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확신 매수가 어려운 상황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2.24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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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에 따라 움직인 장세였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의 개장은 그런대로 의연했다. 하지만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상승세를 계속하자 매도세가 강화되며 증시는 쭉 미끄럼을 탔다. WTI는 한 때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오후 1시 넘어 WTI 상승세가 꺾이며 100달러 밑으로 내려오자 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매수에 나가볼까 잠시 고민했다. 게다가 S&P500 지수가 심리적 지지선인 1300 근처로 내려가자 지지세력도 나타났다. 이렇게 조금씩 낙폭을 줄여가는 듯했지만 역시나 매수세가 강하지는 못했다.



중동 불안과 유가 상승세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며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한 매도세에 장 마감 1시간을 남겨 놓고 뉴욕 증시는 다시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나마 장중 저점에서 마감하지 않은 것이 희망이라면 희망이었다.

◆거래량 늘어난 가운데 하락



다우지수가 2일 연속 10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지난해 6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다우지수 종가는 1만2105.78. 다우지수 하락은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한 휴렛팩커드가 주도했다. 어쩌면 휴렛팩커드만 없었더라도 다우지수 낙폭은 더 줄고 S&P500 지수는 거의 보합권에서 마감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휴렛팩커드는 이날 9.62% 폭락했다.

그나마 S&P500 지수가 가장 선방했다. 8.04포인트, 0.61% 하락하며 1307.40으로 마감했다. 1300대라는 상징적인 지수대에 대한 부담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많이 올랐던 기술주의 낙폭이 가장 심했다. 나스닥지수는 33.43포인트, 1.2% 하락한 2722.99로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하는 동안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시장의 거래량은 대폭 늘었다. 그만큼 거래 필요성을 느끼는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주가를 보면 매도 의지를 가진 투자자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NYSE의 경우 거래된 주식의 61%가 하락했고 36%만 올랐다.


◆불확실성 고조되며 저가매수 확신 낮아져

던칸 윌리엄스의 수석 부사장인 제이 서스카인드는 중동의 정정 불안이 계속되는 한 유가가 고공행진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우디 아라비아마저 영향을 받는다면” 유가가 폭등할 것으로 봤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 압둘라는 주택 지원과 실업급여, 인플레이션 억제책 등을 포함한 개혁 조치를 발표했다. 국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한 대책이다.

서스카인드는 “시장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하는데 지금 시장은 온통 불확실성 뿐”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도 문제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이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미국 예산안 처리도 잠재적인 악재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안정될 때까지 증시는 추가 상승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며 “증시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 부채 문제도 잠재된 리스크

RW 로즈&Co.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스티븐 로즈는 중동의 정치적 불안에 더해 유럽의 국가부채 문제도 다시 불거질 것이라며 위험자산 투자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외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현재 S&P500 지수의 적정 수준은 900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하지만 S&P500 지수가 900선까지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경제 펀더멘털이 주가 상승세를 따라잡아 적정 주가 수준이 높아질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로즈는 주가가 급락하기보다는 횡보하면서 경제 성장세가 주가 수준을 맞추기를 기다릴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변동성이 큰데다 농산물 가격과 매 6개월마다 반복되는 듯한 유럽의 재정문제에 대한 우려가 남아 있다”며 “특히 유럽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반면 매트릭스 애셋 어드바이저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데이비드 카츠는 불확실성과 각종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증시가 올해 말까지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오히려 뉴욕 증시는 현재 다소 저평가됐다고 본다”며 “우리는 지금 경기 회복의 초기 단계에 접어들었고 주가는 현재 순이익 대비 16배~16.5배 수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증시에 추가 상승 여력이 있으며 여러 업종에서 좋은 매수 기회가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세론 여제 코언 "매도 공세 속에 투자기회 많다"

강세론자의 여제 골드만삭스의 전략가인 애비 조셉 코언도 CNBC에 출연해 동요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데 동참했다. 코언은 “중동의 정정 불안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지만 현재 시장에는 매도세 속에서 선택할만한 좋은 투자기회가 많다”고 말했다.

그녀는 “현재 시장의 걱정은 원유 공급이 교란될 수 있다는,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관한 것”이라며 “하지만 투자자들이 두려움 속에 팔 수 있는 종목들을 팔 때 이런 종목들은 대개 대형주이며 대형주들은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든 크게 타격을 받는 기업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코언은 현재 대두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서도 선진국에서는 “여전히 너무 시기상조인 걱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인도와 브라질, 중국 등의 이머징마켓은 식료품 가격 상승 압력에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이는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에 중요한 이슈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걱정은 높아지고 있다. 칸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토마스 호닉은 이날 한 모임에서 가진 연설에서 통화완화정책을 조정해 “다음 위기를 조장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매우 낮은 금리가 물가 상승을 갑작스럽게 유발하고 투기적 자산 버블을 초래해 경제에 타격을 가하지 않을까 우려한다고 밝혔다. 호닉은 통화정책이 “강력한 무기”로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히 2008년 금융위기도 장기간의 저금리 이후에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개된 영란은행의 2월초 회의록에서도 금리 인상에 찬성하는 금융통화위원이 늘어났음이 밝혀졌다. 이는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의 두 배로 치솟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영란은행의 우려가 깊어졌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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