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지진후 '투자 4계명'…"韓조선업 주목하라"

머니투데이 조철희 기자 2011.03.2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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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 분석…"감정적 매도 자제, 日증시는 기회"

일본의 대지진은 지도의 모양만 변형시킨 게 아니라 글로벌 투자시장의 환경도 바꿨다.

앞으로 진행될 일본의 복구·재건 사업은 일본 경제는 물론 글로벌 경제에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일본이 막대한 규모의 유동성이 필요해진 탓에 국채시장의 변화도 예상된다.

또 급락한 일본 증시는 오히려 투자 매력이 커졌고 일본이 전력난에 LNG 수입을 늘려 한국 조선업체들의 수혜도 기대된다.



크리스찬사이언스모니터는 21일 일본 지진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미칠 4가지 영향을 정리했다.

①감정적 판단은 금물=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가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일본 대지진 피해를 인재로 규정하고 여러 사회경제적 상황이 달라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 지진으로 정서적 기류가 달라졌다"며 "그동안의 일반적· 기본적 전망의 재평가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실러 교수의 지적처럼 시장 상황이 적지 않게 변화했기 때문에 투자시장에서 감정적인 속단과 움직임은 경계 대상이다. 지난주 초 일본 증시의 급락은 당연한 반응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감정에 치우친 근시안적 판단과 행동이었다는 지적이다.

지난 1995년 1월 고베 대지진이 발생했을 때도 닛케이지수는 그해 1분기 말까지 16% 급락했다. 2분기까지는 25%나 빠졌다. 그러나 결국 1년만인 1996년 1월 낙폭을 모두 만회했다.

증시뿐만이 아니라 경제도 오히려 반등했다. 이코노믹타임스에 따르면 당시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에 연률 3~4% 증가했고 그해 전체적으로는 1.9%, 1996년에는 2.6% 증가해 1.5% 예상을 웃돌았다. 지진 전 3년간 제로 성장했지만 지진 후 2년간 성장세를 달렸다.


물론 소비심리가 위축되는 등 여러 어려움을 겪겠지만 단기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국 일본 경제는 반등할 것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②일본 증시는 지금이 기회다=역대 최대 규모의 지진 피해로 일본 증시의 변동성은 커졌다. 그러나 일본 증시는 지금이 적절한 투자 시점이다. 오히려 일본 증시는 20년 가까이 스태그플레이션 상태에 빠져 있었지만 이번 지진 사태를 계기로 새 날개를 달 가능성이 커졌다.

일단 일본 증시의 밸류에이션은 역대 최저 수준이라 매력이 크다. 일본 증시에 이미 투자를 하고 있었다면 꽉 붙잡고 있는 것이 낫고 아직 투자를 안했다면 지금이라도 뛰어드는 것도 괜찮다는 조언이다.

지난 20일 한국을 찾은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도 "일본 관련 주식을 갖고 있다면 팔지 않을 것"이라며 "지진 발생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일본을 보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피해 상황이 심각하기 때문에 주가 변동성은 여전하다. 그러나 언젠가는 결국 재건이 시작될 것이고 일본 경제는 느리더라도 반등하게 될 것이다.

일본 증시 투자 방식으로 적절한 것 중 하나는 상장지수펀드(ETF).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 개별 종목을 사는 것은 정교한 정보가 있는 전문 투자자들에게 맞기 때문이다.

③美 국채에 여진 온다=일본 지진은 미 국채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은 현재 미 국채 보유 규모가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인 나라다. 지금까지 미 국채의 수요를 잘 떠받쳐 왔지만 막대한 유동성과 복구 자금이 필요한 현 시점에선 적어도 미 국채를 더 사들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일본의 지진 피해 복구 비용은 연간 GDP의 2~3% 수준인 1220억~235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일본 정부는 결국 해외자산을 팔 수밖에 없다.

루미스세일리스본드펀드의 댄 퍼스 펀드매니저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 미 국채를 덜 사고, 외환보유액도 줄일 것"이라며 "미 국채시장의 큰 손이 시장에서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자산을 팔지 않고 일본은행(BOJ)을 통해 돈을 더 찍어내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결국 장기적으로 일본 경제에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가뜩이나 부채의 수렁에 빠져 있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다.

④한국 조선업에 주목하라=일본 지진은 공교롭게도 한국 조선업에는 성장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폐쇄가 불가피한 가운데 일본은 줄어든 원전 전력을 다른 에너지로 대체해야 한다. 일부 화력발전소까지 손상돼 계획정전을 장기적으로 실시해야 할 정도로 전력난이 심각해 많은 양의 연료를 수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국인 일본은 앞으로 더 LNG 수입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진 직후 일본의 LNG 현물 구매는 기존 1억톤에서 5억톤으로 급증했다. PFC에너지는 일본의 LNG 수요가 한달에 5~6억톤씩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전 피해 규모에 따라서는 수입량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이같은 상황 변화에 따라 LNG 관련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셰브론, 로열더치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주목된다. 그러나 특히 LNG 운반 기업과 조선업체들에게 가장 큰 수혜가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이 부문 최강자는 바로 한국이다.

지난 2000년 이후 LNG선의 90%를 한국의 조선업체들이 건조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배 한 척 가격이 2억 달러를 넘을 정도로 시장 규모부터 다르다. 일본 지진이 한국 조선업에게는 획기적인 사건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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