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지금 美경제는 골디락스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11.02.18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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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약세로 출발했지만 2시간만에 플러스 전환하고 쭉 상승폭을 키워나갔다. 장 중 고점에서 마감하진 못했지만 전형적으로 강세장의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투자자들은 예상보다 부정적으로 나온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주간 실업수당 신청건수 발표에 머뭇거리며 주식을 팔긴 했지만 매도에 그렇게 확신은 없었다. 이 때문에 매도세는 점차 약화되며 조금씩 쌓이는 매수 주문에 증시가 강세 전환할 수 있었다.



이러한 흐름은 증시의 강세 경향을 드러내는 것이며 이에 따라 뉴욕 증시는 2월 들어 13거래일 가운데 10일간 오를 수 있었다.

◆CPI 예상 웃돌았지만 FRB가 증시를 지지하고 있다



이날 뉴욕 증시를 움직임 것은 경제지표였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인플레 테스트의 경우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비 0.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치 0.3%를 소폭 웃돌았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을 제외한 근원 CPI도 전월비 0.2% 올라 예상치 0.1%를 상회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산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지만 투자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개장 전후로 지수가 약세를 보이며 투자자들이 다소 예민해져 있음을 보여줬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볼티모어 캐피탈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타일러 버논은 “최근 화두는 인플레이션”이라며 “최근 물가 지표를 보면 확실히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고 있어 기업 마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주식시장을 지지하는 정책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투자자들은 FRB가 양적 완화 정책으로 계속 주식시장을 떠받쳐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버 파이낸셜 그룹의 사장인 딘 바버도 “FRB가 양적 완화 정책을 계속하는 한 증시는 잠시 쉬는 순간이 있을지언정 상승 추세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플레 압력? 채권 가격은 오히려 강세

문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더 강화될 경우다. 볼티모어 캐피탈의 버논은 “현재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단기적으로 주식시장에 호재일 수 있다”며 “자금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이 인플레이션을 인식하고 FRB가 더 이상 주식시장을 부양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면 악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언제 이런 순간이 닥칠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사실은 FRB는 내년에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투자자들이 물가 상승 압력을 그리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이날 인플레이션 헤지가 되는 물가연동국채(TIPS) 입찰은 수요가 부진했다. 게다가 CPI가 예상보다 높게 나온 이날 채권 가격은 오히려 올라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62%에서 3.58%로 낮아졌다.

채권시장을 강세로 이끈 것은 주식시장에선 거의 관심을 끌지 못했던 중동에서의 시위 확산이었다. 채권 투자자들은 중동의 정정 불안이 심화되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에 다시 돈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발표된 실업수당 신청건수도 예상보다 많이 늘어나 악재였다. 지난해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대폭 줄어 고용시장 개선 기대감을 높인 것과 반대였다.

고용시장은 개선될 듯한 신호를 보이는 듯하다가도 다시 취약성을 드러내 투자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고용시장 개선이 더디다는 것은 그만큼 FRB가 금리를 올리기 어렵다는 뜻으로 투자자들에게 악재만은 아니었다.

◆"약간의 인플레는 美경제에 도움..지금이 딱 좋아

이날 뉴욕 증시를 구원한 것은 2월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의 경기지수였다. 필라델피아 경기지수는 35.9로 예상치 21을 크게 뛰어넘으며 7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스프링거 파이낸셜 어드바이저의 사장인 케이스 스프링거는 필라델피아 경기지수 같은 호재와 실업수당 신청건수 같은 경기 약세 증거는 현재 증시가 골디락스 환경에 처해 있음을 증거한다”고 밝혔다.

그는 “골디락스란 경제가 성장하되 FRB가 통화완화 정책을 중단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지는 않고 경기가 더블딥에 빠질 만큼 느리게 회복되지도 않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스프링거는 이러한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는 현재의 경제 성장 속도가 증시의 상승 모멘텀을 계속 살아있게 하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스타이플 니콜라우스의 톰 슈레이더 이사도 이날 나온 경제지표들이 다 긍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약간의 인플레이션은 현재 미국 경제에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콘퍼런스 보드의 1월 경기선행지수는 0.1% 올라 예상치 0.3%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경기 확장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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