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피난 장기화되며 물품 부족으로 ‘생계형 범죄’ 증가

머니투데이 홍찬선 기자 2011.03.1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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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등 생필품 도난 잇따라… 명품가게 털고 성범죄도

대지진과 쓰나미가 발생한 지 7일째를 맞이하면서 피해가 많은 지역은 당장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도난 등 ‘생계형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피난 생활이 장기화되면서 식품과 연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어쩔 수 없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주민들은 경찰의 협조를 얻어 자체 방범에 나서고 있지만, 생계형 범죄라 없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에서는 지난 16일 문 닫은 편의점에 있는 현금자동출금기를 파손한 3명이 절도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현 경찰에 따르면 이들 3명은 "종업원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했지만 주지 않아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미토(水戶) 시내에서도 임시 휴업중인 편의점에 2명이 깨진 창문을 통해 침입, 상품을 들고 나오는 것을 기자(아사히신문)가 목격했다. 식품 등을 도난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도 휘발유 도난이 증가하고 있다. 이바라기현 경찰에 따르면 대지진이 발생한 뒤부터 16일까지 주차중인 자동차와 오토바이, 경트럭 등의 주유구가 파손돼 휘발유가 없어진 사건이 7건 있었다. 센다이 시에서는 13일, 주유소에서 휘발유 1리터를 훔친 혐의로 회사원(24, 남)이 현장에서 체포됐다.

이와테 현에서는 집을 잃은 남성(43)이 경승용차에서 휘발유를 훔쳤다. 자동차를 몰고 피난하던 중에 강도를 만난 남성(57)은 "구호물자가 도착하지 않고 있어 더욱 불안하다"고 털어놓았다.

미야기현 북부 피해지역에서는 남자 고등학생 4명이 자동판매기를 부수고 우롱차와 커피를 꺼내먹는 것이 목격됐다. 4명은 음료수를 피난소에 가져가서 고령자들에게 나눠주었다. 당시 피난소에는 음료는 물론 물도 배급되지 않았다.


한편 생활필수품이 아닌 물품의 도난도 생기고 있다. 브랜드 점포 약100개가 입주해 있는 센다이시 아웃렛파크에서는 휴업 중에 브랜드 가방 등이 잇따라 없어지고 있다. 경비원은 “브랜드와 옷은 물론 카운터에 있는 돈도 대부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16일에는 이바라기현에서 도쿄 전력직원을 사칭한 남자 2명이 “이 집 또 정전이어서 수리하려면 1만5000엔이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지만 다행히 피해는 없었다.

이와테현 오부나와다(大船渡) 피난소에서는 한 소녀가 화장실에 갔을 때 뒤에서 몸을 더듬는 사건이 일어났다. 이에 따라 시교육위원회는 피난소에 리더를 결정하도록 권유했다. 방범과 식품 관리 및 청소 등의 역할을 분담하고 책임감을 느끼게 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수백명이 피난해 있는 오쓰치(大槌) 소학교에서는 주민들이 ‘자주방범부’를 설치, 경찰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 피난소에서는 구호물자를 지급됐지만 담요와 약 등은 부족한 실정이다. 본부장 남성(72)은 "국가와 현이 물자를 충분히 지원해주기 바란다. 현재는 물품을 두고 다툼이 없지만 그럴 불안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기류 마사유키(桐生正幸) 간사이국제대학교수(범죄심리학)는 “자그마한 범죄가 있지만 이런 비상시에도 약탈과 폭행이 일어나지 않는 일본사회를 해외에서는 높게 평가하고 있다. 피해지역에서의 상호부조는 자연스럽게 서로 감시가 되고 범죄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물자가 제대로 공급되면 범죄는 반드시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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