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탈출 시민 속출..고속버스 터미널 200명 장사진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17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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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대지진 때 헤어졌던 가족 만나기 위해 후쿠시마로 가는 사람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60km 떨어진 후쿠시마시에서 17일부터 후쿠시마현 밖으로 탈출하려는 시민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고 산케이가 보도했다.

JR후쿠시마역 앞에 있는 고속버스 터미널의 센다이 방면 승차장에는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코트를 입은 채 커다란 가방을 지닌 사람들이 항상 200명씩 장사진을 치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방사능 누출 위험이 지속되면서 후쿠시마를 떠나려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후쿠시마 고속터미널에서 센다이 행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시민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방사능 누출 위험이 지속되면서 후쿠시마를 떠나려는 시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후쿠시마 고속터미널에서 센다이 행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는 시민들.


7살의 장녀와 3세의 장남과 함께 친정이 있는 모리오카(盛岡)시로 가겠다는 한 여성(38)은 “봄 방학인데다 아무래도 여러 가지 걱정이 돼서, 장래가 있는 아이들만은 안전한 장소에 보내고 싶다”고 밝혔다.

후쿠시마에서 생명선(Life Line)복구 작업을 하고 있는 남편(39)을 남겨두고 피난 간다는 얘기다. 마스크와 모자 등으로 중무장한 장남은 “TV는 뉴스만 내보내고 있어 견딜수 없다”며 떠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지만 신학기를 목전에 두고 있는(일본의 새 학기는 4월부터임) 장녀는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속버스는 현재 후쿠시마-센다이, 후쿠시마-군마 등 중거리 통행을 재개하고 있기 때문에 군마에서 고속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휴대 짐을 안고 센다이 행 승차장을 찾는 사람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있다.

이 와중에 군마시에 사는 한 여성(39)은 “냉정을 되찾고 싶다”며 “피난이 아니라 미야기현의 피해지에 사는 지인의 가족에게 식품 등을 전해주기 위해 간다”고 밝혔다. 그는 “(원전에서 60km 떨어진) 군마는 평온하다”며 “아직 위험이 닥치지도 않았는데 당황해서 도망가면 정말 위험한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피난할 수 있는 자리가 없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부로부터 나오는 정보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것 등에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그는 “물품을 전한 뒤에는 반드시 군마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들과 남편이 집에 없어(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어 아직 소식을 알지 못해) 절대로 돌아온다.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은 모두 똑같다”고 했다.


반대로 센다이에서 버스를 타고 후쿠시마 역에 내리는 사람도 간혹 있다. 한 여성은 “미나미소마(南相馬)시에서 피해를 입어 가족이 뿔뿔이 헤어져 피난소에 갔다. 나는 여러 피난소를 전전하면서 야마가타에 있었는데 가족이 후쿠야마에 있다는 연락을 받아 함께 있기 위해 왔다”고 했다. 재회의 기쁨을 가슴에 안고 피난소로 가는 길을 물어 발검을 옮겼다.

한편 16일에 매시 20 마이크로 시버트로 상승했던 후쿠시마 시의 방사능 수치는 그 뒤 계속 떨어져 17일 오전9시에는 13 마이크로 시버트로 측정됐다고 후쿠시마 현이 밝혔다. 현에 따르면 X선 검사 때 한번에 쐬는 방사선 양이 약 60 마이크로 시버트여서 현재로서는 건강 리스크가 없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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