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22 주택거래 활성화 대책'을 발표한 이후 부동산 시장이 극심한 혼란에 빠졌다. 주택 취득세를 50% 인하하기로 했지만 적용시기가 명확하지 않아 계약이 임박했던 거래 대부분이 깨지는가하면 일부 매수자들이 잔금 기일을 미뤄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강남구 개포동 B중개업소 관계자는 "10억원짜리 주택의 경우 취득세가 4%에서 2%로 낮아지면 세금 2000만원을 줄일 수 있다"며 "언제부터 감면할 지, 소급적용을 할 지 여부가 확정되기 전에는 매수자들이 관망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계약을 체결한 매수자들은 잔금 기일 연기를 요구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 D중개업소 관계자는 "잔금 지급을 앞두고 있는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며 "취득세 인하 조치가 언제부터 시행될 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차이로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누구라도 억울한 마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잔금을 치른 매수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이달초 양천구 목동에 아파트를 매입한 한 매수자는 "집을 사자마자 취득세를 절반으로 깎아준다니 멀쩡히 눈 뜨고 도둑맞은 기분"이라며 "우리나라 부동산 정책이 원칙이나 기준없이 수시로 바뀌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이렇게 당할 줄은 몰랐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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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일 연기 쉽지 않아…지자체 반대도 걸림돌=최근 주택매매 계약을 체결한 매수자들은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하는지, 세금을 줄일 방법은 없는지 등의 궁금증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잔금 지급시점을 미루는 작업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도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다 잔금지급일을 변경하려면 계약서를 새로 작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방세법상 주택 취득시기는 '계약상 잔금지급일'이다. 계약서에 잔금 지급일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는 계약일로부터 60일이 경과한 날을 취득시점으로 간주한다. 계약서상 잔금지급일 이전에 잔금을 지급하거나 등기등록을 하면 실제 지급일이나 등기등록일을 취득시점으로 본다.
세금 감면을 받으려고 잔금을 소액만 남겨 놓는 방법은 사안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다. 통상 잔금을 지급한 것으로 간주되는 범위는 잔금이 거래금액의 3∼5%에 미치지 못할 때다. 하지만 이 기준은 법적으로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 아니어서 잔금을 지나치게 소액으로 책정하면 세무당국이 다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정부는 취득세율 50% 감면 조치를 발표한 22일부터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지자체들은 세수 감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거래세 인하 근거가 되는 '지방세특례제한법'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