론과 현금서비스의 연체율(1개월 이상)이 각각 1.07%, 1.74%로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올해도 안정된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KB국민카드는 과도한 할인마케팅을 지양하고 고신용자에 대해 마케팅을 강화해 적정 수익성과 리스크를 유지할 계획입니다.

- '질적 경쟁'에 대한 화두를 던지셨는데 어떤 노력을 하고 있고 성과는 어떻습니까.

▷ 외형 성장보다는 철저한 리스크 관리를 통한 내실경영에 더 큰 힘을 쏟고 있습니다. 무분별한 회원모집이나 퍼주기식 마케팅 행사보다 고객맞춤형 상품과 서비스의 개발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죠.

대표적인 상품이 '와이즈카드'입니다. 특정 업종이나 지역에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고객의 동선을 제약하지 않고 고객을 따라가며 혜택을 주는 고객맞춤형 상품입니다. 그 결과 카드 발급수가 벌써 20만장을 넘었습니다. 출시 18일만에 10만장을 돌파했고, 3월 한달간 약 14만장이 발급됐습니다.

ⓒ사진=임성균 기자ⓒ사진=임성균 기자
- 세계를 대표하는 금융그룹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습니다만, 카드사도 글로벌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 금융은 삼성, 현대자동차 (241,000원 ▼8,000 -3.21%) 등 세계적인 기업이 많이 나온 제조업과 다릅니다. 상품이 무형입니다. 유형의 상품은 잘만 만들면 사용해보고 구매할 수 있는 반면 무형의 상품은 현지 언어로 설명을 충분히 해야 하는 제약이 따릅니다. 아울러 현지인의 심리나 문화적 속성을 잘 알지 못하면 팔수 없는 상품입니다.

KB국민카드는 우선 분사 이후 조직의 조기 안정화와 국내시장을 확고히 다져야 할 것입니다. 다만 지주 차원에서 은행이 해외로 진출할 경우 같이 나가는 것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도영업 실천결의대회'를 개최하셨는데 효과가 있습니까.

▷ KB국민카드는 아직 은행 영업점을 통해 발급되는 (신용카드의) 양이 75%에 달합니다. 그래서 모집인 수가 타사들에 비해 적은 편입니다. 현재 KB국민카드의 모집인은 1000명 정도. 타사가 5000명 정도인 것에 비해 20% 수준입니다.

하지만 수와 관계없이 모집인을 통해 영업을 할 경우 우리의 생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불법 영업 가능성을 초기에 차단하기 위해 스스로 마음을 다잡자는 결의대회를 한 것입니다.

- 모집인의 급증을 과열경쟁의 한 단면으로 보고 우려의 목소리가 많습니다.

▷ 모집인제도가 없어진다면 우리에겐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금융그룹은 상당히 어려워질 겁니다. 무엇보다 모집인의 가정형편이 영세한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 고용측면에서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을 겁니다.

- 통신이나 카드는 1~2년 후에 갈아타기를 해야 혜택을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기존카드 그대로 써도 자동으로 서비스가 좋아지는 카드를 내놓을 계획은 없습니까.

▷ 그동안 밀어내기 마케팅으로 국민(경제할동인구) 1인당 신용카드 보유수가 지난해 평균 4.7매인데, 국가적 낭비입니다. 실제로 사용하는 카드는 1~2장이니까요. 그래서 생각하는 게 있습니다. 전산이 바탕이 돼야 하기 때문에 하반기쯤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 캡티브마켓(내부전속시장)을 강조했는데 경쟁사들과 견줘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 아픈 점입니다. 시장점유율이 합병당시보다 10%정도 떨어졌습니다. 분석해보니 우리만 고객을 붙잡아두는 '락인(Lock -in) 상품'이 없더군요. 경쟁사들은 7500억원의 포인트를 제공하며 3년동안 75조원을 쓰도록 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현재 고정적인 매출이 3년에 3조원에 불과합니다.

KB국민카드는 그동안 금융그룹의 계열사로서의 장점을 살리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락인 상품으로 개발한 것이 국민은행 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원금을 할인해주는 금융세이브 제도입니다. 초기 이 상품에 대한 의견이 엇갈렸지만 잘되고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올해 도전하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입니까.

▷ 좋은 회사를 만들어 보는 것입니다. 현재 직원들이 일하려는 의지와 사기가 충만해 있어 좋은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습니다.

올해 중에는 그동안 소홀했던 브랜드 지위를 국민 가슴속에 각인시켜주고 거듭나는 토대를 다지는 한해가 되도록 할 겁니다. 누가 봐도 '내년부터는 좋아지겠다'고 느끼고 공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제 올해 목표입니다.
ⓒ사진=임성균 기자ⓒ사진=임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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