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건설 후폭풍'…그룹사 신용등급 재조정 예고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1.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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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에 가점 준 관행 수정…신용도 하락 "비우량 건설사 자금조달 난항"

"앞으로 대기업 계열 건설사란 이유만으로 신용등급에 '플러스알파'를 주지 않을 겁니다."

신용평가사들이 LIG건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이후 그룹 계열 건설사들에게 관대했던 신용평가 관행에 메스를 대고 있다. 그룹의 후원을 예상해 자체 신용등급보다 높은 등급을 받았던 일부 건설사들이 자금 조달에 고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이달부터 6월까지 3개월 간 기업들의 정기 신용평가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그룹 계열 건설사들의 신용도를 중점적으로 재평가할 방침이다.



그동안 신용평가사들은 대기업 계열 건설사의 신용등급을 매길 때 그룹 지원 가능성을 감안해 가점을 줬다.

이를 테면 H건설과 D건설의 경우 자체의 재무구조만 보면 신용등급 'BBB+'를 줘야 하지만, 유동성 위기 발생 시 그룹의 지원을 염두에 둬 한 단계 높은 'A-'로 평가하는 식이다.



그러나 최근 진흥기업(효성그룹)과 LIG건설(LIG그룹)등이 그룹의 '꼬리 자르기'로 연쇄적인 '부도'로 이어지자 신용평가사들의 평가 잣대도 달라지고 있다.

한 신용평가사 건설업 담당자는 "건설사의 재무적 위험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그룹에서 지원에 나설 수 있어 원래 신용등급보다 1~2단계 높게 쳐줬다"며 "LIG건설 사례에서 보듯 더 이상 대기업 계열사란 점이 안전장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그룹의 지원 여부에 가중치를 낮춰서 점수를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LIG건설 후폭풍'…그룹사 신용등급 재조정 예고


이렇게 되면 A급 이하 일부 건설사들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실제로 국제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최근 포스코건설의 자체 신용등급을 'Baa1'에서 'Baa2'로 한 단계 내렸다.


무디스는 현금흐름 악화와 실적 부진을 등급 하향의 원인으로 꼽았다. 자체 신용등급은 모(母)회사의 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개별기업에 대해서만 매기는 걸 말한다.

이미 시장에선 신용등급이 낮은 그룹 계열의 건설사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현상이 타나나고 있다.

D증권 회사채 발행 담당자는 "최근 신용등급 A 이하 그룹 계열 건설사 2~3곳이 회사채 발행을 타진했으나 발행금리가 너무 높고 투자자들의 참여도 부진하자 일찌감치 포기했다"며 "만기가 돌아온 회사채를 갚기 위한 차환 발행이었는데 결국 회사채 발행이 여의치 않자 단기 기업어음(CP)이나 담보대출 등으로 돌아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증권사들도 미분양을 떠안고 있거나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을 갖고 있는 일부 건설사들의 회사채나 CP 발행 주관업무를 기피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우량 건설사들은 회사채 만기가 몰려 있는 2분기 동안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주요 건설사의 2분기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는 총 1조7000억원으로 올해 4조5685억원 가운데 37%를 차지한다.

감독당국도 건설사의 신용평가 기준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일 "기업신용위험 정기 평가 때 그룹 소속 건설사는 자금 지원 계획을 제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때 불이익을 감수한다는 확약서를 제출해야 예외적으로 감안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은행의 여신심사 뿐 아니라 신용평가사들의 회사채 및 CP 신용평가에도 이를 포함시키겠다는 뜻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주요 건설사 2011년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주요 건설사 2011년 회사채 만기도래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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