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건설사 부실의 진원지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만기는 올해 25조원에 달하고 회사채 상환도 4조6000억원에 이른다. 건설업종에 대한 불안심리가 팽배해진터라 중견건설사들이 금융권과 채권시장에서 자금을 제때 수혈 받지 못하면 '도미노 부실'이 현실화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만기를 맞는 PF 대출은 은행권 15조원을 포함해 총 25조원으로, 지난해 말 잔액 66조원의 37.9% 수준이다. 이중 상반기 만기를 앞둔 금액은 14조원 수준이다.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삼부토건 (1,605원 ▼122 -7.06%)과 동양건설 (0원 %)산업처럼 금융사와 건설사들이 PF 만기 연장 합의에 실패하면 연쇄 도산의 불씨는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미래에 채무로 확정될 가능성이 있는 PF 우발채무 잔액(한국기업평가 기준)은 지난해 말 30조794억원이다. 이 가운데 신용등급 BBB급 비우량 건설사의 우발채무는 4조6868억원.
이 시각 인기 뉴스
배문성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우량 건설사들은 해외사업 비중을 전체 매출의 30% 이상으로 끌어올려 국내 주택시장의 리스크를 줄여가고 있다"며 "하지만 A급 이하 건설사들은 주택사업 지연에 따른 사업성 저하로 PF 우발채무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가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비우량 건설사 자금조달 적신호
특히 신용등급 A3+(회사채 등급 기준 BBB+) 이하 비우량 건설사의 CP는 신규 발행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A3+이하 건설사 CP 발행 잔액(12일 예탁결제원 기준)은 7453억원으로 이달 초8681억원보다 1228억원 (14.1%) 급감했다. 비우량 채권에 대한 신규 발행이 멈춰선 가운데 만기 상환돼 잔액 감소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비우량 건설사들의 회사채 발행도 뜸해졌다. 지난 3월 이후 BBB+급 이하 건설사의 회사채 발행실적은 쌍용건설 (0원 %)(BBB+)과 동부건설 (5,120원 ▼10 -0.19%)(BBB) 등 단 2건, 800억원에 불과했다.
신용등급 BBB인 코오롱건설 (8,380원 ▼10 -0.12%)이 이달 초부터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투자자 모집이 여의치 않아 산업은행이 인수자로 나선 끝에 자금조달을 마무리했다는 후문이다.
주요 건설사의 2분기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총 1조7000억원으로 올해 4조5685억원 가운데 37%를 차지한다. 당장 회사채를 갚아야 하는데 최근 건설업 분위기가 악화된 탓에 자금조달 사정이 어렵게 됐다.
한 증권사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우량 건설사들은 문제가 없겠지만 비우량 건설사의 재무 상황은 어려워지고 있다"며 "채권 발행에 성공하더라도 발행금리가 높아져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자금조달처 ABCP시장도 냉랭
건설사들은 최근 PF ABCP를 발행해 아파트 개발사업의 주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삼고 있다. 은행권에서 PF 대출과 만기연장 기준을 강화하면서 궁여지책으로 ABCP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PF ABCP와 자산유동화증권(ABS) 우발채무는 12조6800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LIG건설과 삼부토건이 대주단과 협의 없이 법정관리로 직행한 후 ABCP를 매입했던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산됐고 이를 판매했던 증권사들도 곤혹스럽게 됐다.
건설사들이 PF ABCP를 통해 자금을 수혈받기가 전보다 어렵게 됐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우량 등급의 건설사가 아니라면 ABCP 발행주관사를 맡거나 판매하는 것이 사실상 금지된 상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